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7일 새벽, 잠에서 깨어 시계를 보니 2시 30분이었다. 아직 조깅을 가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다시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휴대폰을 켜서 유튜브를 틀었더니 평소 한 번씩 보던 유튜버의 새 동영상이 떴다. 변호사 겸 교수인 그녀가 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나서 나오면서 카메라를 켜고 소회를 얘기하는 영상이었다. 내용은 1인 크리에이터의 시초인 대도서관이 2025년 9월 6일 오전에 급작스럽게 운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었다. 어제 이런 뉴스를 접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영상을 시청하며 동시에 포털 사이트에서 대도서관 사망에 대해 검색을 했다. 그의 죽음이 갑작스럽다는 말부터, 평소 심장이 찌릿하다는 말을 했다는 제보, 운명을 달리하기 전날 밤에도 방송을 하였다는 사실, 지인이 아침 8시에 약속에 오지 않아 집에 갔더니 심정지 상태였다는 것까지 기사를 통해 다양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누군가의 죽음은 그가 나와 가깝던 가깝지 않던,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무겁게 다가왔다. 대도서관은 나에게 어떤 사람이었나? 공중파에 늘 모습을 보이는 방송인이 아니었지만 개인 방송인으로는 한 획을 그은 사람 정도였다. 나와 비슷한 나이대이고 게임 방송으로 성공을 이루고 유튜브로 플랫폼을 옮겨가서 활발히 활동하던 사람이었다. 누군가에겐 자신보다 앞에서 개인크리에이터의 권리를 세우고 어려운 환경을 바꿔나간 선구자였고, 누군가에겐 지난한 고시생활의 잠시의 활력이 되던 사람이었던 그는 나에게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 명의 유명인일 뿐이었다.
도서관에서 온갖 책을 섭렵할 때 그가 쓴 '유튜브의 신'이라는 책을 읽었다. 책을 통해 그의 이력이나 생각, 현재 벌이와 사업들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을 때도 나는 동질감보다는 이질감을 많이 느꼈다. 그렇게 각자의 시간이 흐르고 오랜만에 접한 그의 영상은 최근에 달리기를 시작했다면서 구독자들에게 러닝의 좋은 점을 전파하고 다니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달리기에 막 입문하여 이런저런 유튜버들의 달리기 팁이나 달리는 영상을 찾아보던 시기였다. 그가 하는 말들은 전부 내가 몇 달 동안 주워들은 말들과 동일했고 나의 달리기에 대한 생각과 정확히 일치했다.
달리기는 살 빼는데 가장 좋은 운동이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달리는 것이 좋다, 달리기 자세는 이런 유튜버의 동영상을 참고해라 등 그의 말들은 내가 누군가에게 달리기를 권할 때 하는 말과 같았다. 다만 하나 다른 점은 신발의 중요성에 대한 차이였다. 대도서관은 신발이야 말로 초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라 잘 선택해야 한다고 했고 나는 초보는 당장 뭐라도 신고 나와서 10분이라도 뛰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었다. 매일 뛰는 습관이 들고 나서 신발을 알아봐도 늦지 않다는 내 생각은 올림픽에서 맨발로 완주하여 금메달까지 딴 '아베베 비킬라'의 사례, JTBC 등 유명 마라톤에 맨발로 완주한 유튜버의 영상, 고수는 장비 탓을 하지 않는다는 옛말까지 여러 근거에 입각한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대부분의 같은 생각과 일부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달리기를 꾸준히 해가면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도 나도 현대인의 습관으로 인해 고혈압, 고콜레스테롤, 고지혈, 당뇨가 오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운동 없이는 언젠가는 이런 병들에 의해 삶이 힘들어질 것을 예감했더랬다. 그렇게 지난겨울에 영상을 접하고 얼마 되지 않은 지금, 아직 여름의 기운이 다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 그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으니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새벽운동을 나가면 동네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모여서 추워지면 새벽에 운동하면 갑자기 쓰러질 수 있느니, 병원에 가서 CT를 찍었느니, 당뇨라서 먹는 것을 조심해야 하느니 하는 얘기를 주워듣게 된다. 그들의 걱정들이 이제 남일 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내 나이 또래들이 한 명씩 세상을 떠날 때마다 우리가 이번 생에서 한 번도 대면해 본 적이 없음에도 숙연한 마음이 들게 된다.
한 달에 2억씩 벌다가 젊을 때 급사할래, 한 달에 200만 원씩 벌면서 천수를 누릴래 라는 물음에 여러분은 무엇을 택할 것인가? 앞보다 뒤를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을까? 지금 내손에 쥔 것을 오랫동안 누릴 수 없다면, 무겁기만 한 황금을 잠시 손에 쥐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오늘만 바라보지 말고 내일을 생각하자. 힘들어도 꾸준히 건강한 남은 생을 위해 운동을 하자.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대도서관을 잘 모르지만 그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따뜻하고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나는 지금 스스로가 살고 싶던 삶을 살고 있는지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있는지 늘 돌아보고, 하찮아질 쇠붙이를 손에 쥐기보다 베풀며 사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