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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미로 Mar 18. 2021

찬란했던 그 시절, 우리들

2021.03.07  [여운 작가]

문득 학창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


철없고 마냥

해맑았던 그 시절.


공부가 미치도록 싫었고

친구들과 마냥

노는 게 좋았던 나는,


아직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다.


앉았던 책상, 반 친구들,


자주 갔던 와플가게

할아버지와 할머니,


기숙사 룸메이트와

사감 선생님들.


고등학교는 나에게

추억으로 가득 찬 곳이다.


작년에 친구들과

와플가게 할아버지를

만나러 갔을 때는 코로나가

터진 이후라 그런지

문이 닫혀 있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물러서기

아쉬웠던 우리는 함께

수업을 들었던 반에 들어갔다.


각자가 앉았던

자리에 앉아보고

이야기하며 즐거웠던

기억들을 회상한다.


각자의 핸드폰에 있는

엽사들과 그 시절, 함께

찍었던 사진들을 공유하며

우리는 여전히 웃고 있다.



그리운 학교지만, 또 하나의

그리운 장소가 있다.


바로 기숙사이다.


고등학교 시절의 반은

기숙사라 할 수 있다.

거의 2년 반을

기숙사에서 살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기숙사를 다녔기 때문에

더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고 더욱 재밌는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다.


기숙사 하니까

갑자기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넘쳐난다.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방학 보충수업은

정말 듣기 싫다.


그래서 기숙사 친구들과

계획을 세웠다.

'출석체크만 하고 튀기로'


우리는 각자

다른 반이어서 학교

후문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제일 먼저 출튀에 성공한

나는 선생님들의 눈을 피해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달려 나갔다.


후문에서 담을 넘고

기다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친구들이 우사인 볼트 마냥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뛰어오고 있었다.


그만큼 우리는 간절했다.


첫 번째 미션을 성공한

우리는 바로 사우나로 향했다.


양갈래 머리를 하고

서로의 머리에 계란을

깨 먹으면서 반복되고 지루한

일상 속에 여유를 즐겼다.


땀을 흘렸으니

목욕탕에 가서 서로 등도

밀어주면서 우정을 다졌다.


내 등을 밀던 친구는

참 안타까웠다.

밀어도 끊임없이 나오는

나의 국수에 k.o를 하였다.


기억 상 그 친구는

기숙사에 돌아갈 때,

팔을 저려했던 거 같다.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막 웃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미안하다.




다음 에피소드는

'치킨 구출 대작전'이다.


기숙사에서 공부를 하고

침대에 누워있으면

너무 허기진다.


우리는 항상

밤 10시가 되면

배에서 합창을 한다.


“꼬르르륵.” 그러면

서로의 눈빛을 주고받고

텔레파시가 통한 우리는

단골 불닭 집에 전화를 건다.


사감 선생님께 걸리면

벌점을 받기 때문에

‘걸리면 죽는다.’라는

마인드로 시작한다.


CCTV가 쓸데없이

많은 기숙사에,

사각지대를 통해서

식량을 구하기 위해

숨을 죽이며 이동한다.


목적지에 도착을 했을 때,

아니 웬걸, 앞에 3팀이나

대기를 타고 있다.


여기가 유일하게

안 들키는 장소인데

벌써 소문이 났나 보다.


더 큰일이 난 상황이다.

다 모르는 사람들이었지만

우리들은 눈빛으로 응원한다.


‘들키면 우리 다 죽는다.’

라는 무언의 압박을 하면서.


생각해보면 한창 먹을

나이에 몰래 먹는 우리들의

모습이 참 처량해 보이고

불쌍해 보인다.


그래도 약 2년 동안

한 번도 들킨 적이 없다.


사감 선생님께서 봐주신 건가.




마지막 에피소드는

고 3 때 기숙사에서

'술파티'를 한 것이다.


졸업을 앞둔 우리는

기숙사 생활 마지막 날에

술파티를 하기로 했다.


술 마시다 걸리면

그 자리에서 바로 퇴사인데

어차피 내일이면 나가서

우린 하나같이 미쳐있었다.


그때 나는 술을 처음 접했다.


친구 중에서 제일 늙어 보이는.

아니다. 제일 성숙해 보이는

친구가 대표로 술을 사러 갔다.


그 친구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밖에서 기도를 하고 있었는데

걱정과 달리 한 번에 뚫렸다.


우리들은 환호했지만

당사자는 몹시 슬퍼했다.


그 친구를 위로하며

가방에 술을 채워 룰루랄라

기숙사로 들어가서

술파티를 시작했다.


술 냄새를 맡았는지 양 옆도

고3 친구들 방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우리 방에서

다 같이 모여 술파티를 하였다.


그때의 건배사는

‘인생 뭐 있어. 오늘만 살자.’

였다. 정말 다들 미쳐있었다.


너무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우리는 그 스릴을 즐겼다.


각자 자신의 주량도

모른 채 밤새 술을 들이키고.

다음 날, 우린 좀비가 되었다.


아침에 바통터치를 하듯

화장실에서 릴레이로

오바이트를 하였고,

정신 못 차린 채로

학교에 등교를 했다.


우리의 몰골에 사람들은

알아서 앞길을 비켜줬다.


마치 F4가 된 느낌이었다.



이렇게 기숙사 생활이라

하면, 떠오르는 재미있고

즐거운 에피소드가 많다.


4년 전이지만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건,

 

아마 그 시절의 나와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추억하고 있나 보다.


한 번뿐인 학창 시절에

제일 철없던 순간을 함께한

좋은 친구들이 있어,


그 순간들이 찬란하게

느껴지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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