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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란 May 17. 2023

설레는 여행     

         


 친구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가기로 했다. 코로나로 3년을 미루었던 여행이다.

 여행지는 베트남이다. 저녁 9시에 출발하는데 저녁은 간단히 각자 준비하기로 했다. 친구들이 싸 온 김밥, 멸치와 호두볶음, 고구마 등 정겨운 음식들이 쏟아져 나왔다. 인산인해를 이룬 대합실에서 겨우 의자가 있는 곳으로 자리를 잡고 소풍 나온 아이들처럼 왁자지껄 떠들며 맛있게 먹었다. 간식으로 싸 온 마카롱은 나중에 먹기로 하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5시간을 날아 베트남 다낭국제공항에 새벽 2시에 도착했다.     

   아침은 호텔에서 준비한 식사를 간단히 하고 가이드의 안내로 여행을 시작했다.

 전용버스로 2시간 걸리는 후예로 향했다. 우리나라 불국사 느낌의 절이 모여 있는 곳이다.

하루의 일정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우리는 한 방에 모였다.

우리 일곱은 초등학교 동창이다. 오랜 세월 다른 환경에서 생활을 하지만 1년에 서너 번은 만났고 이제 육십이 넘은 나이에 해외여행을 하기로 했다. 이 번 베트남 여행은 두 번째다.

육십 대는 마다 늙는 다는데....,

 친구 중에는 지팡이를 집고 합류한 친구도 있어 앞으로 우리의 해외여행은 어떻게 될까? 생각하게 한다.      

 둘째날 로비에서 가이드를 기다리는데 마치 한국인양 착각 할 정도로 한국 사람들이 많다.

 우리 일행은 전동차를 타기로 했다. 자전거와 마차를 합체해 놓은 전동차는 관광객에게 인기가 있다고 한다.  강을 끼고 시원한 강바람과 함께 신나게 달리니 환호성이 절로 나온다.


 셋째 날, 호이안의 소쿠리배는 가장 인상에 남는다. 입구에 들어서자 우리나라 트롯이 흘러나오면서 시끌벅적하다. 어릴 적에 보았던 소쿠리가 배가 되어 강물에 둥둥 떠다니고 뱃사공과 관광객 두 명과 함께 탄 세 사람의 무게를 지탱하며 강물에 떠다니니 신기하다.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친구들은 서로 사진을 찍어 주느라 바쁘다.  뱃사공은 젊은 사람부터 할머니까지 있다.

  몸무게가 제법 나가는 친구는 젊은 이십 대 뱃사공 배에 탔다. 그 친구는 내심 신나 보였다. 그 뱃사공은 한국 노래를 잘도 부르고, 센스 있게 한국말도 잘한다. 우리 배도 그 배 옆에 바싹 붙어서 가고 있는데 그 젊은 뱃사공이 친구에게

 “참새‘ 하고 단어를 던지면 그 친구는 짹짹, 오리는 ‘꽥꽥’, 돼지는? 하니까 ‘꿀꿀’ 하는 게 아닌가?

그걸 보고 있는 우리는 웃음이 터져 한바탕 소리 내어 웃었다.  

한국노래로 시끌벅적한 강물 위에 소쿠리배들이 한 곳으로 모여 무대를 만들었다. 

한바탕 음악에 맞추어 움직이는 춤사위는 자연스러운 몸짓이다.  평소에 얌전한 친구가  갑자기 무대 위로 뛰어 올라가 춤을 추는 게 아닌가? 장난기 많은 다른 친구가 동영상에 담았다. 우리는 이 동영상을 계속 틀어 보면서 배꼽이 빠지게 웃었다.

사십 여분가량되는 소쿠리투어는 아쉽게도 끝이 났다.

아쉬움을 남기고 리듬에 몸을 맞추어 흔들흔들...

 

 다음 장소인 야시장투어로 향했다

야시장의 대낮같이 밝은 불빛에 시끌벅쩍한 속에서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물건을 파는 사람들 속에 간간이 한국말도 들렸다. 우리는 여행마지막 밤을 달래기 위해 맥주를 사러 마트에 갔다. 먼저 맥주를 계산하고 있었는데, 내가 음료수 하나를 추가로 주문했다. 그런데 계산을 하다 보니 맥주보다 음료수 값이 훨씬 비싸게 치는 게 아닌가? 그래서 거기서 실랑이가 벌어졌고 환전과 계산이 잘못됐는지, 바가지요금으로 비싸졌는지 알 수 없기에 총무가 음료수를 취소했다. 결국, 나의 목마름을 달래줄 음료는 없던 일로 마무리되었다.

그 후 음료수 한 병은 친구들 사이에 또 하나의 웃음을 짓게 하는 추억이 되었다.     

 

 해외여행 와서 즐거운 것보다 소꿉친구들과 함께 있음이 더욱 소중함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 다니던 우리는 아직도 시골 때를 벗지 않은 순수함이 있는 거 같다. 그래서일까 어릴 적 추억의 잔상이 몇십 년이 지났지만 만나면 좋다.      

건강할 때, 좀 더 젊었을 때 많이 즐기라는 경험자의 조언이 있듯, 어쩌면 우리 나이가 가장 중요한 시기라 생각이 든다.

앞으로 더욱 부지런히 운동하고 관리해서 남은 시간을 정다운 친구들과 여행을 해야 되지 않을까? 나와 한 방에서 지낸 친구가 건강관리를 잘해서 지팡이를 버리고 다음 여행지에 함께 했으면 좋겠다.


 여행의 추억은 끊임없는 휴양이라는 말이 있다.

3박 5일의 설렜던 여행을 뒤로하고, 각자 일상으로 돌아가 열심히 살다가 다음 추억여행을 기대해 본다.


2023년 5/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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