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나의 모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ojee Apr 04. 2022

못할 자신

자신감이란 뭘까.

내게 자신감은  실력에서 비롯된 자격과 같은 것이었다.  퍼센트 준비된 사람만이 성공이 보장된 상황에 가질  있는 그런때문에 나는 살면서 충만한 자신감을 느껴본 경험이 거의 없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고, 내가 바라는 완벽한 나는 실체가 없으니 말이다.


종종 가진 것에 비해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을 만나면(이 또한 나의 오만한 판단일지 모르지만) 그 자신감에 대한 자격을 논하며 속으로 건방을 떨기도 했다. 어쩌다 좋은 평가를 받기라도하면 실력보다는 운에 대한 확신을 키웠다. 그렇게 평생 자신감과 거리두기를 하며 살아가던 어느 날. 예상치 못한 형태로 내게도 자신감이 찾아왔다.


프랑스 교환학생 시절. 프랑스 학교에서 받은 성적은 본교 성적에 반영되지 않고, 추후 발표를 통해 점수가 매겨질 거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즉, 프랑스에서 좋은 성적을 받지 않아도 괜찮다는 뜻이었다. 그렇다고 막 나갈 만큼 강심장은 아니었다만,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확 줄어든 건 사실이었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사라지자 내게 작은 변화가 일었는데, 수업의 이유, 이른바 학습 목표와 이를 통해 내가 배울 수 있는 것들 그리고 시도해볼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며 비로소 수업에서 흥미를 발견할 수 있게되었다. 학교라는 곳이 잘해야 하는 곳이 아닌 마음 놓고 실패할 수 있는 곳임을 알고나니 그동안 '잘해야 한다'는 강박때문에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놓쳐온 수많은 순간들이 떠올랐다. 아쉽지만 어쩌나. 이제라도 나는 새로운 자신감을 가져보려 한다.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아니라 못해도 괜찮다는 용기의 형태로.

매거진의 이전글 그놈의 의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