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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렌드버터 Jan 23. 2021

12. 패션 저널리즘: 기사 작성 형식 (일화 활용)

(*참고: 제가 진행했던 패션 저널리즘 강의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지난 포스트에서 역피라미드 형식을 배웠다면 이번 시간에는 일화를 사용해서 기사를 작성하는 방식(anecdotal structure)을 알아보겠습니다.


일화로 시작하는 리드(lead)는 기사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에 제시되는 매우 간결하고 독립적인 스토리를 가리킵니다. 보통 글쓴이의 경험이나 인터뷰한 사람의 경험에 근거해서 글을 전개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개인의 일화를 기사 첫 부분에 사용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이슈나 주제를 독자에게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일화를 이용하는 포맷의 기사에서는 리드 다음에 오는 너트 그래프 (Nut graph)로의 전환이 매우 중요합니다. ‘너트’는 문제의 핵심을 의미합니다. 너트 그래프는 앞에서 언급한 스토리가 무엇에 관한 것이고 이 기사를 계속 읽어야 하는 이유, 즉 요점을 제시하는 단락입니다.


너트 그래프가 없다면 독자들은 오프닝에 사용된 예시와 기사에서 다루는 주제와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보통 너트 그래프를 시작할 때 ‘이 사람은/ 이 상황은/ 이 일화는 ~한 경우를 대표한다라는 문장을 넣음으로써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표시를 해줍니다.


일화 형식의 기사는 클로징(끝맺음)에도 일화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1) 처음에 일화로 리드를 시작한 뒤, 

2) 너트 그래프에서 진짜로 말하고 싶은 핵심 주제로 전환하여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다가 

3) 마지막에 맨 처음에 언급했던 일화로 되돌아가서 기사를 끝맺음하는 걸 말합니다.


요약

일화를 사용하는 기사 작성법을 다시 정리하면: 

1) 이슈를 보여주는 일화/장면/상황으로 기사를 시작함으로써 흥미를 끕니다. 
2) 너트 그래프를 사용해서 전환한 뒤, 앞에서 언급한 일화가 기사 주제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설명합니다.
3) 나머지 단락에서는 주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한 뒤, 일화로 마무리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어 기사를 예시로 들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예시 1

신문: 조선 일보 기사 (기사 원문)

제목: 패치 하나 붙였더니 단 하나뿐인 명품백

리드: 회사원 김세현(32)씨는 얼마 전 해외 스트리트 패션 사진을 보다가 한 외국인 여성이 들고 있던 가방에 눈길이 꽂혔다. 커다란 가죽 가방에 어지럽게 새겨진 캐릭터와 말풍선. 무심하고도 발랄했다. 김 씨는 백화점과 온라인 쇼핑몰, 해외 직구 사이트까지 다 뒤졌지만 똑같은 가방을 구할 수 없었다. 한참 후 국내 한 편집 매장에서 그는 왜 그 가방을 구할 수 없었는지 깨달았다. 매장에서 팔고 있던 건, 가방이 아니라 가방에 붙어 있던 말풍선과 캐릭터 스티커 패치. 사진 속 여성은 영국 디자이너 ‘안야 힌드마치’가 만든 스티커 패치를 사다가 가방에 붙여서 ‘나만의 가방’을 만든 것이다.

‘명품 패션에 부는 패치 열풍’에 대한 스토리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김세현'이라는 사람의 일화를 오프닝에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개인의 경험을 기사 첫 부분에 사용하면 독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고 마치 자신이 경험하는 듯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아래 단락이 너트 그래프입니다. 글쓴이가 김세현이라는 사람의 일화를 언급한 이유와 기사의 요점을 밝히는 부분입니다. 패치가 현재 패션에서 인기 있는 이유와 용어에 대한 설명이 나오고, 다음 단락에서는 명품 브랜드 구찌를 예시로 들며 패치를 디자인에 활용하고 있는 트렌드를 설명합니다. 


*너트 그래프: 남들과 다른, 나만의 가방을 갖고 싶어 하는 소비 심리가 강해지면서 패치가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 결국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앞에 일화를 언급한 겁니다) 패치는 ‘구멍 난 데를 때우거나 장식용으로 덧대는 데 쓰이는 조각’이라는 뜻. 패션용어로는 옷에 장식적인 용도로 붙이는 헝겊 조각이나 가죽을 의미한다. 지난해 디자이너가 바뀌면서 전 세계 패피(패션 피플)들 사이 폭발적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구찌는 이번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두드러진 패치 장식을 선보였다. 생동감 있게 꿈틀대는 용 모양 자수 패치가 붙은 코트부터 벌·나비가 붙은 남성 클러치백까지 파격적이다.



예시 2

매거진: Fashionista (기사 원문)

제목: Fashion's Obsession with Quilting Is Breathing New Life Into a Classic American Craft

소제목: From Calvin Klein to Dior, quilting has been all over the runways — but what does that mean for the quilting community?

제목: 패션 퀼팅에 관한 관심이 클래식 아메리칸 공예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소제목: 캘빈 클라인부터 디올까지 이번 런웨이에서 퀼팅이 활용된 디자인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이런 현상이 퀼팅 커뮤니티에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Fashionista

기사의 리드 부분을 보겠습니다

리드: When Amy Bornman picked up a copy of Harper's Bazaar a few months back — the first fashion magazine she'd read in years — she was surprised to find an issue full of quilting motifs. 

"OMG quilts everywhere!" she enthused in her Instagram stories, sharing pictures of an Off-White quilted skirt and a patchworked Dior dress. "And Coach is into quilt appliqué tops now? Wow, I'm way out of touch with normal fashion." 

Bornman, a twenty-something textile artist and theater teacher in Pittsburgh who started quilting for fun a few years ago, is just one of many American millennials engaged in the "insular, little weird world" of contemporary quilting who have been surprised to see their interests suddenly reflected on mainstream catwalks.

Pittsburgh에서 텍스타일 아티스트이자 극장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는 Amy Bornman이라는 개인의 이야기로 기사를 시작합니다. 대략 한국어로 번역을 해보면 '수개월 전, 패션 잡지에 퀼팅 이야기로 가득한 걸 보고 놀랐다. 갑자기 패션계에 불어닥친 퀼팅에 대한 관심이 믿기지 않는다'라고 말합니다. 에이미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녀의 말을 인용하여 리드를 작성했습니다. 


이제 아래의 너트 그래프를 보겠습니다. 빨간색으로 하이라이트 한 첫 번째 문장을 보면 '최근 런웨이를 주목한 사람이라면 그녀가 옳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라는 문장을 넣어 자연스럽게 앞의 리드와 너트 그라프를 연결시킵니다. 그 뒤에 오는 문장을 살펴보면 이번 컬렉션에 퀼팅을 레퍼런스로 활용해서 디자인에 접목시킨 유명한 패션 브랜드들을 언급합니다. 


*너트 그래프Anyone who's paid attention to the runways recently knows she's right. While Calvin Klein's pieced and quilted dresses made perhaps the most explicit and memorably quilt-y splash, the truth is that Raf Simons was joined by a whole host of designers whose patchworked, pieced-together and subtly puffy looks referenced quilts in the past two seasons. Dior, Prabal Gurung, Tibi, Coach, Off-White, Mara Hoffman and Isabel Marant have all joined in on the trend in one way or another.



예시 3

매거진: Guardian (기사 원문)

제목: Luxury brands feed demand for return of UK’s cotton and knitwear mills 

소제목: Designers in the UK are turning their backs on global manufacturing and bringing jobs to an industry that is backing homegrown talent

Guardian

'럭셔리 브랜드들이 영국 코튼 & 니트웨어 제조업을 다시 활성화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제목의 가디언 기사입니다. 


아래 리드 단락을 보면 새로운 브리티시 디자이너 브랜드인 Tabak의 사례 언급합니다. 브랜드 Tabak이 값싼 해외 인력이 아닌 영국 제조업체들과 일하게 된 과정 설명하는데요. 이 브랜드의 이야기를 현재 일어나고 있는 특정 현상의 전체로 취급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리드: At the beginning of September, Justine Tabak launched her first eponymous collection. At 52, with a high-flying career as a designer and creative director with Fendi, Laura Ashley, M&S, Jigsaw, LK Bennett and Boden under her belt, Tabak is treading tentatively with her fledgling label. So why did she walk away from a secure, well-paid and coveted job with a high-profile brand, to risk everything in a highly competitive marketplace? 

“Having spent the last decade or so working with factories in China, I felt passionately that I wanted to work more closely with British manufacturers and collaborate with creative communities that I could build relationships with,” explains the entrepreneur, whose label features the tagline: “Inspired, fashioned and made in the British Isles.”

아래는 너트 그래프인데요. 빨간색 하이라이트 해놓은 문장을 보면 'Tabak이라는 브랜드뿐만 아니라 다른 수많은 브리티시 브랜드들이 영국 제조업의 부활을 지지하고 있다'라고 썼습니다. 기사의 나머지 단락들을 보면 이런 현상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이유 등을 설명하는 것으로 글을 전개해 나갑니다.


*너트 그래프: Tabak’s start-up works with a small family-run factory in London that also works with established labels such as Victoria Beckham, Roland Mouret and House of Holland. And they are not alone: a number of smaller enterprises, high street brands and international labels are supporting the resurgence of the UK as a fashion manufacturing hub. (-> 기사의 핵심)




예시 4

매거진: Fashionista (기사 원문)

제목: Do People Still Buy Class Rings?

소제목: Demand for this American tradition is changing, and this 100-year-old company is trying to keep up.

Fashionista

소제목을 보면 '미국의 전통으로 여겨지는 클래스 링(Class Ring)의 수요가 변하고 있고 100년 된 주얼리 회사는 이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썼네요. 잠시 용어 설명을 하면 '클래스 링'은 미국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졸업을 기념하고자 학생과 졸업생들이 반지를 맞춰서 끼는 링을 가리킵니다.


아래 기사의 첫 부분을 보면 클래스 링과 관련된 개인적인 경험으로 리드를 구성했습니다. 자기는 한 번도 클래스 링을 껴본 적은 없지만 이 반지가 미국적인 걸 의미하는 매력적인 상징으로 여겨왔다고 이야기합니다.


*리드I've never owned a class ring, or even had the option of purchasing one presented to me that I can recall — but I've always been intrigued by them and the romantic idea of holding onto an expensive piece of jewelry for your whole life that isn't marriage-related, or even possessing that level of pride in your high school or college. It seemed like a charming, iconic symbol of Americana akin to letterman jackets that, for someone like me who went to a tiny school in a big coastal city without so much as a football team, only existed in movies and TV shows.


아래에 있는 너트 그래프를 보시면 첫 문장에서 기사 오프닝에 사용된 예시와 기사 주제 간의 연관성을 설명합니다. '요즘 젊은 층에게 클래스 링에 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클래스 주얼리 비즈니스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문장을 시작으로 작가가 기사를 통해 하고자 하는 핵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 단락 뒤에 나오는 글을 보면 클래스 주얼리 비즈니스가 쇠락하는 이유, 과거와 현재 젊은 층의 관심사와 소비 형태의 차이, 주얼리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한 방안을 언급하며 기사를 전개합니다. 


*너트 그래프In fact, class jewelry is a very real business; but, unsurprisingly, as young people have begun to care more about the latest sneaker or tech device than traditional keepsakes, that business is experiencing a slow decline. Certainly, a smaller percentage of graduates purchased class rings over the past couple of months than did 50 years ago. While there aren't specific numbers tracking the decline of class rings as its own category, a 2011 report found that sales of traditional yearbooks — a bigger, but analogous, business — had been declining at a rate of 4.7 percent per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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