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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연주회

지쳐 제 갈길 가려는 해가

해맑게 이별을 고하는

어느 한낮의 공원

추레한 노신사의 하드케이스에 든

햇볕을 닮은 황금색 색소폰이

힘겹게 소리를 내자

집으로 가려던 해가

발뒤꿈치 들어 빼꼼히

말똥말똥 한 가락 더 듣고자

귀를 가까이 댄다.

색소폰의 오래 닳고 닳은

묵직한 소리가 늦가을 바람 따라 퍼지고

지 할 일 잊고 나무능선에 걸린 채

넘어갈 줄 모르는

아무 듣는 이 없는

한낮의 연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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