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성인 교육 도메인에서 기획 일을 하고 있다. 하루는 기존 상품의 성공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상품을 전개하고자 하는 팀의 A 리더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A 리더님은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서 기존 고객에게 팔고 싶고 새로운 고객도 모으고 싶다고 했다.
A 리더 : "저희 기존 상품을 구매한 고객은 저희의 찐팬이거든요."
B 필자 : "찐팬의 종류는 어떻게 되나요?"
A 리더 : "거의 다 똑같은 찐팬이에요. 저희 유튜브를 보고 호기심 있는 사람들이 플랫폼에 유입해서 상품까지 구매했어요."
B 필자 : "모든 고객이 찐팬이라는 그룹 하나에 묶일 정도로 행태가 똑같나요?"
이 질문에 필자가 셀프 답변을 하자면 절대 그럴 리가 없다. 고객의 모습은 입체적이고 다들 저마다의 이유로 상품을 구매한다. 고객이 100명이라면 상품을 구매하는 이유가 (과장을 조금 보태) 100가지 일 수 있다. 또한 고객은 호기심이 있어서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충동구매가 자연스러운 분야를 제외하고, 본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품이라는 수단 또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만약 교육 상품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고객이 상품을 구매하는 과정
욕구 → 목표 → 문제 → 고통 → 관심 → 비교 → 구매
고객은 솔직한 욕구로 인해 무언가 하고 싶은 (또는 갖고 싶은) 목표가 생기고,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생겨 고통을 경험한다. 이 고통을 지금 당장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 해결 수단이자 방법인 상품에 관심을 갖게 되고, 본인이 기존에 알고 있던 수단 및 방법과 비교하는 과정을 거친 후 구매를 결정한다.
A 리더님 팀의 기존 고객은 욕구가 아주 뚜렷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 중 문제가 명확했으며 A 리더님 팀의 상품을 통해 지난 몇 년간 이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었다. 이 레거시와 비교했을 때 시장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 보니 고객이 빠르게 구매를 결정할 수 있었다.
그동안 비슷한 모습의 고객을 만나면서 비즈니스가 잘 됐기 때문에(누가 보면 럭키, 다른 누가 보면 사업 수완) A 리더님은 고객의 모습을 단순하게 인식하고 있었고, 고객이 상품을 선택하는 과정을 단선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필자는 여기에 오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A 리더님에게 내 고객의 모습을 알아가는 과정을 설명해 드렸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고객은 저마다의 이유로 상품을 구매한다. 그렇다고 고객이 상품을 구매한 이유를 하나씩 분석하는 것은 한도 끝도 없기 때문에, 고객이 상품을 구매하는 근본적인 이유인 목표 달성 과정 중 마주치는 문제에 따라 고객을 그룹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하나의 그룹으로 묶인 고객은 동일한 문제가 있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고통이 다르기 때문에 고통에 따라 고객을 세분화하여 정의해야 한다. 쉽게 말해 고객의 문제는 중분류, 고객의 고통은 소분류인 것이다. 참고로 대분류는 고객의 목표다.
고객의 욕구, 목표, 문제, 고통을 뾰족하게 정의하고 일렬로 매칭하면 고객의 퍼소나(페르소나)를 정의한 것과 같고, 이를 바탕으로 내 고객이 어떤 사람인지 묘사할 수 있다.
이제 세분화된 고객이 상품을 구매하기까지 어떤 행태를 나타내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고객이 상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보였던 행태는 동일한 그룹의 다른 고객에게도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내 상품에 관심을 갖고 있는 고객은 무엇에 반응했는지, 기존의 문제 해결 수단(또는 타사의 상품)과 비교하고 있는 고객은 어떤 포인트를 비교하고 있는지, 구매를 앞둔 고객은 왜 결제를 망설이고 있는지 등을 알아야 한다.
고객의 행태를 정성적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뇌피셜에 불과하기 때문에 고객을 정량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동반해야 한다. 정성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장 유력한 가설을 세우고, 리트머스 용지와 같이 정확하게 on/off 또는 수치(비율, 건수 증감 등)로 판단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고객의 액션을 확인하는 방식이 있다.
이때 가설을 바탕으로 조작 변인은 1가지 요소만 설정하고 나머지 요소(상황)들은 모두 통제 변인으로 둬야 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마치 학창 시절에 과학실험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필자는 왜 내 고객을 알아야 되냐는 질문에 "기획자가 내 고객을 모르면 내 상품이 잘 됐을 때 왜 잘 됐는지 모르고, 안 됐을 때 왜 안 됐는지 알 수 없습니다. 즉, 다음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필자는 A 리더님이 위 과정을 참고하여 찐팬을 다시 분석해 보면 여태 몰랐던 고객의 모습을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더 많은 기회가 보일 것이고, 지금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늘의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