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부터 취미로 배우기 시작한 디제잉.
평소 Boiler Room과 Mixmag 유튜브 채널에 올라오는 영상을 즐겨보고 공연을 다니다 보니 디제잉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을 수동적으로 감상하는 것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참여함으로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은 마음도 한몫하기도 했다.
나뿐만 아니라 요즘 취미로 디제잉을 배우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대학생과 직장인에게 디제잉 레슨을 제공하는 곳도 많아졌으며 취미로 시작했다가 방구석 디제이 (Bedroom DJ)로 활동하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직접 디제잉을 배우면서 들었던 생각은 디제잉 자체가 밀레니얼·Z세대의 특성과 어울리는 요소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디제잉에 정답은 없어요.
디제잉을 배운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언더그라운드 클럽 벤트(Vent)에서 활동하는 디제이 TAESCO가 나에게 해준 말이다. 디제이는 오리지널 곡을 자기가 원하는 방식대로 편집하고 실현해볼 자유를 가진다는 의미였다.
사실 자신의 취향에 따라 마음대로 편집하고 창작하는 행위, 즉 ‘콜라주(collage)’는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가 즐겨하는 게 아닌가. MZ세대는 핀터레스트와 텀블러 같은 플랫폼에서 ‘취향’에 따라 콘텐츠를 큐레이션하고 ‘취향’을 공유하는 소셜살롱에 참여하며 표현하고 싶은 게 있다면 직접 제작하여 SNS에 올린다. 이들은 수동적으로 즐기는 행위에서 벗어나 스스로 크리에이터/큐레이터가 되어 적극적으로 관심사를 공유하며 서로의 경험을 연결한다.
그럼 디제이를 뮤직 큐레이터로 볼 수 있을까?
특정 취향 혹은 주제에 맞추어 음악을 선별 및 편집한다는 면에서 디제이를 뮤직 큐레이터라고 볼 수 있다. 큐레이션은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콘텐츠를 목적에 따라 가치 있게 구성하고 배포하는 걸 말한다. 디제이가 공연 컨셉과 관객의 취향, 전체적인 흐름 등을 고려하여 음악을 선별하고 믹싱하는 작업에서 큐레이션이라는 요소가 관여하게 된다. 실제로 디제잉을 배우면서 나의 취향에 따라 음악 리스트를 만들고 믹서와 이펙터를 이용해 오리지널 곡을 다른 느낌으로 표현하는 과정이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디제잉의 다른 매력은 무엇일까?
클럽 벤트 DJ Rootmin은 음악을 바라보는 시각이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을 디제잉의 매력으로 꼽았다.
"다른 사람들이 각자 스타일에 따라 믹싱하기 때문에 결과물이 모두 다른데 이걸 보는 재미가 있어요. 특히, 디깅(Digging: 음악 발굴 작업)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많은 음악을 접하게 되는데 최신 노래에서 과거에 발매되었던 음악을 오마주한 걸 알아챌 때 곡이 다르게 다가오죠." - DJ Rootmin
디제이 TAESCO는 “음악을 틀면서 곡을 만지는 재미가 있다”며 디제잉은 음악을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는 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디제잉을 배우는 것에서 공통된 관심사로 묶인 온오프라인 커뮤니티 활동으로 확장하는 경우 즐길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 나 또한 디제잉 레슨을 받으면서 클럽에서 정기적으로 공연하는 크루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우스와 테크노 뮤직을 주로 다루는 클럽 벤트에서는 정기적인 공연 이외에도 (현재는 코로나로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대체) 음악 관련 모임을 통해 사람들이 모이고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있다. 아직 한국에서 하우스와 테크노 뮤직은 마이너한 영역이기에 비슷한 음악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할 기회가 있다는 게 반갑게 다가왔다. 오프라인 모임이 어렵다면 사운드클라우드나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자신이 믹싱한 음악을 공유하며 사람들과 소통할 수도 있다.
관객 혹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음악을 큐레이션하고 자신의 색깔을 담아 믹싱하는 디제잉. 개성이 담긴 작업물을 소셜미디어에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소통하는 밀레니얼·Z세대. 디제잉에 관심을 가지는 MZ세대가 늘어나는 이유가 우연은 아닌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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