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산책몽상

by 생각구토

2021년 3월 2일 기록


오늘 비가 내렸다. 정확히는 글을 쓰는 오늘이 아닌 어제 비가 내렸다. 밖에 비가 오면 항상 나는 우산을 들고 산책을 나간다. 비의 종류는 상관 없다. 잠깐 내렸다가 그치는 소나기든, 하늘에 구멍이 뚫린 장대비든, 호랑이가 장가가는 날인 여우비든.


비가 오는 날 산책을 가는 이유는 심플하다. 산책을 좋아하고 비 내리는 날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가는 것이다. 마치 날씨가 좋은 날 소풍을 가는 것처럼. 또다른 이유도 있긴 하지만 이와 비슷하다. 산책할 땐 항상 몽상하고 비가 올 때도 항상 몽상을 한다. 교집합 같은 것이다.


이렇게 보면 비오는 날 산책을 하는 주된 이유는 '몽상'이 된다. 하지만 나는 그 외에도 몽상을 자주 한다. 날씨가 좋은 날에도, 흐린 날에도 몽상을 한다. 산책 역시 마찬가지이다. 날씨가 맑은 날에도, 흐린 날에도 산책한다.


중요한 것은 몽상이 아니다. 몽상은 평소에도 할 수 있다. 다만, 비가 오면 산책을 해야되고 그러면 몽상을 하게 된다. 어느 순간, 비가 오면 밖을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습관처럼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늘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내리던 비가 눈으로 바뀌었다. 가끔 이런 날씨를 보긴 했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느껴본 것은 처음 이었다. 나는 비가 내리면 산책을 나가야 한다. 그러나 눈이 내리는 날은 아니다. 눈이 내리는 날은 굳이 나가지 않아도 된다.


비가 오다가 눈이 오는 날에는 산책을 나가야 할까? 눈이 내리는 모습을 보며 몽상했다.

KakaoTalk_20210302_145434887.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러빙 빈센트(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