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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함께 천천히 말라 죽어보자

더 글로리 리뷰


<더 글로리> 시즌1, 2 통합 리뷰

+ 스포일러 포함 +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영화 혹은 드라마는 보기 전에 잠깐 멈칫하게 된다. 또 얼마나 자극적으로 찍으려고 혈안이 됐을까 해서. 주제가 고발이든 복수든간에 폭력의 깊이없는 나열은 거부감이 들기 때문. 그래서 <더 글로리>도 안 보려했지만 워낙 SNS에서 핫해서 결국 감상했다. 다행히 걱정보다 폭력 연출에 대한 고민이 보였고 피해자의 고통을 긴 호흡으로 보여주지않는다는 점도 좋았다. 어쩔 수 없는 주인공의 복수에 대한 당위성을 시청자에게 안기기위해 보여주는 장면들은 대부분 첫 화 혹은 짧게 트라우마 식으로 보여주는 점은 납득할 수 있다.


하나 의아한 것은 파트 1과 파트 2로 나뉜 것. 넷플릭스가 자체적으로 나눈 것 같은데 작품에 독이 됐다.

한 달 넘게 텀이 있다보니 흐름이 끊어진 탓에 상대적으로 좋았던 파트 1의 빌드업에 비해 파트 2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보여진다. 하나의 드라마인데 시리즈처럼 만들어버려 비교 대상이 돼버린. 그렇지만 작가의 내공과 연출의 역량, 배우의 연기가 모두 좋아서 그런지 몰입감이 상당하고 매 화마다 지루하지않아 순식간에 정주행했던.


학창시절 괴롭힘을 당한 동은이 악착같이 살아 당당하게 가해자들 앞에 서 그들을 무너트리는 복수를 그린 드라마. 복수를 위해 빌드업하는 과정을 바둑과 비유하여 ‘침묵 속에서 맹렬하게’, ‘정성껏 지은 상대방의 집을 무너트린다’와 같은 나레이션은 흥미진진했고 성인이 된 후 마침내 그들 앞에 서서 “화이팅 박연진! 멋지다 연진아!” 박수를 치는 동은의 그 짜릿한 환호에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감정적인 호소가 아니라 이성을 유지한 채 복수 하나만을 바라보는 동은은 파트 1의 동력이 돼준다.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호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송혜교의 어둡고 악착같은 연기를 처음 봐서 신선했으며 가해자를 연기한 5인방은 극에 활력을 더해주었다. 특히 박연진을 연기한 임지연에 매화마다 감탄하며(욕하면서) 봤는데 그녀의 날카로운 연기와 살기가 느껴지는 표정이 화면을 넘어 전해질 정도로 훌륭했다. 아역들의 연기도 수준급.

사실 송혜교의 원맨쇼에 가까운 드라마였다면 뻔한 복수극이 될 수 있었으나 가해자 5인방 뿐만 아니라 조력자 현남, 장애물 동은의 엄마 등 다양한 캐릭터가 하나같이 입체적이고 개성 넘친다.김은숙 작가의 작품답게 기억에 남는 대사들이 참 많다. 모두 쓰기엔 리뷰가 길어질 정도로 명대사라 불릴만한 것들이 많으며 그렇기에 밈이 되어 SNS에서 큰 호응을 받은 것이겠지.


하지만 김은숙 작가의 첫 장르물이라 그런가. 복수라는 차가운 작품의 톤에 녹아들지않는 이도현과의 러브라인은 극을 늘어지게만든다. 파트1에 비해 파트2가 아쉬운 가장 큰 이유. 빌드업이 탄탄했는데 몰아치는 엔딩이 다소 러브라인을 강조해서일까 크게 와닿지는 못했다. 이사라와 전재준의 최후는 급전개였고 최혜정의 최후는 우습게 취급된 점도 아쉽. 또 급작스러운 오컬트 분위기는 극을 망쳤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박연진의 최후는 여운을 주었지만 이도현의 개인적 복수로 이어지면서 끝맺음이 용두사미라고 생각한다. 러브라인을 뺏다면 더 좋았을텐데, 김은숙 작가의 한계일지도 모르겠다. 가해자들이 너무 쉽게 무너지는 것도 아쉽고.


그럼에도 올해 나온 드라마, 영화 통틀어 가장 큰 이슈화가 된 작품으로서 가치가 있다. 학교폭력, 집단 따돌림 및 괴롭힘은 현재진행형이다. 현실에선 동은이가 아니라 경란이같은 피해자가 더 많다. 16화에서 이에 대한 메시지나 화두를 더 강하게 던졌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덧. 더 글로리의 연출을 맡은 안길호 감독이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사실에 파트 2에 대한 기대가 뚝 떨어지게 만들기도 했다. 작품은 작품으로 보지만, 학폭 가해자가 만든 학폭 드라마라… 모순적이지않은가.)




instagram : @movie__mango

watchapedia : 영화에 진심인 망고의 주관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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