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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늘 Nov 20. 2022

너도 예민한 사람이구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면서, 처음엔 학교와 관련된 이야기는 자주 쓰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학교를 생각하면 집에 와서 홀로 충전 중이던 배터리가 다시 방전이 되어버리기에 글쓰기를 통해 '회복'을 바라는 나의 취지와도 맞지 않다고 여겼다. 하지만 하루 중에 많은 시간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을 쉽게 떨쳐버리기는 쉽지 않다. 그 일이 더더욱 여러 사람들의 삶과 관련이 있다면 말이다.


  우리 반에는 내가 제일 신경을 많이 쓰는 세 명의 아이가 있다. 그중에 1번은 이번 주에 무언가를 잘못 먹어 학교에 이틀이나 결석을 하여 이번 주에 특별한 일이 없었다. 하지만 1번의 부재를 느낄 새도 없이 2번이 이번 주에 아주 큰 활약을 했다. 덕분에 매일 같이 조용할 날이 없었다.


  2번은 친구가 하는 사소한 말, 접촉에 과하게 반응을 하는 아이이다. 좋아하지 않는 친구가 자기 주변에 지나갈 때, 친구가 하는 말이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바로 주먹과 발로 친구를 응징한다. 어떤 때는 괜찮다 싶더라도, 또 어떤 때는 다시 심하게 반응을 하여 나와 학부모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학부모와 1학기 초부터 계속 상담을 하면서 집에서의 모습도 알게 되었는데, 집에서도 부모님이 자기 머리를 만지는 것을 싫어한다고 한다. 자기 몸에 손을 대거나 옷을 잡아당기는 것도 싫어하여 학교에서 친구들이 비슷한 행동을 했을 때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닐까요,라고 하셨다. 이런 말을 들으니 그 아이가 어떤 마음이었을지 머리는 이해하지만, 앞으로의 그 아이의 학교 생활을 생각했을 때 캄캄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계속 다른 아이들을 만날 테고, 어떤 때는 지금 우리 반보다 더 합이 안 맞는 친구를 만날 수도 있는데 이 아이가 언제 둔감해질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리고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학교 일은 학교에 두고 오지 못하는 나를 느끼며 나 또한 예민한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금 알게 된다. 지금도 가리는 것이 있는 편이지만 어렸을 때 나는 물컹한 식감의 음식을 거의 먹지 못했다. 혀에 닿았을 때 비릿한 맛과 물렁물렁한 촉감이 느껴지면 바로 먹던 것이 올라왔다. 목을 갑갑하게 덮는 것도 싫어했다. 목도리를 두르거나 목티를 입으면 목 주변이 까끌거려 계속 긁게 되어 입지 않았고, 덕분에 겨울마다 목이 훵 하다며 감기를 걱정하는 엄마의 눈초리를 잔뜩 받았었다.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내가 있는 공간의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다른 사람의 감정이 때론 크게 느껴져 주변 사람의 눈치를 보곤 했다.


  어렸을 때 '쟤는 도대체 왜 저럴까?' 하는 엄마의 걱정을 잔뜩 받으며 나 또한 내가 언제쯤 싫어하는 걸 하나 둘 감당할 수 있을까 생각을 했었는데 시간이 해결해주었다. 이제는 초밥이 좋아하는 음식이 되었고, 겨울에는 목티와 목도리 없이는 밖에 나갈 수 없게 되었다. 이전에는 눈치를 보느라 최대한 웃어주고 맞춰주었지만 이제는 그래도 할 말은 하고 산다. 물론, 못하는 것도 여전히 있다. 조개는 아직도 잘 못 먹고, 집은 내 나름의 규칙으로 정돈되어 있어야 직성이 풀리며, 마음의 문제가 몸으로도 잘 전이된다.


  내가 예민해서 우리 반에 유독 예민한 아이들이 많나 하는 생각을 하며, 둔감한 사람이 부러워진다. 나도 학교일은 쿨하게 교문을 나오는 순간 교문 안쪽에 두고 나오며, 이럴 수 있지 저럴 수 있지 하는 멘탈을 장착하고 싶다. 내가 둔감해지는 것이 빠를까, 우리 반 2번이 둔감해지는 것이 빠를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아무래도 둘 다 올해는 그른 것 같다. 올해가 얼마 안남기도 했고,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어 보인다. 우리 중에 시간이 속도가 제일 빠를 테니, 시간에 기대어 조금씩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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