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일까, 아닐까?
아침 10시, 시간 맞춰 병원에 도착했고 곧바로 채혈을 했다.
검사 결과는 전화로 알려주는 병원도 있다고 하던데, 내가 다니는 병원에서는 2시간 뒤에 결과가 나오니, 결과를 듣고 진료를 보고 가겠냐고 물었다.
언제 올지 모르는 전화를 기다리는 건 너무 피 말리는 일일 것 같아서 2시간 기다리겠다고 했고, 지금은 병원 근처 카페에 와서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9월 중순, 거의 무지한 상태로 시험관 과정에 들어갔다.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배에 주사를 놓고, 먹어라는 약은 꼬박꼬박 챙겨 먹고, 만보걷기가 도움이 된다는 말에 시간을 내어서 일부러 만보를 채워 걷기도 했다. 식단 조절은 크게 하지 않았지만, 카페인은 끊었고 두유는 매일 하나씩 잊지 않고 먹었다. 이식을 하고 난 후에는 혈액순환이 잘 되게 하기 위해 평소에 신지 않던 수면양말을 신고 있었고, 평소에 크게 무리하지 않고 스트레스받지 않으려고 꽤나 노력하며 지냈다.
이식하고 난 후, 남들은 착상이 되면 느낌이 온다고 하던데, 나는 전혀 느낌이 없었다. 오히려 생리하기 전에 오는 생리 전 증후군이 확실해 보였다. 임신이 아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니 임신테스트기가 크게 궁금하지 않았다. 병원에 가서 피검사를 하고 결과를 들어야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아니, 사실은 결과를 알기가 두려웠다. 임신이 아니면 어떡하지? 냉동배아도 나오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러면 다시 과배란 과정부터 시작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순간 눈앞이 깜깜해졌다.
이번에 임신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괜찮다. 이제 겨우 1차일 뿐이다. 또 시도하면 된다.
그러나 분명 오늘 하루는 마음이 무너지겠지.
그러면 펑펑 울어야겠다. 시원하게 울어버리고, 남편과 술 한잔 마시고, 툭툭 털어버려야지. 다시 시작하기 위한 힘을 내야지.
뚜껑을 열어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다고 하지만, 난 왜 상자 안의 내용물이 뭔지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걸까.
상처를 조금이나마 덜 받기 위한 나의 방어기제가 아주 잘 작동하고 있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