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범수 Jun 26. 2023

체헐리즘

체험+저널리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오른쪽 검지로 영혼 없이 넘기다가, 그냥 팔로잉만 되어있는 지인 아닌 지인의 스토리에서 멈춰 섰다. 어느 기사가 좋다며 링크를 공유한 게시글이었다. 대게 사람들은 문자보다는 사진이나 영상 등의 시각물에 더 호기심을 갖는다는데, 스토리를 볼 때는 나는 그 반대더라. 스토리 내용만으로는 어떤 기사인지 모르겠으나, 누군가 '글을 추천'했다는 것에 매료되어 그 링크에 들어갔다.

스타벅스 가서, "제일 안 팔리는 걸로 주세요"[남기자의 체헐리즘]

제목만 봐도, 보도기사 형식이 아닌 본문의 많은 문장을 보면 더더욱, 평범한 기사는 아님을 짐작할 수 있었다. 


수습기자 때 휠체어를 타고 서울시내를 다녀 봤습니다. 불편한 세상이 처음 펼쳐졌습니다. 직접 체험해 깨닫고 알리는 기사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체헐리즘'입니다. 체험과 저널리즘을 합친 말입니다. 

체험과 저널리즘의 만남이라..! 기자는 형식적인, 딱딱한, 심오한 주제의 기사만 쓸 줄 알았는데. 신선한 충격이었다. 글 또한 매우 흥미로웠다. 애초에 내가 보는 기사라고는 '뉴스-스포츠-해외축구'를 순서대로 누르면 나오는 글들뿐이고, 선호하는 성향의 신문사도 없고, 아는 기자라고는 박대기 기자밖에 없지만, 처음으로 '기자'라는 분을 구독을 눌렀다. Youtube가 아닌 곳에서의 첫 구독이었다. 

어딘가에 중독된 것처럼, 몇 시간 동안 그의 저널과 그 기자분이 나왔던 TV 프로그램을 챙겨봤다. 내가 관심 있었던 사회적 문제점(?)을 담고 있는 기사와 흥미로운 기사가 매우 많았다.


출처 : [남기자의 체헐리즘]'브래지어', 남자가 입어봤다, 머니투데이

"26초 만에 건너라니"…횡단보도에 갇혔다

'사육곰 철창'에 갇혀…10시간을 보냈다

20년 만에, '수능시험'을 봤다

"당신의 삶이, 24시간 남았습니다"

'브래지어', 남자가 입어봤다

눈 감고 '벚꽃축제'에 갔다

이런 재밌는 기사를 이렇게 늦게 발견하다니...



내가 이 분의 기사에 이렇게 많이 흥미를 가진 것은, 내가 '경험주의자'여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려서부터 호기심 때문이겠지 아마,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을 좋아했고, 다양한 경험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왔다.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려면, 타인의 삶을 공감할 수 있어야 하고, 공감을 하려면 타인의 감정을 느낄 수 있어야 하고, 그 감정을 느끼기 위해선 그이의 체험을 경험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왔다. 아르바이트도 한 곳에서 오래 하기보다는, 단기알바를 여러 가지 했다. 쿠팡 물류알바, 컨베이어벨트에서 무한히 나오는 비빙수상자를 옮겨서 래핑 하는 알바, 인력사무실을 통해 스타렉스를 타고 어느 교외의 가구폐기장으로 가 가구를 부셔서 트럭에 쌓는 알바, 콘서트장에서 1번부터 1000번까지 번호대로 줄 세우는 알바, 대관한 카페에서 손님인 척하다가 장미꽃을 나눠주는 프러포즈 알바, 에버랜드 인근 호텔에서 조식 서빙하는 알바, 신라호텔에서 객실 화장실청소하는 알바 등. 해외여행을 갈 때도, 갔던 국가나 여행지는 최대한 지양하고 가본 적 없는 문명(?)의 나라나 대륙을 찾아 떠났다. 운동 등의 취미도 내가 관심이 없어도 내가 해보지 못한 것을 누군가 한다 하면 따라가서 경험했다. 

언제는 육군 최전방 GP 부대에 가서 초소 경계근무서는 병사를 체험했는데, 정말 병사 생활관에서 일주일간 함께 생활했다. 언제 또 내가 병사와 같이 생활해 보겠는가. 피엑스가 없어 몇 주요 상품만 들여놓은(몹시 슬픈 거임) 매점을 이용하고, 샤워는 보일러 가동 시간에 맞춰 정해진 시간에, 물이 부족해 정해진 짧은 시간동안 해야 했고, 뜨거운 물을 맞으며 양치하는 것은 상상도 못 했다. 밤낮도 없이 어느 날엔 낮에 자고, 어느 날엔 밤에 자면서 삶의 패턴을 계속 바꿔야 했다. 그때는 개인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했을 때이므로, 가족과 친구에게 '부대입니다. 전화 주세요.'라는 문자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내봤고, 사지방에 가서 사회의 한 박자 늦은 뜨거운 감자를 접했다. 올레 티비 앞에 앉아 같이 고등학생 이후로 관심도 없던 걸그룹 뮤직비디오도 봤다.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느끼는 것이 정말 많다. 지금부터 위의 각 체험에서 느낀 것을 말하면 일출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책이 간접경험을 시켜준다 하지만, 간접경험과 직접경험은 또 차원이 다르다. 직접 경험해보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단어와 수식어 등의 문자로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누가 나에게 '중력가속도 5G는 어떤 느낌이야?'라고 물으면, 나는 매번 '롤러코스터 탈 때의 한 열 배의 느낌..?'이라고 말하지만 그의 눈동자만 봐도 나의 대답이 답이 되지 못했다는 것을 항상 느낀다. 

대학 신문기자할 때 나도 이런 연재한 번 해볼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생이 있다면, 아시아 아닌 다른 문화의 대륙에서 이성(異性)으로 태어나봐야지.

작가의 이전글 지각자의 반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