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련
요즘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이란 유튜브를 자주 본다. 퇴근 때마다 틀어놓는데, 처음에는 마츠다 상의 놀라운 한국어 실력에, 두번째는 놀라운 영상미에, 세번째는 시의 적절한 배경음악에 보게 되었는데 지금은 아무생각없이 중독 되었다. 그냥 술마시는 한 아저씨의 일상을 보는 것이 힐링이 된다. 내가 오사카에 가서 어떤 음식을 먹기 위해 정보를 찾는 것도 아니고(가게 되면 참고는 되겠지만) 딱히 시청 목적이 없다고 보면 되겠다.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 겠어요' 라는 박서련 작가의 책은, 처음에는 내가 왜 이 책을 읽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다가, 아니 이 책은 왜 책으로 나왔는지 목적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또 생각의 전환이 생긴 상태다. 말하자면 대단한 정보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장르 소설처럼 임팩트 있고 독창적인 그런 내러티브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에세이가 주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함이나 따스함이 뭍어 나는 것도 아닌, 의식의 흐름을 여과없이 펼쳐놓은 남의 일기를 어쩌다 읽어버렸다는 생각... 작가의 독특한 필력은 알겠는데 그렇다고 이걸로 독자에게 책 한 권을 다 읽게 만들겠다는 건 작가나 출판사의 노력이 좀 부족한게 아닌가 싶은? 약 반정도까지 읽었을 때의 생각이다.
그런데 느끼는게, 요즘 유명 컨텐츠(책, sns, 인플루언서...)의 공통점을 보면 대단한 목적의식을 갖고 보기에는 특별할 게 없다는 거다. 내가 너무 무게잡고 사는 꼰대가 된 느낌이 들 정도로... 그래.. 그냥 예쁜 걸 먹고 싶다는 그런 말도 이제는 컨텐츠가 될 수 있는 세상이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니, 양성평등론이니, NFT, 가상화폐, 메타버스 하는 복잡한 소리도 많지만 그 반대편에는 영양가 안되는 소리들이 우리 뇌에 영양가를 주는 일종의 사회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나는 이런 것을 유치하다 생각했는데.. 그건 오만이다.
예쁜 걸 먹겠다는데, 일 끝나고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술 한잔 하겠다는데. 그런 나를 막 보여주고 너도 그러냐고 공중에다 떠들겠다는데, 그게 무슨 윤리의 문제이며 가치 여부를 따져야 되냐. 그 자체로 우리가 대동단결 한다는 말이다. 존재하는 나 그대로의 모습. 맥락 없이 울고, 참았다 한번에 소리 지르기도 하는 그런 그 자체를 얼마나 더더욱 리얼타임으로 드러내고 보여주느냐.. 는 것이 '돈'이 되는 구나. 요즘 내 관심이 '어떻게하면 우아하게 많이 벌 것인가'인데.. 그건 우아함에 대한 착각을 버리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할 거 같고. 어쨌거나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내가 좀 힙 해졌달까? 덕분에 오늘은 후루룩 써진 대책 없는 글을 죄책감 없이 발행해본다.
요즘 세상. 현대미술 같고. 전위예술 같다.
어렵다는 말을 어렵게 해보는 거다.
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