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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스타 Sep 18. 2023

어쩌다가 강의팔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팔이피플을 뛰어넘은 강의팔이의 탄생

안녕하세요 기획 일을 하는 원스타입니다. 몇 년 전에 '팔이피플'이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를 바탕으로 크고 작은 유명세를 얻은 유저가 갑자기 공동 구매를 모집하고 광고 게시물을 올리면서 팔로워를 대상으로 상행위를 하는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이를 지켜본 팔로워와 사람들은 거부감이 있었는지, 이런 방식으로 상행위를 하는 유저에게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아 팔이피플이라는 별명을 붙여줬습니다.


이와 똑같은 맥락으로 최근에 '강의팔이'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유튜브에서 개인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크고 작은 유명세를 얻은 채널 및 출연자가 갑자기 본인만 알고 있는 세상의 비밀을 알려주겠다며 구독자와 시청자를 대상으로 강의나 사이트를 광고하는 행위를 뜻하는 것입니다.


팔이피플의 경우 인플루언서나 SNS를 활용한 마케팅과 온라인 커머스 생태계가 점점 고도화되면서 사람들이 팔이피플의 전문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반면, 강의팔이는 아직까지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아마 강의팔이가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오히려 피로감만 준 것 같은데요. 오늘은 강의팔이가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 순으로 설명하겠습니다



강사의 신뢰도가 낮아서

강의팔이의 가장 큰 문제는 화자인 강사의 신뢰도가 낮다는 것입니다. 강사의 프로필, 히스토리, 유명세 등이 확실하지 않은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고로 프로필은 투명해야 하고, 히스토리는 before & after로 요약할 것이 아니라 상세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하며, 유명세는 특정 소수 집단만 아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인정할 만한 정도가 돼야 합니다.


작금의 강의팔이는 이 3가지 중에 하나라도 제대로 충족하기가 어려운 것 같은데요. 그러다 보니 시각적으로 있어 보이기 위한 방법을 택하는 것 같습니다.(이름하여 있어빌리티) 상세페이지에 '재야의 고수', '전문가들의 전문가' 등과 같은 수식어를 붙이고, 양복 입고 팔짱 끼면서 근엄한 표정으로 찍은 프로필 사진을 내걸었다고 해서 없던 신뢰가 갑자기 생기지 않죠.



사람들의 공감이 부족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강의는 교육의 영역입니다. 교육이란 무언가를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고, 가르치는 사람 못지않게 배우는 사람의 의중과 상태가 중요합니다. 가르치는 사람이 아무리 교육이라고 외쳐도 배울 사람이 교육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교육이 어려운 것이죠. 많은 사람들이 강의팔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강의팔이의 강의를 교육의 영역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강의팔이의 강의는 교육의 영역이라기보다 웹툰, WWE 프로레슬링, 넷플릭스 등과 같이 엔터테인먼트 영역의 유료 콘텐츠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들이 강의를 교육이 아닌,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포지셔닝을 했으면 적어도 강의팔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고객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서

재수 학원을 등록한 고객은 이전보다 좋은 대학을 가야 하고, 영상 편집 강의를 수강한 고객은 영상 편집 기술을 습득해야 하며, 부자 되는 방법 강의를 수강한 고객은 부자가 돼야 합니다. 즉, 강의라는 수단을 통해 고객은 본인의 목표를 달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강의팔이의 강의를 듣고 본인의 목표를 달성한 사람을 목격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고객에게 필요한 내용을 강의로 만든 것이 아니라, 강사가 말할 수 있는 내용을 강의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강사의 지식과 정보를 나열한 후 '나도 했으니까 너도 할 수 있어'라는 논리로 구성된 강의를 통해 고객이 목표를 달성하기 힘든 것이죠.

설령 강의팔이의 강의가 효능이 있다 하더라도 강사의 신뢰도와 사람들의 공감이 부족하다 보니, 사람들은 강의의 효능을 마치 싸구려 건강 기능 식품의 효능처럼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의팔이라는 부정적인 뉘앙스의 별명이 생긴 건, 위의 3가지 이유와 함께 강사(또는 콘텐츠 제공자)가 단순히 강의를 만들어서 팔고 끝내려는 생각과 행동이 많은 사람을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유튜브에서 콘텐츠로 어느 정도 사람을 모은 후 이들에게 강의와 사이트를 소개하는 영업 패턴이 사람들에게 피로감을 준 것도 한몫했을 겁니다.


배움은 어디에나 있고 교육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에게 1타 강사나 명교수가 필요한 것은 아니죠. 누군가의 개똥철학이나 사소한 기술은 다른 누군가에게 필요한 정보일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누구나 강의를 만들 수 있고 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3가지를 하나씩 충족할 수 있다면, 강의팔이도 부정적 뉘앙스에서 벗어나 하나의 분야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팔이피플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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