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나를 위해 간절히 소망하다
스즈메의 문단속 리뷰
스즈메의 문단속(2023.신카이 마코토) 리뷰
+스포일러 주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은 과거 동일본 대지진에 빗대어 재난 피해를 입었던 사람들을 위로하고 애도하는 이야기이다.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에 이어 재난 3부작인 이 영화는 앞의 두 영화와는 결이지만 주제를 담고있는 태도 면에선 세 작품 중 가장 진지하다.
영화는 등교를 하다 길을 물어본 남자에 이끌리듯 따라가다가 의문의 문을 발견한 소녀 스즈메로 시작한다. 문 주변 고여있는 물에 발을 집어넣은 스즈메는 이 세계에 들어왔음을 시각적으로 연출한다. 요석을 건들이고 문을 열자 다른 세계, 저승으로 연결돼있었고 그 안에서 기괴하게 생긴 무언가가 쏟아져나오자 남자와 함께 절실한 주문을 외워 문을 닫는 오프닝. 앞서 말한 재난의 위로를 영화는 ‘문을 닫다’라는 오브제로 재난을 막고 이기는 소망을 담아 전달한다. 별다른 설명 없어도 두려운 ‘미미즈’의 형체가 일본 곳곳에 문이 열려 나오게되고 이것이 지진이나 쓰나미 등의 재난을 일으킨다는 설정 자체는 매력적이었다. 이 영화가 묘사한 지진 전조의 연출은 극장에서 숨을 죽일 정도로 긴장감있었다. 그렇기에 여전히 재난의 공포에 떨고있는 일본인들에게 신카이 마코토가 ‘판타지’라는 장르를 빌려 내일의 ‘나’를 위해 간절하게 소망하는 메시지 자체는 인상적이다.
주제와 메시지는 직관적이라 좋았지만 이 영화의 멜로 드라마는 녹아들지 못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대뜸 나타난 말하는 고양이에게 저주를 받은 남자가 의자에 봉인되는 황당한 상황에서 스즈메는 상황을 쉽게 받아들인다는 점, 스즈메가 의자로 변한 남자를 왜 그렇게까지 사랑하는가에 대한 감정선의 부족함과 설득력의 문제를 비롯해서 단조로운 전개나 그동안의 강점이라 불렀던 레드웜프스의 음악을 통한 드라마의 설득도 부족했다는 것이 아쉽다.
과거, 재난으로 엄마를 잃었던 스즈메이기에 미미즈가 쏟아져나오는 문들을 막기위해 간절하게 외치던 주문은 감동적이었고 후반부의 신파적인 연출이 아쉽긴 해도 고개를 끄덕였던 이유이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대사는 결말에 “다녀오겠습니다!”이다. 이 평범한 인사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려주었고 이어지는 엔딩크레딧 노래 “KANATA HALUKA”가 기억에 남는다. 왜 전작처럼 여운있는 노래를 시퀀스에 배치하지않고 크레딧에 배치했을까. 평범한 재난 위로 영화 정도로 생각했지만 이 노래를 들으며 극장에 앉아있으니 앞의 장면들이 다시 생각나며 많은 생각을 하게했다. 의도된 것이라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너의 이름은.>보다는 신화적인 이야기가 더 많아 이해하는데 조금 버거움이 있었지만 <날씨의 아이>보다는 확실히 좋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드디어 세카이계를 졸업했다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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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apedia : 영화에 진심인 망고의 주관적인 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