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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렌드버터 Feb 12. 2021

트렌드 예측: 트렌드 네트워크 활용하기(1)

이번 포스팅에서 다룰 '트렌드 네트워크'는 많은 사람들의 집단적인 직관력을 활용해서 트렌드를 예측하는 일을 수행하게 됩니다. 직관적인 예측가가 전체 뇌의 사고를 사용해서 해결책에 도달하는 반면 네트워크 예측은 여러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협업함으로써 얻게 되는 잠재력을 이용합니다.


네트워크 예측은 많은 사람들의 힘 즉, 집단 지성을 활용하는 것인데요. 세계적인 경영 칼럼니스트 제임스 서로위키는 <대중의 지혜>라는 책에서 '소수의 전문가 집단보다 다수의 대중이 훨씬 더 현명하다'라는 집단 지성의 논리를 언급합니다.  트렌드 네트워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자체의 숨겨진 속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네트워크는 개인이 모여 아이디어/제품/서비스를 교환할 때 만들어지는데 이들은 서로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알리는 데 관심을 가집니다. 네트워크는 한 사람이 다른 네트워크의 회원과 소통함으로써 어떤 방식으로든 특정 혜택을 누릴 때까지 관계가 지속됩니다.


네트워크에서 연결망을 이루는 점들을 노드(node)라고 하는데요. 노드는 정보와 지식이 흐르는 링크라고 할 수 있어요. 사회 연결망에서 노드는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사람을 말해요. 각 구성원, 즉 하나의 노드는 자기 네트워크에 있는 1명 이상의 구성원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네트워크에 노드가 많을수록 더 많은 정보와 지식이 전달되기 때문에 이런 네트워크는 강력하고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1906년, 영국 과학자 프랜시스 골턴이 처음 발견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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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턴은 우연히 도축장에서 벌어지는 소의 무게를 알아맞히는 게임을 목격하게 되었어요. 이 게임은 살찐 소 한 마리를 무대에 올려놓고 사람들이 자기가 생각하는 추정치를 적어낸 다음, 실제 무게에 가장 가깝게 맞힌 사람이 상금을 가져가는 것이었어요. 이 게임에 약 800명이 참여했는데 대부분은 도축 관련 지식이 없는 일반 사람들이었습니다. 골턴은 그들이 제출한 기록지를 넘겨받아 통계를 냈는데요. 대중들이 써낸 추정치의 평균값은 1197파운드였다고 합니다. 그럼 실제 소의 무게는 얼마였을까요? 놀랍게도 평균값에서 딱 1파운드 차이가 나는 1198파운드였다고 해요. 800명이 써낸 평균값은 도축 전문가들의 추정치보다 훨씬 정확했습니다. 


사실 골턴은 어리석은 대중들이 나랏일에 관여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신념의 소유자였어요. 권력과 통제는 소수의 우월한 사람들에게 맡겨야 사회가 강해진다고 믿었던 거지요. 이걸 증명하기 위해서 가축시장의 게임 행사를 연구한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다른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훗날 “민주주의적인 판단은 예상보다 훨씬 더 신뢰할만하다”라고 말하게 되죠. 골턴이 밝혀낸 네트워크의 첫 번째 원리 중 하나는 '개인의 응답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집단에 속한 사람들의 노력의 총합은 항상 올바른 답에 더 가깝다'는 겁니다. 

영국 TV 프로그램 <Who Wants to Be a Millionaire?>, 출처: Sky News

사실 이런 사례는 수없이 많습니다. 영국 TV 프로그램 <Who Wants to Be a Millionaire?>라는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은 아래 세 가지 방법으로 객관식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네 가지 선택지 중 두 가지 제거한 뒤, 답 추측하기

친구에게 전화해서 물어보기

TV 시청자 투표 

골턴의 실험에서 알 수 있듯이 세 번째가 정답률이 높습니다. 참가자의 친구들이 정답을 맞힐 확률은 61%에 불과하지만 TV 시청자 투표로 맞출 확률은 91%나 되었다고 합니다.


약한 연결 네트워크의 법칙

미국의 사회학자 마크 그래노베터는 1973년에 '약한 연결의 힘(strength of weak ties)'을 처음 이야기합니다. 그는 네트워크를 통해 지식과 아이디어가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는지 연구를 했는데요. 그래노베터가 발견한 약한 연결의 힘은 가까운 친구들(강한 연결)보다 먼 지인들(약한 연결)이 새로운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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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노베터는 재미있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현재 일자리 정보를 제공한 사람이 누구이고, 그 정보를 알려준 상대와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 물어봤는데요. 그가 이 실험을 한 1970년대 당시는 요즘처럼 인터넷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취업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사 결과, 취업 정보를 알려준 상대가 친구, 부모와 같이 자주 만나는 가까운 사람이었던 비율은 전체 17%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83%는 친한 사이가 아닌, 평소 자주 만날 일이 없는 사람을 통해 취업 정보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친한 사람, 즉 강한 유대관계(strong ties)가 자신에게 더 좋은 정보나 혜택을 줄 것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실험 결과, 실질적으로 유용한 정보는 강한 유대관계가 아닌 약한 유대관계(weak ties)에서 나왔다는 것이죠. 그럼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요? 


우리는 서로 비슷한 성향을 지닌 사람들끼리 모이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네트워크 내에서는 얻을 수 있는 정보의 다양성이 부족해집니다. 나와 다른 환경에 있는 사람은 평소 나와 익숙한 테두리에서 벗어난 사람들과 교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내가 모르는 정보나 기회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약한 유대관계는 강한 유대관계보다 쉽게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와 친한 사이가 되는 것은 시간도 걸리고 어려울 수 있지만, 단순히 명함을 주고받고 아는 사이가 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죠. 즉, 강한 유대관계보다 약한 유대관계가 다양하고 폭넓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유리합니다. 폭넓은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다양한 배경을 지닌 구성원이 존재하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를 얻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할 가능성이 더 커집니다.


따라서 트렌드 네트워크는 사회적, 문화적, 인종적, 성별, 지적인 배경, 직종이 다채롭고 서로 약한 연결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어야 좋습니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자기만의 고유한 지식이나 특별한 정보를 쉽게 교환할 수 있어야 효과적인 트렌드 네트워크가 되는 것이죠.


네트워크의 다양성 규칙

네트워크의 구성원을 다양하고 이질적으로 만들수록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되는 아이디어의 다양성도 커진다고 이야기했는데요. 심리학자 어빙 제니스가 말하길, 동질적인 그룹(비슷한 유형의 사람들이 많은 그룹)은 집단사고의 함정에 걸려들기 쉽다고 합니다. 집단사고는 응집력 있는 집단의 조직원들이 갈등을 최소화하고, 의견 일치를 유도함으로써 비판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을 뜻합니다. 서로 비슷하게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다른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거나 탐색하는 능력을 제한하는 걸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어빙 제니스는 미국 외교정책의 여러 실패 사례를 연구한 후, 의사 결정권자들이 세계를 보는 관점이나 사고체계가 동질적일 때 집단사고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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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질성이 강한 집단은 보다 쉽게 결집하고 고립되면서 자신이 속한 그룹에 더욱 의존하게 됩니다. 이게 집단사고의 가장 큰 문제점인데요. 공통된 사고체계를 공유하는 집단 구성원들은 통념에 도전하는 정보는 배제하거나 오류로 치부해버리기 때문에 사람들은 토론을 생략하고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신념을 공고히 하게 됩니다.


제임스 서로워키는 집단사고가 뿌리내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언급한 4가지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다양성: 각 개인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2) 독립성: 다른 사람과 독립적인 의견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3) 분권화: 각기 다른 전문가들의 지식을 접할 수 있어야 한다

4) 집합성: 다양한 지식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


결국 다양한 관점과 의견은 집단이 내놓을 수 있는 해결책의 범위를 확장시키고 집단이 권위나 조직에 대한 충성심에 의존하지 않고 사실에 근거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 줍니다.


80/20 원칙

네트워크를 구축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로 다양성 말고도 80/20 원칙이 있습니다. 이걸 파레토 법칙이라고도 하는데요.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가 소득 불균형 문제를 분석하면서 내놓은 이론입니다. 그는 "이탈리아 인구의 20%가 전체 부의 80%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뒤, 80:20 법칙을 주장하게 되죠. 전 세계 부의 80%는 20%의 인구가 소유하며 이탈리아 땅의 80%는 20%의 인구가 갖고 있고, 기업 이윤의 80%는 20%의 핵심역량을 지닌 인재에게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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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레토의 법칙은 세대를 불문하고 실제로 다양한 영역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백화점의 VIP 마케팅을 사례로 들 수 있습니다. 백화점 매출의 80%는 상위 20%의 고객으로부터 나온다고 하는데요. VIP 마케팅은 백화점의 모든 고객들에게 동일한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금액 이상을 지출한 상위 20%의 고객들에게 특별한 멤버십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발렛 주차 서비스나 별도의 휴식 공간, 선물 등을 제공하는 등 특별한 편의를 제공하여 백화점에서 더욱 많은 돈을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죠. 


네트워크도 동일한 원칙을 따르고 있습니다. 구성원 20 %가 나머지 80%가 따르는 강력한 아이디어를 생성하게 됩니다. 모든 네트워크에서 '슈퍼 노드'나 '클러스터(cluster)'가 발생하는 이유는 20퍼센트의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더 활발하게 드러내며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고 네트워크 내에서 커넥터로써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슈퍼 노드는 자체적으로 강력한 네트워크가 될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건 권력의 과정인 동시에 질서를 만드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 내부의 핵심 노드, 슈퍼 노드가 다른 네트워크에 있는 노드를 유입하고 내부의 여러 노드를 통제하면서 네트워크를 촘촘히 하고 확장시킵니다. 이렇다 보니 브랜드 또는 기업에서는 새로운 트렌드와 혁신을 모니터링할 때 슈퍼노드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안녕하세요.

트렌드부터 비즈니스, 마케팅, 패션, 큐레이팅 등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 많은 탐구쟁이 트렌드버터입니다.

브런치를 통해 <트렌드 예측 방법론>, <트렌드 관찰 및 분석>, <트렌드 사례>를 다루는 글을 꾸준히 발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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