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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E 포 Apr 24. 2024

우울증약이 직장인의 삶을 구한다면

다시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먹은지 두달정도 지났다.

그 사이 나에겐 변화가 생겼다.

첫번째, 움츠러들지 않는다.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어진다.

연초 회사와 개인생활에서 생기는 만남들에

몸이 먼저 반응했다. 체하고 긴장하고.

부담으로 느껴졌다.

지금은 새로운 만남 앞에서 조금 설레기도 한다.

재미있다.

업무와 관련된 만남은 여전히 긴장되지만,

이내 '최선을 다할 뿐. 될대로 되라지'라는 생각이 내킨다.

몰려오는 긴장감을 밖으로 내뱉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두번째, 웹서핑을 통해 우울한 이야기를

찾아다니던 행위를 멈췄다.

몇년 전 많이 우울하던 시절에

우울한 기질을 가진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만을 찾아보던 적이 있다.

나와 주파수가 통하는 사람과

연결될때만이 안정감을 느꼈던 것이다.

이번에도 비슷하다.

영화에서 웹서핑으로 수단이 달라졌을뿐.

마음이 어느정도 회복되고나니

우울할때 자연스레 가지던 마음과 행동들이 사라진다.

눈에 보이는 곳이 아픈 것이 아니지만

전과 후의 변화는 매우 뚜렷하게 느껴진다.

그 변화가 무서울정도이다.

내일엔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었는데,

나아지자 어느샌가 며칠 뒤 주말을 계획하고 있다.

견디기 힘들어서 병원을 찾고,

약을 먹은지 한달정도가 되면 가지게 되는 안정기.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 중 약으로는 해결되지 않아

다른 치료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스프레이라던지. 전기치료라던지.

나의 경우, 가장 쉬우면서도 저렴한 약이

잘통하는걸보면 다행이라고 여겨야할까.

확연히 나아진 나의 상태가

정말 약때문인지, 나아진 환경때문인지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환경이 그다지 나아지진 않은 것 같은데, 뭐랄까.

약을 '먹고 있는' 상태에서 살만하면 약을 의심하게 된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약은 한달만에 내 인생을 구했고

나는 지금 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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