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선물

by 바카

할머니와 함께 세월을 보낸 지도 4년이 지났다.


나는 할머니의 생일을 네 번 함께했고,

할머니는 아프시기 전 내 생일을 두 번 챙겨주셨다.

아이들의 생일도 그랬다.


아프고 나서는 달라졌다.

할머니는 당신의 생일도 잊으셨고

늘 곁에 있던 챙김은 조용히 사라졌다.


한때는 당연했던 일들이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그런데 올해, 내 생일 무렵이었다.

할머니의 정신이 잠깐 맑아지셨다.

할머니는 내 손을 꼭 잡고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괜찮다고 했다.

할머니는 건강만 하시면 된다고 말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 날, 벨소리가 울렸다.


문을 열자 할머니가 서 계셨다.

우리 집 문 앞에

예전의 건강하셨던 모습으로.

꽃다발을 들고.


할머니는 시간을 건너온 사람처럼 환하게 웃으시며

내 생일을 축하해 주셨다.

꽃다발을 내 손에 쥐여주시고,

아이들 초콜릿도 잊지 않으셨다.


건강하셨을 때 종종 아이들에게 초콜릿을 건네주시던

그 손길 그대로였다.

나는 그 순간 기뻤다.


정말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아서.

그런데 동시에 불안했다.

이렇게 좋아지셨던 다음에는

어김없이 더 나빠지는 날이 따라왔기 때문이다.


도우미들이 오가고 난 뒤면

할머니의 물건이 사라지곤 했다.

할머니도 그 사실을 알고 계셔서

가끔 내게 하소연하며 눈물을 보이신다.


“내가 바보 같아서 그래.”


하고 자책도 하신다.


귀금속도, 청소하며 발견된 동전과 지폐도

누군가의 손을 타고 사라졌다.


그래서 할머니는

문득 생각난 물건이 제자리에 없으면

그날 하루를 통째로 불안 속에서 보내신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압이 오르고

표정이 굳고, 말이 빨라진다.


나는 도우미의 방을 뒤질 수도 없고

짐을 열어볼 수도 없다.

그저 조심스럽게 말할 뿐이다.


“물건은 제자리에 두어주세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정도다.

결국 나는 할머니를 안아드리고

속 이야기를 들어드린다.


나를 필요로 하는 순간에 찾아가

그 옆에 앉아 있는다.


그게 전부다.


그런데도 할머니는

그 전부를 기다리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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