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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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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지 Mar 02. 2022

이름

부끄러움 많은 내게 남들 앞에 나서는 건 언제나 식은땀 나는 일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유명해지고 싶었다. 어렸을 땐 내가 유명해지는 상상을 지금보다 더 많이 하곤 했는데, 혼자 싸인 연습도 해보고, 인터뷰나 강연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 상상해 보기도 했다.


쓸데없는 고민들 중 가장 나를 고민케 한 것은 나를 소개할 이름이었다. 본명이 흔한 탓에 예명이 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고, 너무 큰 의미를 담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성의 있는 이름이 갖고 싶었다. 그동안 여러 이름을 지어봤지만 금세 마음이 바뀌어서 아직도 적당한 나의 이름을 만나지 못했다.


한 때 예술가들의 작가명을 그저 멋있는 예명 혹은 일종의 신비주의 정도로 여겼지만 이제는 이름이라는 것이 단순히 불리어지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 꽃이 되었다'는 시인의 말처럼 이름이라는 것은 곧 하나의 세계와 같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하나지만 그 안에는 각자의 이름으로 존재하는 70억의 세계가 있다. 나의 이름이 부모님이 내게 준 세계라면 작가명은 내가 나의 작품에게 주는 세계인 셈이다. 언젠가 나도 내가 만든 세계로 불리어지는 때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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