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유지해? 해지해?
실비보험 해외거주기간 환급받기
베를린 생활을 시작할 무렵 가족 실비 보험을 유지해야 하나 해지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베를린에서 2년 정도 살 계획이었기에 그냥 두기로 했는데 6년의 시간이 흘러갔다. 2013년 첫애를 임신했을 때 30년 납입에 100세 만기 태아보험이 흥행했었다. 나 역시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보험 덕분에 아플 때마다 보험 덕을 톡톡히 봤었던 경험이 있었고 여전히 내 실비 보험도 효력을 발휘 중이어서 아이들에게 줄 거라곤 보험뿐이다 싶어서 둘째도 첫째와 같은 조건으로 실비 보험에 특약까지 추가해서 넣었었다.
사실 웬만한 사전보다 두꺼운 게 보험약관이라 깊이 알아볼 엄두조차 내지 않았었는데, 애들 보험을 넣기 위해 보험 공부를 좀 하면서 쓸데없는 보험 다 없애고 줄이고 해 봤지만, 어떤 이는 보험금을 저금하는 게 훗날 목돈도 되고 좋다고도 하고 어떤 이는 보험 덕분에 큰 목돈의 병원비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돈 부분만 보면 쌤쌤일 수도 있겠으나 보험 혜택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보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실제 우리 가족도 그랬다. 보험료 넣어봤자 그냥 버리는 돈은 아닌가 싶어서 해지했다가 유지했다가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건강을 자부하시던 아빠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질병을 얻게 되시면서 당시 유지하고 있던 보험 덕분에 큰 목돈의 병원비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 계기로 보험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물론 사람이 안 아프면 손해고 아프면 혜택 같다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만의 하나라는 걸을 염두하고 예비하는 것이 삶을 살아가는 데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하나의 요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불안감보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택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 또 현재 해외에 거주하고 있지만, 국내를 방문하거나 훗날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에 보험을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
실비보험 제도 중에 3개월 연속 해외에서 거주한 경우 그 기간 동안의 납입한 보험금을 실손의료비 환급 신청을 할 수 있다. 단, 이 기간 동안의 치료비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우리는 매년 한국 방문시마다 이 제도를 활용하여 실손의료비 일부를 환급받고 있다. 매달 나가는 보험료가 때때로 부담되기도 하지만, 한국에 방문하여 마음 편히 의료 기관을 이용하고 해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위로가 된다. 독일에서는 의료 기관 이용도 쉽지 않고 여러모로 의료적 대화도 어렵기 때문에 모국인 나라에서 진료 및 치료를 받는 것이 훨씬 심신의 안정감을 준다.
모두가 보험을 넣는 이유는 딱 하나일 것이다. 가족 모두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기를 바라는 염원과 혹시 모를 만의 하나를 대비하고자 하는 마음일 것이다.
P.s 매번 방문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해외거주 기간이 길어질수록 빨라지는 한국의 시스템과 새로 업그레이드되는 정보들을 따라갈 수가 없다. 특히 올해는 더 그런 느낌을 받는다. 보험뿐만 아니라, 그 외 모든 것들이.. 하나의 예로 어떤 상점에서 계좌이체를 하는데 독일핸드폰이라서 와이파이가 없으면 사용을 못한다.(로밍은 비싸서..) 어떻게 저렇게 와이파이를 잡았는데 이번엔 독일 핸드폰 번호라서 핸드폰 인증이 안된다. 겨우겨우 폰뱅킹을 시도하는데 옛날 방식인 보안카드를 입력하고 본인 인증하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리자, 60대 정도 돼 보이시는 상점직원분이 오래 걸리는 내가 의아하셨는지 나에게 말한다. "요새 *페이로 비번만 누르면 돼요. 젊은 사람들은 다 알 텐데~" 나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외국에서 살다 보니.. 하하.." 그런데 외국에 살아도 알 사람은 다 알 텐데.. 점점 뒤처지는 삶을 사는 것 같은 건 절대 기분 탓이 아니겠지. 에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