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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Apr 03. 2024

<아무거나 문방구>

2024년 2번째 책

[이 리뷰는 창비의 도서 협찬을 받아 쓰여졌습니다]

제목: 아무거나 문방구 1편. 뚝딱! 이야기 한 판

작가: 정은정, 그림: 유시연

줄거리이야기를 듣고 기록하기를 좋아하는 도깨비 ‘아무거나’는 천 년 넘게 살아오며 매일같이 사람들 앞에 불쑥 나타나 외쳤다. “어때? 나랑 재밌는 이야기 한판! 이야기라면 아무거나 다 돼.”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이야기를 털어놓았고 도깨비의 이야기 장부는 손쉽게 채워졌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모든 것이 변했다. 사람들은 더 이상 한데 모여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스마트폰을 보느라 도깨비가 나타나도 관심이 없다. 도깨비는 고심 끝에 기발한 생각을 떠올린다. 바로 신비한 물건을 매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문방구를 차리는 것! 과연 이 신통방통한 도깨비 문방구에 어떤 손님들이 찾아올까?


리뷰 이벤트가 있으면 종종 참여하곤 하는데, '가제본'이라는 말에 말벌아저씨처럼 달려갔다. 아무래도 가제본을 접할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 동시에, 문예창작과 시절 가장 재밌게 들은 과목을 떠올려봤다. 아동문학. 읽으면 읽을수록 동화는 비단 어린이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구나. 아이들이 읽을 수 있어서 어른들도 읽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들. 간절하고 간지러운 생각으로 신청했더니 당첨! 덕분에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는 동화책을 읽을 수 있었다. 창비 담당자 분들 감사합니다:)


<아무거나 문방구>의 큰 줄거리를 말하자면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는 도깨비가 시간이 지나면서 이야기를 들을 곳이 사라지자 어떻게든 이야기를 듣기 위해 빈 가게를 산다. 그곳의 이름은 '아무거나 문방구'. 없는 것 빼고 아무거나 다 파는, 아! 신통한 물건을 아무거나 다 파는 가게이다. 자,여기서 이야기를 어떻게 모으냐면 물건을 가져가서 쓴 손님들이 물건을 쓰고 난 후의 소감, 얽힌 마음 속 이야기들을 도깨비가 받아적으면 끝 ! 엄마가 다른 친구들 엄마처럼 젊어졌으면 해 제이가 사간 젊어지는 달달샘물, 개팔자가 상팔자라고 생각한 영재의 강아지 가면, 거절이 어려운 나리의 신나리 도깨비 감투, 동생에게 양보하는 것이 싫었던 지우의 더블더블컵까지 도깨비가 좋아할만한 이야기가 가득하다.(도깨비는 어떤 이야기든 다 좋아하지만~)


흥미진진한 동화였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도 아이들 나름의 걱정이 있고 그걸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학원에 가야 하니까, 어른들은 아이 때가 제일 좋을 때라 하니까 채 다 바라보기도 전에 꽁꽁 묻어버린다. 묻어버린 것들은 자꾸만 올라온다. 이때 가장 필요한 건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존재'이다. 걱정은 털어놓기만 해도 마음이 시원해지니까. 여기서 동화가 세심했다고 느낀 지점은 아이들이 이야기를 털어놓는 존재를 다른 누구도 아닌 '도깨비'로 설정했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옛날 이야기에서 도깨비를 많이 봐왔지만 직접적으로는 본 적이 없다. 동시에 아이들은 걱정을 끼칠까 엄마, 아빠에게는 털어놓지 못하고, 공원에 앉아계신 할머님은 사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지. 때문에 아이들에게 적당한 거리가 있는 도깨비를 고민 친구로 설정한 것이 아닐까 싶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보아도, 가까운 사람보다는 조금 먼 사람들에게 얘기했었다. 그들은 내 고민을 들어주되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새나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덕분에 더 따뜻한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혹시 도깨비씨,,,때가 찔끔 묻은 어른의 고민도 들어주시나요,,,?


뚝딱 이야기 한 판! 이라고 쓰여진 부제목과 지희가 가져간 어쩌다 빨간부채파란부채 세트가 그곳을 향한다. 2편의 향기가 솔솔~다음 편엔 어떤 이야기들을 모으게 될 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창비 담당자분들 덕분에 좋은 책을 읽을 수 있어 행복했다고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 생각날 때마다 꺼내 읽고 싶은 따뜻한 이야기, <아무거나 문방구>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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