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에필라 May 12. 2024

방콕 도착 첫째 날 돈므항공항

우리가 탄 비행기는 돈므항 공항에 도착했다. 태국 문자가 익숙하지 않아서 태국 글자를 보면서 천천히 걸었다. 걷다가 입국심사를 하는데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도시 방콕답게 각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방콕에는 두 개의 공항이 있다. 수안나폼공항이 더 최근에 생기고 큰 공항이고, 돈므항 공항은 국내선도 다니는 작은 공항이라고 해서 이렇게까지 대기인원이 많을 줄 몰랐다. 밤비행기로 도착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남편과 함께 대기를 하는 동안 우리의 뒤에 몇십 명이 되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입국심사를 하고 밖으로 나오니 여성 왕족의 초상화가 있었다. 태국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는 상태였지만, 현재 국왕이 남자라는 것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일지 궁금했다. 왕족이 있는 나라에 방문하는 건 처음이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궁금한 마음을 안고 태국여행을 시작했다.


입국심사 후, 짐을 찾으러 갔다. 컨베이어벨트에서 오는 캐리어에서 눈에 띄는 주황색 네임택이 달린 캐리어, 한 개는 바로 찾았다. 하지만 나머지 하나가 너무 늦게 나와서 한참이나 기다렸다. 여행사에서 모이라고 한 곳에 가니 방콕에 도착한 지 50분이 지나있었다. 밝은 갈색으로 염색한 단발머리의 가이드는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우리가 가장 늦게 도착해서 민폐를 끼쳤을까 봐 걱정했는데 우리보다 더 늦게 온 팀도 있었다. 총 7명, 3개의 팀이 다 모이자 봉고차 정도되는 차에 탔다. 차는 가죽쿠션이 무척이나 편안했다. 우리가 다 탄 것을 확인하자 운전석에 여성 가이드가 앉았다.


"이 큰 차를 운전하나 봐. 멋있다."

여성이 큰 차를 운전하는 게 멋있어 보여서 남편에게 속삭였다.

2종보통면허에 큰 차 운전보다는 작은 차 운전하는 걸 더 편하게 생각나는 나는 존경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테슬라 모델 Y를 탈 때에, 고속도로 갈 일이 없다면 평상시 시내운전은 잘 안 하게 되었다. 그 정도 크기의 차도 무척이나 크게 느껴져서 시내운전과 주차가 부담스러웠었다. 남편이 고속도로로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날 위해서 자율주행으로 운전하라고 선물해 준 차였는데, 정말 장거리 할 때만 타게 되었었다. 그 뒤에 넥쏘를 타게 되었지만, 어라운드뷰가 없었다면 SUV는 꿈도 못 꿨을 것 같다. 큰 차를 타면 긁을까 봐 무서워서 운전이 소심해지고, 차를 덜 타게 된다.


차량의 창문 밖으로 방콕의 야경을 보면서 가고 있다가 남편이 운전석 쪽을 보고 있었다. 나도 봤다가 깜짝 놀랐다. 현지인 여성 가이드가 운전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오른쪽에 앉았던 남성이 운전을 하고 있었다. 태국은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었다.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나라들이 있다고는 들었었지만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다. 내가 얼마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평상시 내가 타던 대로 운전석이 왼쪽에 있는 걸 당연하게 여겼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차는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호텔에 도착했다.

방콕에서 비행으로 쌓인 피로를 풀어줄 첫째 날 숙소는 그랜드머큐어방콕아트리움 호텔이다.

늦은 밤이었는데도 호텔외관은 공사 중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페인트 냄새 같은 화학냄새가 가득했다. 이 호텔에 묵기에 좋은 타이밍은 아니었지만, 방으로 올라간 순간 넓고 푹신해 보이는 침대를 보자마자 반했다.

"잠만 잘 자면 되지."

"침대 너무 푹신하다."

"아늑하고 좋다."

혼잣말이기도 하면서 남편도 들을 수 있게 연신 칭찬을 했다.

침대 두 개, 그리고 창가 쪽에서도 벽면을 향해 둔 커다란 책상. 넓은 공간에서도 커다란 창문과 책상이 특히나 좋았다.


책상을 이용해보고 싶었지만 늦은 밤이어서 앉아보기만 하고 바로 침대에 뛰어들었다.

하얀 침대보에 누워서 푹신한 베개에 머리를 대니 밑으로 밑으로 머리가 푹 들어간다. 에어컨 바람에 차가워진 이불을 덮으니 이불 안은 내 체온에 금방 따뜻해졌다.

"나 꿀잠 잘 것 같아요."라고 말하고 남편과 나는 거의 동시에 잠에 든 것 같았다. 중간에 깨지도 않고 웨이크업콜에 일어났다.


5시간 비행기로 간 나라가 왕족이 있고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란 사람은 틀에 박혀있어서 그 틀을 외부에서 깨뜨리고 안에서도 깨야한다.

무언가를 깨닫는 순간, 그제야 내가 고정관념에 휩싸여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앞만 보던 눈이 양 옆을 보고, 같은 부위만 쓰던 뇌가 다른 부위까지 쓰고, 같은 말만 하던 내가 다른 말을 하게 된다. 자극의 역치가 점점 올라서 웬만한 일에 놀라지 않던 내가 연속해서 '와'를 외친다.

여행을 가면 틀 안에 있었던 생각이 확장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방콕행 밤비행기 탑승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