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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테크 Feb 16. 2021

소염진통제의 굴욕

소염진통제 금단현상 극복하기

아프면 일을 못하니까 매일 소염진통제를 끼고 살던 나. 너무 많이 먹어서 더 이상 소염진통제가 효과가 없게 됐다. 뿐만 아니다.  보기와 다르게 체력은 F급이라 퇴근하고 집에 오면 손하나 까딱 못한다. 당시 나는 너무 죽을 만큼 아파서 나만 아픈 줄 알았다. 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 알게 됐는데 나만 아픈 게 아니었다. 내 직장 동료들 선후배들 다 골골골 나보다 덜 아프신 분들이 없으시더라.

예전엔 아파서 결근하는 직원들한테 "아프면 병원에 가든가. 약을 먹어. 왜 자꾸 아프다고 그래?"라고 차갑게 말하곤 했었다. 왜냐면 나는 더 더 더 아프거든. 약 먹고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거 거든. 아픈 게 자랑이야? 왜 자꾸 아프대? 몸 관리도 프로의 덕목이야. 아파서 일 못하는 게 뭐가 자랑이라고 자꾸 아프다고 하냐고. 쯧. 여기서 나보다 더 힘든 사람 있어? 나는 군인 남편이랑은 주말부부도 아닌 분기 부부이고 살림도 혼자 다하고  아이 셋을 완전 독박 오브 독박 육아한다고. 나보다 더 악족건에 일하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이건 다 혼잣말.

어디서 나쁜 거는 다 배워가지고 직원들한테  못돼먹은 말과 행동을 했었다. 약 먹고 깡으로 악으로 버티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게 프로라고 생각했다. 선하고 싶었지만 말과 행동은 악덕 그 자체였었다. 내가 사랑하는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야 알았다. 정말 소중한 게 무엇인지. 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건강은 한순간에 나빠지지 않고 한순간에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을.
지난 1년 동안 몸보신한다고 한약도 먹고 영양제 값만 매달 50만 원씩 쓴다. 1년 동안 많이 노력했기에 아주 쪼끔 좋아지기는 했다. 아주 쪼끔 좋아졌을 뿐이니까 시시때때로  소염진통제의 유혹이 어찌나  나를 흔들어대든지. 소염진통제 중독일 때 절친 약사가 자기는 약을 안 먹으면서  소염진통제가 왜 안 좋은 지를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다. 뭐든 때가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냐 친구? 나 이제 들을 귀가 열렸다 친구.

설 연휴 전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긴 연휴라 그날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연휴가 매우 고달플 거라는 생각에 직관적으로 의원으로 향했다. 소염진통제 대신 항산화제인 비타민제 맞으러.

나 : "선생님, 온몸이 욱신욱신 아파요. 비타민 수액 좀 놓아주세요."
닥터: "네. 열은 없고 목도 안 부었지만 몸살이 있으니까 소염진통제도 같이 놓아드릴게요."
나: "아니에요 쌤, 소염진통제는 빼주세요. 웃기게 들리시겠지만 저 자연치유력을 높이고 있는 중이에요."
닥터 :"(저보다 훨씬 어리신 닥터님 표정은 황당해하면서도) 네. 소염진통제 빼고 비타민제만 놓아드릴게요."
 
수액을 다 맞았는데 아직 수액 발이 안 먹고 아프다 아파.
맛사지샵으로 가자.

원장님: "어디서 시달리다 오셨요?"
나 : (아파서 말이 안 나옴. 나 엄청 아픈 거 맞죠~ 독백)
원장님: "몸이 엄청 냉해요. 본인은 스트레스 안 받는 대지만 뭔가 스트레스 엄청 받고 있는 거예요."
나 : (며칠 집중해서 일을 좀 하긴 했죠. 돈 버는 일이니까 스트레스라고 생각 안 했는데 스트레스였나 보네요. 독백)
원장님이 단골이라고 1시간이나 오버해서 마사지를 해주셨다. 쪼끄만 몸집에서 어찌 그런 힘이 나오는지 원장님 손맛에 나 완전 몸이 회복이 돼버렸다.  너무 감사해서 돈을 더 드리려고 했는데 설 선물이라고 됐다고 하면서 밑반찬까지 챙겨주신다. 이런, 인복 많은 성경 같으니라고.

컨디션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그새를 못 참고 그날 오후에 필라테스를 갔다 오고 말았다.
너 오전에 죽다 살아났다는 거 까먹었니? (도리도리. 못 말린다)
운동하고 오니 몸이 더 가뿐하고 좋아. 아주 좋아. 이건 어디까지나 설 연휴 전날 이야기였어.

그다음 날 아침. 나 완전 온몸이 안 아픈 곳이 없는 거야.
아무래도 필라테스 때문에 근육통이 생긴 것이겠지.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아플 수가 있나?
돈 들여서 비타민 수액에 마사지까지 받고 온 나인데 아프다고 할 수가 없어서 남편 몰래 민간요법을 쓰기로 했다. 선배님 아버님이 허리가 아프셨는데 안티프라민을 바르고 싹 낳았다는 우스갯소리가 생각났다. 일시적으로 통증을 없애고 잠을 자야겠다 싶어서 파스 향 오일을 온몸에 발라줬다. 그랬더니 온 몸이 후끈거리기 시작했고 난 곧 잠이 들어버렸다. 4 시간 가량 잠을 자고 나니 아픈 곳이 싹 사라져 버렸다. 역시 잠이 보약이었나?

회복탄력성이 더 좋아지고 있다.
이제는 소염진통제의 유혹이 클레오파트라만 못하네.

내가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각종 민간요법들 알아버렸거든. 굿바이 소염진통제. 하이 민간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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