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고깃집

by 라애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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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누군가 구워주는 고깃집에서

허기진 배에 젓가락 들고 몇 점 집어넣고 있는데,

누군가 소주잔에 소주를 따라준다.


언젠가 입버릇처럼 이런 적이 있다.

"나는 극장 근처에서 살고 싶어. 종교는 없는데,

교회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듯이

극장 근처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져.

정확히는, 안전한 곳이라는 느낌이 들어."


나는 극장 근처에서 누군가 구워주는 고깃집에서

허기진 배를 고기로, 술로 채우고 있다.

앞에 있는 누군가를 응시하며

오늘 공연은 끝났고, 마음속으로는 은퇴를 결심했다.


이렇게, 15년 전 수원 가는 기차에 올라탔던 한 인간의 열망은

15년 후 오늘, 극장 근처 누군가가 구워주는 고깃집에서

속으로 커튼콜을 한다.


그는 누군가가 따라준 소주를 홀짝이며

15년 전 느린 기차를 회상하지만,

앞에 있는 누군가들은 모르기에

다소 오늘 기분이 안 좋아 보일 수도,

피곤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걱정 마라. 기분이 안 좋지도, 피곤해 보여도 괜찮다.

왜냐하면, 모든 명분은 완벽하다.

나는 오늘 공연이 끝났고, 은퇴를 했다.


그는 미련 없이,

"갈 테면 가라지." 의연하게 보내준다.


15년 전 열망도, 15년 후 오늘 은퇴한 지도

아무도 모르는 그는 외롭다.


그는 다시 앞사람을 응시하며 15년 전 기차를 떠올린다.

몇 호 차 계단을 오른발로 짚고는,

뒤를 돌아 미련이 남은 사람처럼

20년간 살아온 도시를 눈에 담아보지만,

사실은 그날부터 외로울 것을 알아서 뒤를 돌아본 것 같다.


역시, 인간의 촉은 대부분 맞듯이

그 후로 나는 계속 외로웠다.


다시 나는 극장 근처 누군가가 구워주는 고깃집에

턱은 괸 채 앞사람을 응시하고 있다.


앞사람은 본인의 이야기를 조심히 꺼내놓고는

술잔을 부딪친다.


술잔을 부딪히고는 팔짱을 끼고서는

하나 마나 한 이야기를 공감이랍시고 하는 나는,

결국 오늘도 15년 전 열망을 말하지 못했다.


어쩌면, 열망이 뭐였는지 모르겠다.

사실, 열망이란 거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보니, 외롭다는 말도 하지 못했다.

어쩌면, 외롭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다.

외롭다는 거,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나는 극장 근처, 누군가가 구워주는 고깃집에

턱은 괸 채, 다리는 꼰 채, 팔짱은 낀 채 생각했다.


은퇴란 거, 없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