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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sdom Shine Dec 09. 2022

7. 하악질

구슬이 눈은 그 이후로 수시로 터졌다. 그래서 눈에는 항상 알 수 없는 액체가 고여있었고, 그 모습에 우리 가족도, 구슬이도 적응해 나갔다. 아침저녁으로 약을 먹이고, 안약과 인공눈물을 계속 넣고, 눈 세척을 하는 것은 계속해야 했다. 원래 고양이를 키우는 것은 이 정도로 힘든 일은 아니라고 하던데, 우리 가족은 처음부터 너무 센 상대를 만난 것 같았다. 다행인 것은 구슬이를 데리고 온 이후 이 정도는 주욱 힘들었기 때문에, 힘든 것에 적응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냥 상황 자체가 평범한 일상이 되어 버렸다. 그러는 동안 구슬이는 우리 가족과 부쩍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첫째 아이와 구슬이의 관계가 유독 그랬다. 첫째는 책 읽기를 매우 좋아하는 아이인데, 구슬이를 무릎에 놓고 책을 읽는 모습은 정말 사랑스러웠다. 첫째는 분명 눈으로 책을 읽는데, 구슬이는 마냥 누나가 입으로 책을 읽어주는 것처럼 가만히 앉아 책을 들여다 보다 누나를 들여보다를 반복했다. 세상에 그렇게 아름다운 광경은 몇 번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둘째는 워낙 어린 아이라, 구슬이를 좋아하는 만큼 쿵쿵거리며 다가갔기에 항상 경계를 받아야 했다. 나는 구슬이를 거의 전담해서 돌보는 사람이었기에, 구슬이는 나를 그다지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수시로 잡아서 눈에 안약을 넣고, 눈을 씻어내는 데 나를 좋아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게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것을 모를 테니까. 아내는 내가 구슬이에 집중하는 동안, 집안일을 맡았다. 재미있는 것은 집안일을 마치고 밤 10시 경이되면 구슬이에게 오는데, 올 때마다 구슬이에게 조금씩 간식을 주다 보니 구슬이는 아내만 보면 애교를 피워댔다. 세상은 이처럼 불공평하다. 우리 가족은 소소하게 몇천 원짜리 구슬이 장난감을 쇼핑하기도 하고, 양말을 잘라 구슬이 옷을 직접 만들어보기도 하는 등의 시간을 보냈다. 눈이 계속 터지는 고양이를 키우는 집 치고는 너무 평화롭고 행복했다. 일주일도 채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하루는 집에 왔더니 첫째가 구슬이 꼬리에 털이 없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꼬리를 들춰보니 정말로 꼬리의 가운데 부분에 살갗이 드러나 있었다. 놀란 마음에 급하게 검색을 시작했다. 그리고 링웜이라는 병에 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링웜은 곰팡이성 피부염의 일종인데, 전염성이 강해 다른 부위로 퍼지기도 쉽고, 심지어 사람에게도 전염이 된다고 했다. 역시 어린 두 딸이 걱정이 되었다. 특히 구슬이를 무릎에 앉혀 놓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첫째가 걱정이 되었다. 설마 벌써 전염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웠다.

결국 구슬이를 데리고 다시 병원으로 갔다. 병원에 도착해서 꼬리를 보더니, 바로 링웜 판정이 나왔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익숙해진 일거리들에 추가적으로 일거리가 더 생겼다. 3~4일마다 약용샴푸로 목욕시키기, 하루에 두 번 꼬리 소독 및 연고 바르기. 다시 한숨이 나왔다. 애써 며칠간 가까워졌단 구슬이와 우리의 관계가 다시 멀어질까 봐 겁도 났다. 구슬이도 슬슬 자신의 몸을 우리에게 맡기기도 하고, 마음을 여는 것 같았는데...... 전염성이 걱정되어 같이 있는 것조차 두려운 상황이 되었으니. 그리고 그 두려움은 곧 현실이 되어, 구슬이는 나와 가족들에게 다시 하악질을 시작했다.

구슬이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gooseul_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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