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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 LEE May 05. 2021

물회 맛집 '낙원의 밤'

드라마 '빈센조'를 열심히 봤다. '빈센조'는 방송되기 전부터 예고편에서 보여지는 코믹한 장면들이 내 취향이라 보기 시작했고, 어느새 종영까지 매주 챙겨보는 열혈 시청자가 돼 버렸다. '빈센조'에서 홍차영 역을 맡은 배우 전여빈이 나오는 영화가 있다고, 아마 유튜브 알고리즘이 알려줘서 '낙원의 밤' 공개 소식을 알게 됐다. 유튜브로 '빈센조' 관련 콘텐츠를 몇 개 봤더니.


그 이후로 '낙원의 밤' 관련 내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유명한 감독의 영화인데, '마녀' 이후 3년만의 차기작이라고. 김다미 배우가 '마녀'에 출연해서 유명해졌다는 건 알았는데 영화를 본 적은 없어서 궁금해졌다. 유명한 감독의 영화라니까 한 번쯤은 보고 싶은데 느와르 장르를 혼자 볼 자신이 없어서 친구랑 같이 보기로 했다, 넷플릭스 파티로. 그게 지금은 텔레파티로 이름이 바뀌었단다.



친구랑 영화를 같이 본 덕분에 초반에 지루한 장면들을 덜 지루하게 볼 수 있었다. 다르게 말하자면, 산만하게 볼 수 있어서 잔인한 장면이 나올 때도 잘 넘어갈 수 있었다. 느와르 영화니까 찌르고 쏘고 하는 거야 나올 줄은 알았는데, 나는 그런 걸 잘 못보겠더라.


이 친구가 영화 매니아라서, 영화를 보면서 다음 신을 예측하는데 그게 딱딱 들어맞아서 신기했다. 이런 사람들이 영화평론가가 되는구나 싶었음. 나중에는 예상하는대로 영화가 흘러가서 내 친구 정도의 영화 매니아들이 보기에는 영화가 심심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전형적인'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영화였다. 전형적인 느와르.


최근에 방송 중인 예능 '바퀴 달린 집'에 엄태구 배우가 출연했을 때 엄청 수줍어하는 모습을 봤는데 극 중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너무 달라서 화제였던 게 떠올랐다. 사람이 연기할 때랑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지. 전여빈 배우는 당시 드라마에서 보고 있던 모습과 전혀 다른 캐릭터라서 또 재미있게 봤다. 딱히 재연이라는 캐릭터가 호감이진 않았는데. 총 쏘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특히 빌런으로 나오는 차승원 배우가 진짜 웃겼다. 웃음을 노린 것 같지는 않은데 진지하게 웃기는 대사들이 간간히 내 취향을 저격했음.


소문난 잔칫상에 먹을 게 없다고 하는데 '낙원의 밤'이 그렇지 않았나 싶다. 다들 마지막 10분을 명장면으로 꼽는데 왜 그런지는 알겠으나, 그렇기 때문에 아쉬웠다. 마지막 10분 외에는 딱히. 개인적으로 '마녀' 감독이라고 해서 기대가 컸던 것 같다. '신세계'도 나름대로 재미있게 봤었는데.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는, 마치 스포일러를 본 느와르 영화 한 편을 가볍게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낙원의 밤'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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