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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렌드버터 Feb 11. 2021

트렌드 예측: 밈과 트렌드 확산 (1)

"공짜로 안아드립니다."


2006년에 불었던 프리허그 열풍을 기억하는 분들이 있으실 텐데요. 프리허그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이 아무 대가 없이 자기에게 다가오는 사람들과 포옹을 하고 사랑과 기쁨을 나누는 캠페인을 말합니다. 호주의 한 청년이 프리 허그하는 모습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세계 각국에서 프리허그 열풍이 이어지게 됩니다.


한 사람에게 시작되어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었고 전 세계 네티즌들이 모방하면서 지금까지 하나의 문화로 이어져온 프리허그는 대표적인 인터넷 밈(internet meme)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밈은 인터넷 공간에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모방되고 복제되면서 하나의 트렌드 또는 문화가 만들어지는 걸 뜻하는데요. 밈에 대응하는 한국어 표현으로는 '짤'이 있죠. 작년에 유튜브를 통해 뜨겁게 달아오른 '깡'과 '펭수'도 밈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밈은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언급된 단어로 '모방'을 뜻하는 그리스어 미멤(mimema)과 ‘동일한'이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 멤(meme)라는 단어와 연관이 있습니다. 도킨스는 밈은 모방을 통해 유전자처럼 복제되고 증식하는 사회적 문화요소라고 설명합니다. 밈은 생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회적, 윤리적, 환경적 변화의 반응으로 자기 복제를 한다는 점에서 생물학적 유전자의 문화적 버전이라고 말합니다. 


밈은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특정 음악, 아이디어, 패션, 또는 무언가를 제작하는 방법일 수도 있어요. 도킨스을 포함한 수많은 진화생물학자들은 유전자가 정자와 난자를 통해 한 몸에서 다른 몸으로 이동함으로써 스스로를 전파하는 것처럼 모방이라는 과정을 통해 한 사람의 뇌에서 다른 사람의 뇌로 전달되어 밈이 퍼져 나간다고 믿었습니다. 또한 상대방의 행동을 모방하는 행위가 자신에게 명확한 이점을 제공한다면 (예: 미적/지적/문화적/사회적으로 우월하게 된다든지) 모방(밈)은 더 자주 일어난다고 해요.

영국 왕자의 아내 케이트 미들턴이 입었던 자라 드레스가 솔드아웃되었다는 Evening Standard 기사

우리가 쇼핑할 때 제품의 질이 좋아서 사는 경우도 있지만 그 제품을 소유함으로써 내가 갈망하는 문화적, 심리적 가치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구매하기도 합니다. 이런 행위를 의식적으로 하는 사람도 있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이 하니까 나도 따라서 사야지'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는데요. 인간의 무의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친구, 가족, 미디어, 심지어 낯선 사람들까지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힘을 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즉, 우리는 특정 흐름을 따라가도록 끊임없이 미묘하게 사회/심리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고 것이죠.


1962년 미국 사회학자인 에버렛 M. 로저스 (Everett M. Rogers)가 처음으로 이런 압력을 지적하는데요. 그는 미국 특정 지역의 농부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채택할 때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빠르게 받아들였던 이유를 살펴보았습니다. 다양한 연구 사례를 조사한 결과, 로저스는 특정 그룹이나 커뮤니티에서 무언가가 확산될 때 그게 퍼져나가는 패턴이 동일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혁신층(Innovator)'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조기 수용층(Early Adopter)’에게 전달합니다. 조기 수용층은 '조기 다수층(Early Majority)'에게, 조기 다수층은 '후기 다수층(Late Majority)'에게, 후기 다수층은 ‘추종적 수용층(Laggard)’이라고 불리는 그룹에게 아이디어를 전달합니다. 추종적 수용층은 새로운 생각과 변화를 가장 늦게 받아들이는 그룹입니다.


'혁신 유형의 확산'이라고 부르는 이 패턴은 도시 또는 국가 어디에서나 발견될 수 있고 문화와 관계없이 거의 동일한 크기를 유지합니다. 로저스의 연구는 40년 전에 진행되었지만 오늘날 트렌드 예측가들이 특정 분야에서 각 그룹의 규모를 계산할 때 여전히 그가 규정한 유형과 비율을 사용합니다.

혁신 유형의 확산

혁신층(Innovator)

혁신층은 새로운 아이디어의 소개/도입을 담당하는 사람들입니다. 비율은 전체 그룹의 약 2.5 퍼센트를 차지지하는데요. 그들은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직접 창조하기도 하고 직접 만들어내지 않더라도 그들이 접촉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트렌드 예측가가 초기 단계에 떠오르는 트렌드를 파악하거나 트렌드가 진행되는 상황을 차트화하려는 경우 혁신층 그룹이야말로 첫 번째로 추적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트렌드버터 강의 슬라이드


조기 수용층(Early Adopter)

일반적으로 조기 수용층은 혁신층과 가까운 친구, 혹은 친한 동료입니다. 그들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방식에 노출되는 걸 기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조기 수용층은 혁신층로부터 새로운 트렌드나 혁신과 관련된 정보를 얻고 아이디어를 잠재적으로 채택합니다. 이들은 전체 그룹의 약 13.5 퍼센트를 차지하고 보통 혁신층보다 눈에 잘 띄며 다른 사람들과 상호 연결성이 높은 편입니다.


혁신층와 조기 수용층 그룹은 트렌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요. 소수의 관심사였던 트렌드가 영향력 있는 다수 의견에 이르는 시점이 있습니다. 이 지점을 티핑 포인트 (tipping point)라고 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지속적으로 다른 그룹에 확산되기까지 필요한 최소한의 힘이 있는데 이 최소한의 힘을 가지는 지점에 도달하기까지 혁신층과 조기 수용층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조기 다수층(Early Majority)

조기 다수층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기 전, 조기 수용층들이 아이디어를 어떻게 다루는지 일단 지켜보는 사람들입니다. 예를 들어 주변에 항상 트렌드를 앞서가는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가 입는 독특한 패션 스타일이 멋있어 보이기는 하는데 아직은 따라 하기 부담스러울 때, 그 친구가 하는 걸 지켜봅니다. 그러다가 확신이 들면 조금씩 시도를 해보면서 받아들이게 되는데요. 이런 유형의 사람들을 조기 다수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전체 집단의 34%를 차지하는데 이 정도 규모면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는 거죠.


조기 다수층 바로 다음이 후기 다수층입니다. 후기 다수층은 실용적인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행하는 제품을 구매하여 직접적인 이익을 얻을 수 없다면 해당 트렌드를 수용하지 않는 유형입니다. 조기 다수층은 '후기 다수층과 조기 수용층'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합니다. 조기 다수층은 사교적이며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지만, 혁신층처럼 사람들을 리드할만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안해낸 적은 없지만 대부분 특정 아이디어를 채택하면 오래 머물러 있는 편입니다. 이후 후기 다수층들에게 그 아이디어를 넘겨주는데요. 전체 그룹의 약 34 %를 차지하는 후기 다수층은 구매력 면에서 조기 다수층 못지않게 큰 파워를 가지고 있습니다.


트렌드 예측가들은 조기 다수층이 관심을 보이는 트렌드를 모니터 하는데요. 앞으로 어떤 트렌드가 후기 다수층에게 대중화될 것인지 테스트하고 싶을 때, 또는 아직 아이디어가 확실하지 않지만 앞으로 트렌드가 될 수 있는지 타당성을 입증하고 싶을 때 조기 다수층을 테스트 그룹이나 패널로 선정합니다. 조기 다수층과 후기 다수층은 전체 그룹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구성하기 때문에 수많은 트렌드 예측 에이전시와 마케팅 에이전시가 이 두 그룹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현재 에이전시가 눈여겨보고 있는 트렌드가 앞으로 수익성이 있을지, 오래 지속될지 등 두 그룹을 보고 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트렌드버터 강의 슬라이드


후기 다수층(Late Majority)

후기 다수층은 실용적인 사람들입니다. 유행하는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직접적인 이익을 얻을 수 없다면 해당 트렌드를 수용하지 않는 유형입니다. 보수적인 성향의 후기 다수층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많은 설명이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전체 그룹의 약 34 %를 대표하므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요. 


후기 다수층은 그들이 존중하고 따르는 사람들(예:셀러브리티, 지인)의 사례를 충분히 본 후에야 비로소 새로운 아이디어를 채택합니다. 이 때문에 후기 다수층의 취향을 쉽게 정의할 수 있고 타깃으로 삼기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들은 모든 면에서 가장 위대한 모방자라고 할 수 있는데요. 좋아하는 셀러브리티처럼 집을 꾸며 본다든지, 친구가 산 트렌디한 가방을 구입한다든지, TV에 나온 휴가지로 여행을 간다든지 이들은 열정적으로 모방을 합니다. 이 때문에 수많은 기업들이 후기 다수층을 겨냥하는 서비스에 집중하는데요. 새로운 걸 창조하기보다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서비스를 모방해서 출시하는 게 더 쉽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들은 사회적 규범에 의해 지배되는 그룹입니다. 사회적 규범이란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따르는 도덕적, 사회적 규칙으로 사회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갈 때 요구되는 사고와 행위 양식을 말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속한 그룹에서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지 않거나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면 가장 빨리 트렌드를 떠나는 그룹이기도 합니다. 트렌드 예측가들은 후기 다수층의 활동을 모니터 하다 보면 트렌드가 시장의 어느 위치에 도달했고 언제 침체를 경험할지 예측할 수 있다고 합니다. 조기 수용층과 조기 다수층에게 인기 있었던 트렌드가 유행을 벗어날 때가 언제인지 알려주는 지표가 되기도 하고요.


추종적 수용층(Laggard)

추종적 수용층은 가장 느리게 변화를 받아들이는 그룹으로 전체의 약 16%를 차지합니다. 추종적 수용층은 후기 다수층보다 더 보수적이며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의심부터 하고 보는 저항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그들이 구매하는 옷이나 향수, 인테리어, 가정용품을 보면 대부분 전통적이고 친숙하며 오랫동안 검증된 브랜드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측가들은 추종적 수용층이 채택한 트렌드는 끝에 도달했다고 보고 혁신 주기에 따라 새로운 아이디어가 다시 등장할 것이라는 걸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다음 포스트: 트렌드 예측: 밈과 트렌드 확산 (2)


안녕하세요.

트렌드부터 비즈니스, 마케팅, 패션, 큐레이팅 등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 많은 탐구쟁이 트렌드버터입니다.

브런치를 통해 <트렌드 예측 방법론>, <트렌드 관찰 및 분석>, <트렌드 사례>를 다루는 글을 꾸준히 발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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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라이언트의 전략, 디자인, 마케팅 팀과 협력하여 예측한 트렌드를 기반으로 브랜드에 적합한 아이디어를 생성합니다. 토론과 전략적 사고를 유도하여 혁신적인 성장 기회를 탐색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아이디에이션 워크숍 (Ideation workshop)


3) 트렌드 강의 | TREND MASTER CLASS

: 변화를 탐색하고 트렌드와 소비자 행동을 매핑하는 실용적인 방법과 전략적 예측 테크닉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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