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깅 시간 변경
최근 1년 동안 잠이 들면 6시간 이상 푹 자질 못했다. 근심도 없고 불안도 없었다. 일이 재미있었고 적성에 맞았다.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운동을 매일 하고 있기에 몸도 피곤했다. 잠자리도 편했다. 그럼에도 새벽에 꼭 한두 번은 깨었다. 이유를 찾아봐도 안 나오니 결국 나이 탓으로 돌리며 체념하였다. 겨우 40대 중반에 말이다.
패턴은 10시쯤 잠들어 새벽 2시가 되기 전에 깨는 것이었다. 11시 30분에 깰 때도 있고 01시 30분에 깰 때도 있었다. 그렇게 깬 김에 화장실에 갔다가 휴대폰을 잡기라도 하면 1시간은 훌쩍 갔다. 억지로 다시 잠을 이루면 또 4시쯤 다시 깨었다. 화장실 갔다가 다시 자고 7시에 맞춰둔 알람이 울리고 30분쯤 뒤척이다가 일어났다.
어느 날 새벽에 일어나면 내가 꼭 하는 행동에 생각이 미쳤다. 바로 실내온도를 체크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혹시 춥지는 않은지 반드시 살폈다. 겨울이나 환절기에 조금이라도 서늘한 기운이 들면 옷을 하나 더 입히든 이불을 덮이든 조치를 취하였다. 아이들이 아파서 병원에 가게 되면 대부분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내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내 시간과 수고를 덜기 위해서라도 아이들이 건강해야 했다.
그렇게 나이 듦과 아이들을 보살피는 2가지 이유로 추정되는 새벽에 깨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계절은 바뀌어 여름 언저리가 되었다. 봄 환절기가 지나고 나니까 15도가 넘던 밤과 낮의 기온 격차가 10도 이내로 줄어들었다. 아이들이 잠옷만 입고 이불을 안 덥고 자더라도 콜록 거리는 일이 없어졌다. 새벽에 깨긴 해도 쌀쌀하지 않으니 아이들을 살피지 않고 바로 다시 잠들었다.
낮기온이 29도까지 오르는 날이 계속되면서 매일 둘째 하원 시간에 맞춰하던 조깅 시간도 변경했다. 해는 늦게 지고 볕은 오후 5시가 넘어도 강력했다. 선크림을 잘 바르지 않은 입장에서 노출된 피부는 금방 검어졌다. 시원하고 햇빛이 없는 시간을 찾았더니 땅이 식어있는 새벽밖에 없었다.
그렇게 5월 25일 일요일까지 오후에 뛰다가 26일은 낮에 1km 남짓 뛰었다. 27일 화요일부터는 새벽에 뛰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었다. 27일 새벽 5시에 정상적으로 일어나기 위해서 26일 밤에는 일부러 일찍 자려고 노력했다. 그런 맘을 모르는 아이들이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놀자고 해서 결국은 10시가 넘어서 자리에 누웠다. 그러고는 새벽 1시 30분에 깨었고 그대로 눈을 뜨고 있다가 5시 20분경에 조깅하러 밖으로 나갔다. 전날 거의 뛰지 않고 쉬었던 게 오히려 새벽잠에 악영향을 끼쳤다.
비록 의도치 않게 거의 밤을 새웠지만 새벽으로 시간을 바꾼 첫날 조깅은 개운했다. 의지가 약해질까 봐 애플와치만 손목에 차고 아무것도 소지하지 않은 채로 동네를 누볐다. 새벽공기는 서늘했고 밖은 이미 환했다. 달리면서 교대근무를 위해 새벽 출퇴근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아침을 준비하는 카페 사장님, 운동장에 삼삼오오 모여서 얘기를 나누고 계신 어르신들을 지나쳐갔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새벽을 지키고 있었다.
1시간 정도를 천천히 뛰고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7시도 되지 않았다. 아내와 아이들은 아직 꿈나라였다. 집안 정리를 하고 오늘 할 일을 다이어리에 정리를 하고 있으니 하나둘 깨어났다. 아침식사를 하고 아이들 등원을 시키고 사무실로 향했다. 9시가 조금 지난 시간인데 피곤함이 몰려왔다. 당일 제출할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잠이 쏟아졌다. 연신 하품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저녁에 일찍 누웠다. 몸은 피곤했고 내일 5시에는 깨어나야 했다. 새벽 2시에 잠시 깨었다가 바로 다시 잤다. 어제처럼 30분씩 시간을 보내다가는 하루 종일 피곤할게 뻔했다. 그렇게 5시에 일어났고 감기는 눈을 비벼가며 조깅에 나섰다. 달리기 시작하고 10분만 지나면 몸이 완전히 풀리기 때문에 그때까지 귀찮음을 무릅쓰고 천천히라도 발걸음을 떼는 게 중요했다. 어제와 같은 장소, 같은 사람들을 보면서 이틀 만에 새벽에 익숙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달리고 돌아와서는 어제만큼은 아니지만 비슷한 피곤함으로 또 하루를 보냈다.
일주일이 흘렀다. 여전히 새벽조깅은 피곤했다. 선선한 기온과 피부를 태우는 햇빛이 약한 장점이 피곤함을 이길 정도의 장점이기에 꾸준히 조깅을 했다. 이제 몸은 전날 늦게 자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고 습관처럼 자다 깨어도 몇 분 안에 다시 자게 되었다. 새벽 5시 조깅이 즐거우려면 잠을 줄여서는 안 되었다.
다시 일주일이 흘렀다. 몸은 새벽조깅에 적응하였고 이제 조깅과 몸풀기를 합쳐 1시간 운동을 하는 것이 힘들지 않았다. 늦게 자는 일이 아예 없어졌으며 주중 이틀이나 기상시간까지 눈을 뜨지 않는 날이 생기게 되었다. 조깅 후에 하루를 보내도 하품을 하거나 눈이 감기는 일이 없었다. 몸은 2주 만에 완전히 적응하였다.
6월 초순에서 중순으로 넘어가는 시점이 되니까 오후나 저녁에 뛰던 달리기 유튜버들도 새벽시간으로 많이 옮기는 것이 보인다. 내가 그들보다 2주 먼저 새벽으로 조깅 시간을 옮겼다고 그들의 영상에 새벽 달리기 응원 댓글도 남긴다. 하루의 숙제인 조깅을 새벽에 마쳐버리면 하루가 길어질 뿐 아니라 압박 없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잠도 푹 잘 수 있고 아침 샤워를 통해 상쾌한 시작을 할 수도 있다.
낮최고 온도가 29도에 육박하는 날들이 계속된다. 그래도 아직은 덥지 않는 새벽이 있기에 기쁘게 운동을 할 수 있다. 황금 같은 새벽시간을 잠으로 그냥 보내버리지 말고 잘 활용한다면 하루가 길어질 뿐 아니라 더 이상 피곤하지 않는 하루가 기다린다. 예부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를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지 않겠나. 아이들에게 아빠가 직접 모범을 보이는 것이니 알게 모르게 좋은 영향이 될 것이다. 오늘도 기쁜 마음으로 새벽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