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잠결에 부엌에서 달그락 달그락 하는 소리에 눈을 떴다. 옆자리에 남편이 없다. 분명 그것은 남편이 무언가 요리를 하는 소리 같았다. 무슨 요리를 하는지 궁금했지만 나는 조금 더 누워있다 6시에 일어났다.
부엌에 나가보니 남편은 내가 사다놓은 꽁치통조림에 김치지짐을 하고 있다. 아침상을 차리니 김치지짐과 두부조림이 있다. 먹다 남은 두부가 냉장고에 있었는데 그것을 졸였나보다 두부를 먹으니 간이 쏙 배어 야들야들한 것이 입안에서 녹아 없어진다.
“두부 정말 맛있다!!” 하니까 남편이 “당신은 못해 간이 배이게 오래 졸여야해 두 시간 정도 걸렸어!”
“맞아! 나는 오래 끓이는 요리는 못하지!”
맞는 말이다. 나는 요리에 심취해서 하는 편은 아니다. 그저 두부를 프라이팬에 금방 부쳐 먹거나 생선도 튀겨 먹는 걸 좋아하지만 남편은 생선 조림을 무가 물렁물렁해질 때까지 오래 졸이는 걸 좋아한다. 그러니 남편과는 반대의 성향이기에 두부조림을 자기처럼 못한다는 말이다.
물론 결혼 초부터 요리를 한 것은 아니다. 젊어서는 부엌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던 사람이 나이가 든 요즘엔 주부가 다 되어간다.
옛날에는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자주 해 주기를 원했다. 주로 국이나 찌게 였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북엇국, 조개탕, 등 지금 생각해보니 술국을 주로 찾은 거 같다. 남편은 음식이 생각나면 바로 바로 먹어야 하는 성격이다. 그러다가 언제 부터인가 재료가 있으면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요리를 할 때면 대충하는 법이 없고 정성을 다한다. 그 뒤 시장 근처로 이사한 후에는 요리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바로 재료를 사서 요리 할 수 있어서 인가보다.
또한 재철 음식을 먹어야 건강에 좋다고 봄에 나오는 두릅을 즐겨 먹고, 머위와 칠 게도 사온다. 머위의 쓴맛이 보약이라고 머위를 많이 사서 된장에 쌈도 싸먹고 무쳐서 먹고 장아찌도 만든다. 칠게는 바삭하게 기름에 튀겨 먹는다. 오월이면 게장을 담그고 보리새우를 넣은 아욱국도 끓인다.
여름엔 호박잎을 찾는다. 나도 덕분에 건강한 음식을 먹게 된다.
내가 감기몸살로 몸이 아플 때 남편이 문어요리를 해주었다. 질기지 않게 부드럽게 잘 삶아 새콤한 초고추장에 찍어먹은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덕분인지 몸도 개운해졌다.
남편은 요리를 할 때 즐기며 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요즘 들어 누가 시켜서도 아닌 새벽부터 부엌에 들어간다는 것은 좋아해서 하는 것이 분명하다.
어쩌면 시어머니를 닮아서 일까? 시어머니가 쓴 궁중요리 책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 아니면 나의 요리에 대한 깊이가 없어 손수 부엌으로 나선 것 일까?
어제도 남편은 새벽부터 냉장고를 털어
콩나물무침, 비듬나물무침 신김치멸치볶음 등, 김치와 양배추를 넣어 영양밥을 했다.
요즘 유튜브를 보면 요리 하는 개인 채널이 많다. 자기만의 콘텐츠로 요리를 하는 시대로 많이 바뀌었다. 그래서 젊은 남자나 나이가 든 남자도 요리를 많이 한다.
요리에 성공한 한 사람이 생각난다. 대학생때 치킨 집 알바를 하다가 요리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요리와 사업을 병행하는 요리 업계에 일인자다.
우리는 자기만의 적성에 맞는 좋아하는 분야가 있지만 나를 알고 발견하는 시기가 다 다르다.
우리 남편도 조금 더 빨리 알았더라면..., 아쉬운 마음이지만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이기에 너무 늦은 나이는 없다고 한다. 남편의 나이 육십 끝자락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