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친구의 일본여행을 SNS 사진으로 보며 드는 생각

SNS시대

by CJbenitora

요즘 일본여행이 인기이다. 웬만한 국내 관광지는 바가지에 인파에 신물이난 사람들이 국내 여행과 거리와 비용이 별 차이 없는 일본을 선택한다. 전에는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와 같은 거점 대도시로의 여행이었다면 지금은 쿠마모토, 미야코지마, 오키나와, 다카마쓰와 같은 지방 도시가 인기이다. 중소도시에도 항공편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다.


대학생 때 만난 일본어를 잘했던 친구 하나는 일본여행을 매년 한두 번씩 가는데 다양한 지역을 섭렵한다. 여행 중의 그의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은 여행지의 예쁜 풍경, 맛난 음식으로 가득하다. 아이 키우며 저녁에 식당 가서 밥 먹는 것도 고민하고 그 대부분은 가지 않는 쪽을 선택하는 내 입장에서는 부러운 사진이다.


우리는 살다 보면 내가 잘 살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때가 있다. 돈이 없거나, 주변에 사람이 없거나, 시간이 없거나, 여유가 없거나, 직업이 없거나, 재밌는 것이 없는 등 인생에서 무언가가 하나씩 빠져있는 경우이다.


혹은 내가 이런 것들을 부족하지 않게 가지고 있는데도 더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이다. 나보다 더 잘 나가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 삶에서 아쉬운 점을 떠올리는 것이다.


이런 감정은 SNS에 발을 담그다 보면 자주 생긴다. SNS은 대부분 자신의 현재 상황을 과장해서 올리는데 최적화되어 있다. 있는 그대로를 올리면 조회수가 안 나오지만 화사하게 올리면 조회수가 잘 나오는 특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돋보이고자 하는 욕망에 유명해지고 있다는 욕망, 나의 게시물을 대중이 본다는 짜릿함에 사람들은 점점 더 현실에서는 잘 보기 힘든 사진들을 찍고 올린다. 올리는 사람은 자신의 욕심에 의해 올린다고 하지만 보는 사람들은 그런 사진을 보면서 부러워하고 비교하면서 괜찮은 삶을 살면서도 괜찮지 않은 삶은 사는 듯한 착각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때가 가장 위험할 때이다. 사람들은 이런 생각에 사로잡히면 잘못된 욕망을 채우려고 한다. 돈을 더 벌기 위해 소위 성공했다는 사람들의 강의에 참여하고, 사람을 사귀기 위해 연애 특강을 해주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욕심을 채우기 위해 삶을 변화시켜 준다는 커뮤니티에 참여하면서 돈을 쓴다.


이런 일들은 한마디로 말하면 아무 쓸데없는 행위다.


삶을 살아가면서 가장 핵심적인 것들은 보통 무료나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구할 수 있다. 우리가 마시는 공기, 수도꼭지를 틀면 나오는 물, 콘센트를 꽂으면 연결되는 전기, 슈퍼마켓에 널린 소금을 보면 알 수 있다. 대신 같은 기능을 하는 알프스 암반수, 아마존 공기, 히말라야 암염과 같은 것들은 수배 혹은 수십 배의 돈을 주어야 가질 수 있다. 그 돈을 받고 팔기 위해 소비자들을 혹하게 하는 글을 붙이고 사진을 찍고 광고를 하는 것이다.


다른 이의 농간에 놀아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비싼 돈을 주고 사는 것들이 대부분 욕망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나의 인생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뒤돌아 볼 때이다.


돈은 삶에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노후의 생활에 대해 겁주는 주식, 연금, 사업, 부동산 팔이들의 말장난에 놀아나 잘 알지도 못하는 분야에 거금을 투자하는 것만 막아도 삶은 풍요로워진다. 당장 먹고살 수 있고 얼마 정도 저금할 수 있다면 잘 살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스무 살 넘으면 독립시키면 되고 부모님은 연로하시게 되면 한 달에 얼마의 용돈을 드릴 수 있는 정도면 된다. 돈의 걱정에서 해방되려면 지금 하는 일을 평생 할 수 있도록 전문가가 되는 방법이 가장 이상적이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건강이 대표적이다. 건강을 얻으려면 회원권을 사야 하고 유명한 사람에게 운동을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많은 이들은 착각한다. 사람을 현혹시키는 이 모든 것을 무시할 필요가 있다.


가볍게 하루 1시간만 낼 수 있으면 된다. 그 시간 동안 산책을 해도 좋고, 조깅을 해도 좋고, 수영을 해도 좋고, 등산을 해도 좋다. 당장 시작할 수 있고 몸에 땀을 낼 수 있으며 나이가 들수록 떨어지는 근력과 지구력을 보완해 주는 운동을 고르면 된다. 피트니스, 에어로빅, 필라테스, 헬스를 남을 따라 특히 인플루언서를 따라 시작하지 말자. 혼자 하는 기본적인 운동이 습관이 되고 나서 시작해도 늦지 않다.


그 외 다른 것도 몇 가지 살펴보자. 집은 내 가족이 별 불편 없이 머물 수 있고 들어가면 따뜻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면 어떤 곳이라도 상관없다. 넓어봐야 청소가 문제고 마당이나 정원이 있어봐야 잡초를 뽑아야 해서 성가시다.


음식도 사진 찍어 온라인에 올리려고 굳이 비싼 오마카세 요릿집에 가서 먹으려 하지 말고 재료를 사다가 시간을 들여서 해 먹으면 된다. 레시피는 넘쳐나고 슈퍼마켓에 재료도 넘쳐난다. 품이 좀 더 들어가면 현대 식단으로 인한 폐해에 덜 노출된다. 귀찮을 때는 간간히 간편 포장식을 사서 데워 먹어도 되니까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차는 있으면 생활반경이 넓어져서 좋지만 없으면 더 좋다. 걸어 다니며 주변을 더 느끼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환경에도 도움이 되고 특히 도시에 살면 지하철, 버스등 교통망이 훌륭해서 사는데 지장이 없다.


휴대전화도 필수품이지만 좋은 제품을 살 필요가 없다. 전화 잘 되고 인터넷 잘 연결되면 그걸로 끝이다. 5년 전에 출시된 전화기를 지금 써도 충분하다. 사용시간이 짧아지면 배터리만 교체하면 된다.


우리는 주변의 영향으로 인해 많은 부분을 조바심을 내며 살고 있다. 정말 필요한 것만 남기자고 생각해 보자. 그럼 버릴 것들, 불필요한 것들이 많을 것이다. 거금을 들여서 산 것들을 제대로 활용하기는커녕 한 번이라도 써봤다면 다행일 정도이다.


SNS는 정보의 보고이다. 유용한 지식이 많다. 친구나 타인의 일상을 보며 같이 즐거워하고 공감할 수도 있다. 가족 친구들과 같이 놀러 갈 곳을 정하기도 좋다. 그렇게 남의 인생을 보다가 나의 부족한 점이 생각나거나 아무 이유 없이 부러운 마음이 든다면 본질만을 생각하자.


돌아보라. 우리는 여러모로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 많지만 그렇다고 부족하게 살고 있지는 않다. SNS 속의 그들이 잘 살고 있듯이 우리도 잘 살고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재미있는 글을 쓰는 방법을 찾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