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글쓰기 85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
일기는 일기장에
꼴불견 꼴不見
명사 하는 짓이나 겉모습이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로 우습고 거슬림.
요즘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았다. 잘 쓰고 싶은 마음에 부담감이 커져서 자꾸만 힘이 들어갔다. 그래서 가볍게 블로그에다 글을 썼다. 글을 쓸 때 스티커를 사용하고 이모지를 쓰면서 기분을 대신하는 것이 편했다. 온전히 글로만 쓰는 부담이 덜했다. 어쩌면 글쓰기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100일 동안 매일글쓰기를 하면서 글쓰기근육이 키워졌다기보다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졌다. 나는 글쓰기를 즐기지 못하는 거 같다. 작가도 아니면서, 그저 일상을 기록하는 일기일 뿐이면서 내가 나 자신에게 완벽하게 잘 쓴 글을 바라고 기대하는지 난감하다. 내 글은 별 볼 일 없다는 자기혐오와 내가 봐도 잘 썼다는 자기애가 뒤엉켜있다. 별 볼 일 없다와 잘 썼다가 공존할 수 있다니 황당하다. 꼴불견, 가지가지한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구나.
단어채집이라는 틀을 잡아서 100일 글쓰기를 하려고 했는데 적절한 단어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주제가 없는 일상글이다 보니 평범한 하루에서 글감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단어채집은 김현시인이 알려준 방법인데 또 다른 시인에게서도 발견했다. 5월에 만난 오은 시인의 책 <초록을 입고>에서였다. 책에는 [오. 발. 단]이라고 시인이 오늘 발견한 단어를 가지고 반페이지에서 한 페이지 정도 간단히 글을 썼다. 책 콘셉트가 매달 시인 한 명이 매일을 기록하는 책이다. 오발단은 메인글이 아니고 메인글 마지막에 오발단이라는 추가글로 실렸다. 나처럼 그리워하다, 취중, 번복, 칭찬 같은 단어가 아니라 어찌씨, 시쁘다, 꽃바람, 빛있다 등 정말 새롭게 발견한 단어로 글을 썼다. 북토크에서 만난 오은 시인은 말도 기깔나게(?) 하고 글도 맛깔나게 쓰며 트위터에는 매년 책을 읽고 문장을 수집해서 타래를 만든다. 정말 멋지다. 진짜 부러워죽겠다. 참 못난 마음이다. 글을 열심히 쓰기보다 잘 쓴 사람을 부러워만 하다니. 요즘 나는 날로 먹고 싶어하는 놀부심보가 가득하다. 진짜 마음에 안 드는 것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