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 아우레우스 나티비타스> 안내자와의 대화
연말에 찾아간 전시,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 - 작은 방주. <샤크라 램프>까지 보니 출구였다.
복도로 빠져나와 팸플릿을 훑는데 빨간 배경의 금색 새들이 초면이다. 다시 입구로 들어가 한 바퀴를 돌아도 보이지 않았다. <샤크라 램프> 옆에 계신 전시 안내원분께 물어봤다. “이쪽으로 와보세요” 나를 램프의 왼쪽 귀퉁이로 이끄셨다. 봉황 같은 새가 나타났다.
“요정 같은 이 존재를 작가가 일부러 숨겨놨어요. 몰래 나타나는 존재거든요”
<알라 아우레우스 나티비타스>는 꽃잎 같은 황금 날개들을 펼치면 한 마리 곤충이나 작은 동물처럼 보이는데, 작가에 의하면 이 ‘황금빛 날개’들은 맑은 새벽녘에 잠든 인간들의 곁으로 날아가 그들의 꿈을 엿듣는 존재들이다.
“잘 물어보셨네요 하하”
감사하다는 인사를 나누고 출구로 이어진 복도로 나왔다가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꺼냈다. 짧은 대화를 나눈 후였지만, 전시 안내원 R은 사진을 건넨 첫 번째 낯선 이다. 다시 다가가 사진을 전하니, 일하면서 이런 선물을 받은 적은 처음이라며 오히려 고마워하셨다.
사진을 건넨 후, 여기서 일하신 지는 얼마나 됐는지 물었다. “이제 2개월이요” 재미있는 웃음이 나왔다.
“사진 찍는 분이세요? 어떤 일 하세요?” 내게도 질문이 올 줄 몰랐다. 아직 학생이라고 답하며 하고 싶은 일을 말하자, R이 내 꿈과 아주 가까운 자신의 이전 직업을 말해주었다. 그리고 현재는 캘리그래퍼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화면을 통해 단정하고 거침없는 붓글씨를 봤다. “여기는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서 지원했는데, 덜컥 됐어요”
이어서 전문가였던 R은 조언과 덕담을 내게 나누었다. 아빠 친구에게 새해 덕담을 받은 사람처럼 머쓱한 감사인사가 나왔다. 정말 죄송했지만, 대화 중 나도 모르게 '아저씨'라는 호칭이 한번 나오기도 했다. 마지막으로는 고개를 위로 들어야 보이는 또 하나의 숨겨진 작품, <사인>까지 일러주셨다. 이야기가 있는 전시 안내였다.
알라 아우레우스 나티비타스는 꿈을 듣는 존재다. 이 존재를 보여주고 되레 나의 꿈까지 물어보며 응원해 준 R은 따뜻한 연말 선물 같았다. 벌써 새해의 분위기는 가라앉고 있지만 시기의 인사를 하고 싶다. 명절에 만난 먼 조카처럼,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도 있을 새로운 도전들을 응원한다고 말이다.
- 23년 연초에 쓴 글
이날을 시작으로 폴라로이드 사진기로 지나쳐가는 낯선 사람들의 순간을 찍어 건네주는 취미 같은 일을 시작했다. 이전에는 종종 모르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풍경을 찍는 척, 휴대폰으로 찍곤 했다. 초상권이 있는 사람이기에 멀리서 그들의 뒷모습을 찍은 것이다. 한 봄의 사진 속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앞은 보지 않고 벚꽃나무를 올려다보면서 페달질을 했다. 참 근사한 페달질이었다. 그런 봄날에 이 알 수 없는 마음을 행동할 수 있을지 생각했고, 가을엔 문득 '내가 찍어서 전달해 주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 폴라로이드를 구입했다. 그렇게 순간을 대비해 가방에 넣고 다니던 사진기를 연말에 꺼낸 것이다.
가방에서 꺼내는 사이에 순간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종종 찍어 전해주었고 생각 외로 모두 웃음을 지어주셨다. 순간에 셔터를 눌러 사진으로 남기고, 전달하고 싶은 진짜 이유는 사람과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사진은 질문과 대화의 좋은 매개체가 되었다. 순간을 늘리고 이어서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