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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 LEE Jan 08. 2022

마냥 가볍지 않은, '또 한 번의 여름'

갑자기 한 번씩 유치한 영화가 보고 싶은 순간이 있다. 하루는 넷플릭스를 켰다가 말 그대로 식당 메뉴판을 훑듯이 영화 제목들을 보고 있는데, 교복 입고 있는 두 주인공의 모습이 왠지 내가 찾던 그 청춘 로맨스의 주인공들일 것 같아서 딱 유치한 영화가 보고 싶은 순간을 벼르다가 드디어 보게 됐다.


내가 기대했던 건 '나의 소녀시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같은 영화였는데 그 영화들보다 무거운 분위기였다. 시작부터 '이거 로맨스 맞아? 공포 영화 아냐?' 싶었다. 



초반 10분 정도는 그랬던 것 같은데, 시험을 망치게 된 여주는 남주랑 사귀다 헤어졌다는 거짓 핑계를 대고 남주랑 엮이게 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다. 사실 여주가 시험을 망치게 된 건 부모님의 영향이 컸는데, 이 부모님의 이야기 때문에 영화가 더 무거워진 것 같다. 


아무튼 내 기대에 못 미쳤다는 실망감 때문에 어리둥절한 순간들이 많았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다른 리뷰를 찾아보니까 이 영화는 애초에 내 기대치에 어울리는 영화가 아니었던 거다. 


청춘들의 풋풋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현실 로맨스의 어려움을 같이 담아낸 작품이었다. 어쩔 수 없이 엮이게 된 두 청춘이 서로 마음을 열어가면서 가까워지지만, 두 사람의 마음이 통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래서 사랑이 위대한 거구나.


여자 주인공을 맡은 배우가 연기를 잘해준 것 같다. 덕분에 시작부터 남자 주인공이 무슨 매력이 있는 걸까 싶었는데 어느새 스며들어서 둘이 잘 됐으면 좋겠다, 해피 엔딩이길 바라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영화에는 이성 간 로맨스 외에도 동성의 로맨스를 은근히 암시하는 부분들이 있다. 이것도 전혀 모르고 영화를 봤다가 리뷰를 읽으면서 무릎을 쳤다.


잔잔한 로맨스? 나처럼 유치한 청춘 로맨스를 기대하지 말고, 라마가 있는 로맨스 영화가 보고 싶다면 '또 한 번의 여름'을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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