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란 것이 엄청 지저분할 수 있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 요즘 내 생각은 지저분하다. 이 생각 저 생각이 목적없이 계속 떠오르곤 사라지고 정리되지 않는 이 기분이 싫었다. 무언가 하나라도 명료하게 정리되고 해결되었으면 싶었다. 역시 그럴 땐 글쓰기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에 다시 브런치에 들어와 본다.
메인화면에는 멋 들어진 사진과 함께 클릭하고 싶을 법한 문구가 달린 글들이 먹음직스럽게 나를 유혹한다. 나에게 정말 필요한 정보인가 유익한가와는 무관하게 이 글 저 글 클릭해서 무심하게 읽고는 한다. 대부분은 자신의 경험에서 나오는 성찰이나 유익한 정보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자신만의 언어로 요리해 대접한다. 이런 글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라는 사람이 쓴 글에 대해 자신이 없어지곤 한다. 그냥 마음편한 일기장처럼 쓰기엔 비루하고 그렇다고 남들이 보고 가치있을 만한 글도 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오늘도 그저 기록에 불과하지만 한번 찌끄려봐야겠다.
여행에서 돌아온지 거의 2달이 되어가는 것 같다. 스페인으로 성지순례를 다녀왔기에 등산배낭 하나에 모든 것을 담아와야 했고 부모님을 위한 작은 선물하나도 사지 못했지만 진짜 챙기고 싶었던 친구 몇 명에게 선물할 조촐한 선물을 가져왔다. 그 중에서도 진짜 친한 친구라 여기는 친구중 1명에게는 아직 선물을 전달하지 못했다. 어쩌다 얼굴을 마주할 기회는 있었으나 다른 친구들도 있었기에 주지 못했고 지금까지도 전해주지 못하고 있다. 그냥 연락해서 약속을 잡으면 되는 것에 왜 나는 마음이 어렵고 힘든가 고민을 했다. 그러다 내가 맺고있는 관계에 대해서 많이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 친구는 직장에서 만나게 되었다. 서로 같은 일을 하지 않았지만 우연한 계기로 여행을 가게 되었고 그 이후 더 많은 여행을 계속 같이하며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이제는 서로 같은 직장에 없고 하는 일도 다르기에 교류할 일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나는 소중하고 친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한 친구가 내게 물었다. '너에게 친한 것은 어떤거야?' 언제고 연락해도 아무거리낌 없이 지낼 수 있고 예전과 같은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 친구는 나와는 정반대라고 했다. 자신은 항상 연락을 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이 있고 무엇을 하고 사는지 알려고 노력하는 것 즉 연락의 빈도가 친함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아직 선물을 주지못한 친구가 생각이 났다. 그 친구는 나랑 친한 것인가? 물론 언제 만나도 서로 같이 있으면 편하고 서로의 길을 응원할 것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데 우리가 서로가 어떻게 사는지 알고 있나? 서로의 삶에 대해 궁금한가? 우린 서로의 삶에 대해 모른다 그리고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러나 언제 만나도 서로를 존중하고 감사할 것이다. 그래서 우린 친한건가?
내가 왜 이 친구에게 연락을 못하고 있는지 왜 아직까지 선물을 전달해주지 못한건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사람들은 이런 것을 시절인연이라고 하려나? 지나간 시절의 사람을 나는 아직 붙잡고 있는 것일까? 이렇게 생각하며 많은 친구들을 떠올려보니 내 장례식에 초대할 사람이 없는 것만 같아 슬펐다.
모두들 어떻게 관계맺고 있을까?
그 중 정말 믿고 의지하고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