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뒤면 이 회사에서 일한지 정확히 만 5년이 된다.
그렇다. 현재 내 최대업적은
일한지 5년이나 되었다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자.
나는 대학교를 3년하고 6개월 다녔다.
휴학을 하지 않았고,
4학년 여름방학에 취업을 해서
2학기는 취업계를 냈으니말이다.
대학교를 다닌 시간보다
이 회사를 다닌 기간이 길다.
만약 재직기간이 5년으로 한정되어있었다면,
지난 날들이 조금 덜 괴로웠을 것 같다.
탈출구가 아주 가까이 있는 것 처럼 보이니까.
하지만 한정된 기간은 5년이 아니라 30년이었다.
언제든 당장 내 손으로 그만둘 수 있지만,
(법적으로 근로자는 언제나 퇴사 통보가 가능하다)
그래서 그만두는건 더 무서웠다.
전 직장은 9개월만에 그만뒀으니,
현직장에서 9개월 하고 1일차가 되는 순간부터
나는 인생 최대 재직기간을 매일 갱신했다.
어느순간부터 내 목표는 ‘현상유지’였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회사를 다니는 상태를
지속하는 것.
그건 마치 내가 매일 꾸준히 운동을 하거나
공부를 한 것 처럼 매우 뿌듯한 일이다.
매년 재직기간이 1년씩 늘어날수록
이렇게 자축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그 지속성은 나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었다.
운동을 시작했고,
이직을 했고,
결혼을 했다.
회사때문에 죽을 것 같지만,
또 어떤 순간엔 아무리 생각해도
회사가 나에게 준 기회와 경험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 간극에서 언제나 흔들리지만
일단 내일도 출근.
또 재직기간은 하루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