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오션과 블루오션 그리고 AI
2020년대, chatgpt라는 어마무시한 것이 세상에 등장했다. 질문을 하면 ‘잘 모르겠습니다’를 반복하던 AI가 이젠 몇 분도 안 돼서 논문도 쓰고 코딩도 할 줄 안다. 엄청난 발전이다.
편리하다고 좋아하다가도 문득 내 일도 점점 똑똑해지는 AI에게 대체되지 않을까란 두려움이 생긴다.
의견은 조금 갈리지만 AI가 대체할 직업을 검색해 보면 변호사, 의사 같은 ’사‘자 직업들도 등장한다. 사람들이 꿈꾸는 전문직도 대체될 수 있다는 건 가히 충격적이다.
창의적이고 예술적 감성을 표출하는 분야도 다르지 않다. 일본에서 AI가 쓴 SF소설이 본심에 올랐고 국내에선 AI가 그린 그림을 활용한 광고가 올해의 광고상을 받았다.
더 이상 AI가 침투하기 어려운 분야는 없을 정도로 현존하는 모든 직업이 생존의 위기에 놓였다. 인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점은 무력감까지 들게 한다. 과거 산업혁명으로 일자리를 뺏겨 러다이트 운동으로 기계를 부쉈던 수공업자들이 이해되는 심정이다.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화이트칼라까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앞으로 직업에 대한 일반적인 통념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시대가 다가온다는 뜻이 된다.
이미 예외는 많이 발견된다. 학벌과 상관없이 잘 먹는다는 점 하나로 유튜버로 성공하기도 하고 예체능 하면 배고프다는 어른들의 말씀과 달리 인스타툰이나 이모티콘 작가들은 몇억의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세상에 없던 직업이 생겼고 일하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예외들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블루오션을 열었지만 미래에도 이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또 모호해진다. 가상 인간이 나와 춤도 추고 광고도 찍는데 먹방 하나 못할 리 없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귀여운 캐릭터는 몇 초 만에 만들 수 있다. 지금 블루오션으로 보이는 것들이 이미 레드오션으로 변화하고 있는 상태일 수 있다.
반대로 지금 레드오션인 것들이 미래에도 레드오션이라 볼 수도 없다. 어려운 난이도와 고성능과 높은 가격의 게임기가 주를 이루던 시장에서 닌텐도 Wii는 쉬운 게임, 낮은 해상도 낮은 가격으로 온 가족이 함께하는 여가 활동을 가능하며 성공을 거뒀다. 보이지 않아도 끊임없이 새로운 니즈는 창출되고 직업은 더 풍부해진다.
정리하자면 미래는 알 수 없고 명확한 예측은 어렵다. 유망한 직업으로 각광받은 지 얼마 안 된 개발자 역할은 벌써 AI가 점진적으로 자리를 차지하려 한다. 반대로 AI에 대체된다고 언급된 직업 중에서도 기술에 적응하며 대체불가능한 존재가 될 수 있다.
단순히 살아남기 위한 직업을 찾기보다 결정 기준을 스스로에게 둬야 한다. 달릴 때의 행복함을 나누고 싶어서 러닝전도사라는 직업을 만든 안정은 러닝전도사처럼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추구하다 보면 스스로 직업의 경계를 정할 수 있다.
남들이 보는 직업의 귀천에서 하루빨리 자유로워져야 직업을 보는 스펙트럼도 넓어진다. 조선시대 사농공상이란 귀천에서 의원은 양반보다 낮은 신분이었으나 지금 의사는 누구나 선망하는 직업이다. 딴따라라는 말로 낮춰 부르던 연예인은 전문 학원이 생길 정도로 열기가 뜨거워졌다. 가치는 상대적이고 변한다. 지금 남들의 가치에 한정하여 시야를 좁히면 미래에 우위를 선점할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며 수억의 자산가가 된 사례를 두고 의아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법과 윤리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귀하지 않은 직업은 없고 그 귀함은 스스로 결정한다. 쓰레기를 치우는 게 아니라 지구의 한 모퉁이를 쓸고 있다고 말하는 청소부처럼.
기술로 대체될 수 있단 불안과 남들의 시선이 시작을 망설이는 이유라면 경주마의 눈가리개처럼 다른 건 가리고 자신과 그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불안은 끊임없는 공부와 적응으로, 시선은 떳떳하게 생존한 모습으로 바꿔나가면 된다.
적자생존은 ‘직업 자체’가 아니라 ‘직업인의 행동’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