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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낮고 느린 버스

5. 유모차와 휠체어 전용석

마을버스를 타고 다닌 지가 네 달이 넘어가는데, 버스에 '유모차 전용석'이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했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유모차 전용석이 '원래 당연히 있던 것'으로 느껴졌나 보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국버스에도 유모차 전용석이 있었나?


마을버스다(굴절 저상버스). 휠체어를 탄 사람과 유모차를 끄는 사람이 탈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있다.
 실제로 휠체어를 타거나 유모차를 끌고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종종 봤다.

한국에서 내가 자주 타고 다녔던 마을버스를 떠올려봤다. 노약자 지정석 많이 있었다. 버스 안에 사람이 얼마 없어도 노약자 지정석밖에 자리가 없어 그냥 서서 갔던 기억이 난다. 물론 '많다'는 것은 객관적인 수치가 아니라 나의 주관적인 느낌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분들이나 임산부분들이 느끼는 감정은 또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염두해야 한다.


들이 대중버스를 이용하는 것은 여전히 불편한 점들 많겠지만, 래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노약자전용석과 임부전용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으니깐. 그렇다면 휠체어를 타거나 유모차를 끄는 사람들 경우는?

엄밀히 말하자면 이 역시도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억을 돌이켜보면 대중버스를 이용하면서 휠체어를 탄 사람이나 유모차를 갖고 들어온 사람을 본 일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그들이 탈 수 있는 공간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고,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오르내리는 과정이 정말 번거롭기 때문이다.


스웨덴 마을버스에서는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풍경들이 한국에서는 그렇게까지 일상적인 풍경이 아니었다.



스웨덴의 버스는 낮고 느리다.

휠체어를 탄 사람들도 탈 수 있는 (굴절) 저상버스 따라서 계단이 없는 낮은 버스다. 또, 그들이 버스를 타고 내릴 때 경사로를 내리고 충분히 기다리는 느린 버스다.

인구밀집도가 높아서 예민해지기 쉬운 서울에서는 느린 버스가 조금 답답했을지 모를 일이지만, 애초에 사람이 많지 않고 차도 별로 없는 이곳에서는 별 생각이 안 든다. (수도인 스톡홀름도 서울에 비하면 참 한적하다)

스웨덴만 이런 저상버스가 있는 것은 아니다. 폴란드 공항버스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유럽 어디에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한다.

한국에도 저상버스가 물론 있다. 하지만 배차간격이 크고, 인도턱과 리프트의 경사가 맞지 않아 여러 번 시도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 저상버스가 있긴 하지만, 정작 편하게 저상버스를 이용해야 할 사람들이 이용하기 힘들고 눈치 보인다면 갈 길은 아직 멀다.

이 정도면 단순히 버스 몇 대를 저상버스로 바꾼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은 물론이고, 도시 설계 자체를 다시 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왜 한국과 스웨덴의 버스는 다른 걸까?

한국에서는 낮고 느린 버스를 탈 수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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