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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메리 키노 Jul 19. 2022

1과 2분의 1에서 시작하는 편지

빛나는 수식어와 함께

작가님, 이 매거진을 만든 지 꽤나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통 글이 써지지 않아 함께 열심히 미루고 미뤄왔네요. 시간이 조금이라도 남을 때 틈틈이 써야겠다는 생각에... 아니 사실대로 말할게요. 남는 시간에 모바일 게임을 하다가 슬슬 질려서 글이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에 브런치를 실행시켰어요. 역시 게임은 남는 건 순간의 재미지만 여태껏 써왔던 글이나 슬슬 써 내려갈 글들을 읽어갈 수 있는 건 평생 남는 재미라고 글을 쓴 김에 그렇게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글을 쓰기 시작하는 처음의 순간은 지금처럼 삶이 약간 무료해질 때 폭발적으로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재미를 찾는 삶도 물론 중요하지만 순간에 찾아오고 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반복하는 재미는 언젠가는 재미로 느껴지지 않게 되거든요. 근데 방금 느낀 건데요. 글은 얼마 쓰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의미 있게 시간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글을 쓰고 있다는 것에 위안 삼으려는 인위적인 마음이라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 의미가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작가님, 위 질문에 대한 리플(답변이라고 하면 부담될 수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써주시길 바라요)은 댓글도 좋고 제 글 다음에 써주실 내용에서 꼭 만나길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그저 사소한 질문인데 간절(?) 해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요? 아무튼 이번 문단에선 질문이 아니라 제목에 대한 해명을 해보려고 합니다. 해명해달라고 어느 누구도 요청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해야 작가님에게 어떤 메시지라도 던질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제가 던진 메시지에 잠재되어있던 반사신경으로 잘 받아내실 수 있을지도 궁금해지는군요. 후훗. 아 막상 해명한다고 쓰려고 보니 왠지 거창 해지는 것 같아서 부담감도 동시에 스멀스멀 올라오는군요. INFP에게 존재하는 마음의 갈대숲에 불어오는 혼돈의 바람이 본론에 들어가는 것을 지연시키고 있네요. 흠흠!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지평선에서 내리쬐는 노을빛처럼 따스하게 글을 이어가 볼게요. 1과 2분의 1이라는 대분수가 떠올랐던 것은 우리가 만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주신 수첩 속 손편지 덕분이었어요. 설렘이 가득 담긴 편지를 받는다는 건 정말 정말 백만 볼트를 맞은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죽지 않은 건 정말 다행이고요). 그 편지가 작가님에게 받은 최초의 편지였기 때문에 30여 년 인생에 1로 남을 수 있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마음을 보일 수 있게 한 페이지의 글로 남긴다는 것은 당시의 감정에 진심을 불어넣는 소중한 시간을 써 내려가신 거잖아요. '최초의 1'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은 것 같아요. 좋은 마음을 표현한다면 뭔가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한계점에 도달했네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저의 해명은 여기까지 일단 하고요. 틈나는 대로 생각나는 부분이 있으면 리플 달아보겠습니다. 절대 쓸거리가 없어서 회피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해두겠습니다(다른 내용의 편지 남기느라 한눈팔고 있을 수도 있고요).


편지글은 자유형식이라 역시 쓰기 편한 것 같아요. 진심을 담아내기도 하고, TMI를 곳곳에 뿌리기도 할 수 있고, 제멋대로 끝맺음을 할 수 있으니 말이에요. 커플에서의 관점이 아니라 작가로서 대면하는 느낌의 이 편지글을 직접 써보니 그 호감도가 증가하는 것 같습니다. 조금 고민하면서 썼지만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다 보니 글이 줄줄줄 써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과 함께 편지 매거진을 만들어가고 먼 훗날에 우리의 시간과 감정 그리고 마음이 깃든 글이 책으로 나올지도 모른다는 설렘이 계속 편지를 쓰고 답장을 남겨갈 원동력이 될 것 같습니다. 직장일로 바쁘고 집에 돌아오면 글 쓸 힘도 남아있지 않은 그로기 상태로 퇴근하는 날이 많잖아요. 그래도 괜찮아요. 오래오래 두고두고 쓰게 될 매거진이니까 여유 있게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언제까지 글을 남겨야 되는 원고 마감날이 정해진 것은 아니니까 있는 그대로를 담아내실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리겠습니다. 손편지가 아닌 편지 매거진은 2분의 1쯤 해두죠. 작가님의 답장이 나머지 2분의 1을 채워 또 하나의 1이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졸음과 싸우며 남겨지게 될 첫 번째 답장 무척이나 고대하며 반길 준비를 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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