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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아트리체 Jun 20. 2021

내가 이직을 준비하는 이유

뭣이중헌디?!

 

[무엇을 위한 일인가]


    박사 후 과정 연구원이 되었을 때 나의 첫 번째 조건은 재택근무였다. 결혼을 앞두고 비행기로 2시간 걸리는 거리를 떨어져서 살기보다는 남자 친구와 네덜란드에서 함께 살기로 한 이유도 컸지만 박사 과정을 하면서 대학에서 너무 외로웠기 때문에 그곳을 떠나고 싶었다. 지금 하고 있는 연구 주제 또한 유럽의 문화 정책에 관한 것으로 여러 유럽의 대학들이 모여 다양한 연구원들과 협업이 가능하다는 점과 프로그래밍을 주 업무로 맡게 된다는 점도 박사 후 과정으로 남는데 큰 이유가 됐다. 

    하지만 코로나를 겪으며 매일 뉴스에서는 몇 백 명의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어떤 문화를 활성화시켜야 하는지 등 지금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연구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씩 환멸이 느껴졌다. 거시적으로 보자면 사회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유토피아적인 연구일 뿐 인 것 같다는 자책까지 느껴졌다. 배운 것을 통해 남을 이롭게 하기 위해 공부했는데 내가 배우고 일하는 것은 나의 경력에만 중요할 뿐 남의 이롭게 하는 데는 전혀 쓰이지 않는 일인 것 같았다. 코로나로 수많은 사람들이 삶을 잃어가고 있는데 SNS에서는 코로나와 어떤 관련된 키워드가 있는가 등을 알아보고 있자 하니 대체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 좁은 우물에서 경쟁을 하고 서로 중요한 몫을 차지하려고 눈치를 보고 있으니 이런 쓸모없는 일에 기력과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다는 염세적인 생각이 들었다.  




[이직을 결심하다]


      그래서 이직을 하기로 했다. 연구를 한다는 것은 사실 이미 일어난 일을 기반으로 분석하는 일이다. 이미 만연한 어떤 사회문제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연구해 결과를 내놓았을 때 간혹 이미 사회가 연구보다 더 앞서 나가 그 문제는 벌써 과거의 일이 되기도 한다. 이 모든 연구들이 최소 1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고 결과가 나오고 나서도 어떻게 현실적으로 문제 해결에 반영이 될 것인지는 그다음의 문제이다.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현재 사회에서 어떻게 문화적 불평등이 일어나고 있는지 연구를 하면 결과는 그때 그 시기의 불평등을 보여주긴 하지만 해결 방법을 명확하게 제시하지는 못한다. 해결 방법은 사회 구성원들이 접근 방법을 바꾸거나 교육을 실천하거나 등 직접적으로 뭔가를 시행할 때 오류와 시행 과정에서 생겨난다. 회사나 연구를 주로 하는 회사들은 대학보다 이 연구 기간이 훨씬 짧고 좀 더 해결 방법을 명시해 주기 위한 수단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나도 그래서 이직을 하기로 했다. 어떤 문화가 중요한지 현재 사회에서 쓰이지도 않을 순수 학문으로 있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당장 현실에 쓰일 수 있는 일에 힘이 되고 싶다.


[이상적인 일이란 무엇인가]


      어떤 일을 할 것 인가를 고민하며 많은 관련 서적들을 찾아봤다. 일, 직업을 생각할 때 내가 가장 마음에 먼저 넣어두는 조건은 "계속해서 배워야 하고 그 지식으로 남을 도울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거창한 것이 아니라, 요가 강사처럼 계속해서 수련해야 하고 그 수련을 토대로 남의 건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일 이거나 혹은 컨설팅 전문가라면 끓임없이 새로운 마케팅 기법들과 사례들을 공부하면서 회사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일 등이다. 사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열심히 유기농 농사법을 공부해서 환경과 사람들의 먹거리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농부도 있겠다. "인생학교 '일' 일에서 충만함을 찾는 법"이라는 책은 직업을 의미 있게 해주는 다섯 가지 요소로 돈, 사회적 지위 (존중),  사회 기여, 열정 그리고 재능 활용을 꼽았다. 그중 돈과 지위는 외재적 동기 요인으로 사회적 기여, 열정, 재능은 내재적 동기 요인으로 설명한다. 특히 사회적 지위는 직업의 사회적인 선망이 아니라 개인이 그 조직 내에서 얼마나 존중을 받는지를 의미한다. 나는 여기서 열정과 재능 대신 몰입과 자유를 넣고 싶다. 개개인에 따라 이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는 다르겠지만 새로운 직업을 선택할 때에 되짚어 볼만하다. 어떤 일을 가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는 대학 강사와 컨설팅 회사를 위주로 프로그래밍을 전담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 한 번에 바로 이상적인 직업을 갖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여러 기관을 거치고 경력을 쌓으면서 찬찬히 내 이상에 맞춰지도록 천직을 만들어가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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