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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 Oct 22. 2023

12_외도가 멈춘 후,

끝난 게 끝난 게 아니라는 그 말...


 



나에게 확실한 발각된 후, 상간녀(ㄴ)과 유책이는 분명하게 인정하고 둘 다 잘못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이 사과는 진정성 여부와 상관없이 나에게는 아무런 위안이 되지 않았다. 사과를 한다고 그 잘못을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되돌릴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그 사과의 의미가 달라진다 생각되었다. 




 정황증거들을 알았던 날에도 나는 무너져내려 평소 마시지 않는 술을 마시고 동네를 걸어 다니며 방황했는데 실제로 정확한 증거를 듣던 날은 정말 온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 무너져 내린 세상이 나를 짓누르고, 쓰러져버린 나를 일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그걸 들은 지 벌써 만 5개월이 되었는데도 나는 아직도 귓가에서 그 글자 한 글자가 맴돌면서 나를 괴롭히고 있다. 어쩌면 평생 트라우마로 남아 나를 괴롭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아직도 가득하다. 나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혹자들은 그런 치료 기록이 남는 것을 두려워하여 병원 대신 상담센터를 찾기도 하고, 오롯이 본인 스스로 감내하려 애쓰던데 나는 치료기록 따위보다는 상담센터에서 비밀이 외부로 흘러나가는 일이 더 두려웠다. 이 세상에 비밀은 없지만, 알려주고 싶은 사람이 아닌 사람에게 알려지는 일만큼은 막고 싶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아무 일 없었던 듯 바로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생각보다 내가 남편을 너무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빌어먹게 어이없이 그런 감정이 외도 앞에서 더욱 선명했다. 그래서 용서를 쉽게 이야기했지만 쉽지 않았다. 병원 치료를 거듭하는데도 상태가 심각해져 지속적으로 입원 치료 권유를 받는 것은 물론, 자살기도와 자해 등을 하고 있었다. 나는 많이 망가졌다. 살도 20킬로가 빠지던 즈음 실신해서 무릎에 큰 상처가 남았다. 이 상처 역시도 평생 없어지지 않을 만큼 깊고도 진하게 남겨졌다. 이 세상에 없었던 일로 만들어주는 방법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크게 반성하는 남편이나 여전히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을 알고 있는 나나, 이 일이 있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려나. 정말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닌다. 나는 생각이 그쪽으로 멈추지 않았다. 


 '촉'이라는 말과 경험이 무서운 것이 무엇인가 겪어보니 나쁜 촉이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전형적인 자기중심적 오류에서 벗어나기가 힘든 점이다. 내 촉이 맞았던 경험, 내 나쁜 예감이 틀리지 않았었던 경험이 나의 불신의 부분을 자꾸만 건드리며 헤어나기 힘들게 만든다. 나는 계속하여 의심하고, 유책이는 계속하여 응답해주고 있다. 그래, 그런 부분에서는 그나마 외도는 부부의 연을 자동으로 끊어지게 하는 일이라는 그 부분에서 다시 한번 이어볼까? 하는 고민을 하게 만들 수 있는 부분임에 틀림없다. 


 아직도 약을 한 번이라도 거르거나 하면 충동적으로 뭔가 잘못을 하긴 하는데, 스스로 인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많이 노력은 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아픔을 겪고 계신 분들에게 꼭 정신과 치료 권유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비밀이 보장되는 이야기를 (짧지만) 건네고, 그에 맞는 약물 치료가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아픈 것을 참는다고 안 아파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몸이든 마음이든 아프다면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우리 마음의 병도 인식하여 꼭 치료하고 지나가도록 하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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