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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o Aug 14. 2023

누가 누가 더 나쁠까?

너가  제일 나빠

여자들이 많은 집단의 문제점 중 하나는 뒷담화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나 우리가 흔히 부르는 아줌마들의 관심사는 어디까지인지 도무자 그 깊이를 알 수가 없다.  아니 일하면서 집안일에 아이들까지 돌보려는 시간이 부족할 것 같은데 언제 그렇게들 떠들어 대는지 '발 없는 말(言)이 천리 간다.'처럼  달리는 말보다 빠르다는 걸 실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아주 오래전에 어느 잡지에서 뒷담화는 직장인들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하나의 건전한(?) 도구 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솔직히 나도 뒷담화는 어떻게 건전하게 마무리되는 가에 따라  직장 내 스트레스를 푸는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원해서도 아니고 먹고살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해 하나의 공간에 모여있다면 당연히 그 안에서 서로의 다름으로 인해 생기는 마찰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사람은 다 똑같을 수 없다. 그 안에는 각자 일하는 역량이 다르다 그리고 각자의 생각하는 법이나 말하는 법 조차 다 다르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본다.  한 공간에서 함께 모여 일을 하다 보면  누군가는 역량이 뛰어나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이도 있을 것이고 반면에 다른 어떤 이는 그 사람과 비교할 때 그 역량이 한참 못 미칠 수도 있다. 

그러니 돈으로 그 가치가 메겨지는 이 자본주의 시장에서  동일한 월급을 받는다는 조건 속에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더 책임감이 주어지고 더 많은 일을 하게 되고  역량이 떨어지는 누군가는 상대적으로 쉽고 간단한 일이 주어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게 된 어떤 이들은  자신의 몫을 다하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자신의 능력과 일에 대한 보상이 없을수록  이러한 마찰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만약 사람들이 다수 모인 자리에서 어쩌다 보니(?) 누군가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그것에 사람들이 맞장구를  치기 시작하면서 한 사람을 도마 위에 올린 뒷담화가 시작되었다고 치자.

아마도 역량이 모자란 그 사람과 같이 일하다 보니 쌓인 불만들이 하나둘 쏟아져 나왔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한풀이를 통해서 답답함을 털어냈으면 그것으로 소소한 목적은 달성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럼 그 자리에서 털어낸 말들은 그 자리에 버려두고 잊어버리면 그만이지 않을까?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 자리에 있던 어떤 이가 그 도마 위에 올랐던 이에게 그 사람을 위한다는 명분하에  던지는 한마디는 작은 돌멩이가 되어 강에 던져지는 꼴이 되고 그 물결은  일파만파 퍼지게 된다. 

'어제 그런 말들 나오더라, 사람들이 너에 대해 불만이 많더라. 너 조심해. (또는 너 잘해)' 이런 식으로 말이 전달된다면... 

그렇다면 그 말은 전해 들은 당사자는 어떨까?


그 말을 들은 것이 그 이에게 도움이 되었을까 아니면 모르고 지나가는 것이 더 나았을까?


예전에 직장을 옮기고 있었던 일이다. 어느 정도 경력이 차 있던 내가 옮긴 직장에서 그들에게  갑자기 나와 같은 나이도 많은 그렇다고 친분이 있지 않은 선배가 들어오는 일은 그다지 달가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나라고 눈치가 안보였을까? 


그런 나에게 한 가지 이벤트가 생기게 되었다.  그다지 친분도 없고 그저 얼굴만 알고 지내던 연배가 나보다 많던 후배가 저녁을 함께 하자는 제안을 해왔다. 별다른 생각이 없던 나는 그저 친분을 쌓으려고 하나 싶어 그 제안에 응했고 함께 우리는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밥을 먹던 중 그녀는 갑자기 이런 말을 나에게 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그거 아세요?"

"뭘요?"

"요즘 애들이 선생님 얘기 많이 해요. 이런저런 불만들이 많은 가봐요. 그러니 좀 신경 써야 할 것 같아요."

황당하면서도 어이없어 나는 되물었다. 

"무슨 얘기를 들었는데요?" 

"아니 저번에 일할 때,,," 그녀는 그녀가 들은 이야기들을 나에게 풀어놓기 시작했다. 

내가 어이가 없었던 이유는 내 이야기를 하던 그 후배들이 대략 누군지도 예상이 되었었다. 그리고  다음에 그들을 만났을 때 그 말들이 떠올라 그들을 아무 일이 없었던 듯이 대하기가 한동안 어려웠다.  또한 나라고 그녀에 대한 뒷담화를 그 후배들로부터 듣지 못해서 전하지 않았을까? 그들은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대신 서로가 아는 공통의  누군가을  대상으로 말을 하면서 시간을 때우는 게  필요했을 뿐이다.

한편으로 나는 후배들의 불편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라도 자신의 선배라고 여겨지기 어려운 이가 갑자기 생겼을 때,  싫었을 것 같다는 마음도 들었기 때문이었고 그들의 험담이 내 귀에 들려오지 않는다면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오히려 그때 나는 내 앞에서 그 이야기를 전하는 그녀가 더 불편해지기 시작하고 화가 났다. 내 기준에 있어, 누구보단 나쁜 사람은 '말을 전달하는 이'였다. 오히려 그 말을 전달하는 의도가 나는 더 궁금했다.  무엇을 바랐던 걸까? 그 말을 전함으로써 나와의 친분을 쌓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걸까??

 

뭐라고 표현해야 정확할지 모르겠지만, 몇 번의 이직을 통해서 배운 것은 직장에서 만난 이들 중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남의 이야기로 시간을 메꾸는 사람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내가 묻지 않아도 누군가의 근황부터 시작해서 지극히 사적인 일들까지... 남에 대해 좀 무관심이 편인 나는 '그 사람에게 그런 사정이 있었나? '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굳이 왜 저런 개인적인 사정까지 이야기할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정말 친해서 가족 일까지 걱정하는 거라면 말을 옮길 이유가 어디 있으며, 그렇지 않다면 쓸데없는 오지랖이지 않을까.. 물론 직장 동료로서 진심 어린 걱정이라고 그들은 말할 수 있겠지만 막상 떠들어 댈 뿐이지 도움을 주는 것은 보지 못했다. 


점점 나는 그런 생각들을 하기 시작했다.

'왜 저들은 누군가와의 만남에서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남의 이야기를 할까?" 또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그런 다른 이의 사적인 부분까지 이야기할까?'   만약 일을 하다 서로 의견 충돌 내지는 불만이 있었다면 거기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 끝날 일이지 집안 사정이야기, 다른 가족들의 이야기 등 어찌 보면 남의 가정사이야기인데 그것이 그들에게 뭣이 중할까?


내가 얻은 결론 한 가지가 있긴 하다. 

'그들은 자신에 대해 할 이야기가 없는 것이다.'

그저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나 날씨이야기도 사람사이 대화의 주제가 될 수 있지만 그들은 남들을 험담하고 깎아내림으로써 자심이 더 낫다고 증명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아니면 함께하는 이들과 친하지 않아 자신의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으니  서로의 공통분모인 다른 직장동료의  험담으로 그 시간을 메꾸려 하나 싶기도 했다. 


이제는 세월이 흘러 지금은 일로 만난 사이인데 일적으로 안 맞으면 시스템적으로 풀어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에 대해 불만이 쌓여 있다고 하여 사적으로 알게 된 그 사람의 일들을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면 그 사람에 대한 자신의 불만을 전하고 거기에 동조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내 기준에서는 쓸데없는 일들이며 시간 낭비이지 않을까?    `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가족들에 집중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에 정신을 쏟는 것이 오히려 더 효과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누가 더 나쁜지를 평가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긴 하다. 

또는 나와 비슷한 일을 겪은 이가 누구를 멀리하거나 손절할 지도 그 당사자의 선택이다. 


이 험한 세상 곁에 있는 이의 일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 사람이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따라와 주지 못해도 조금 도와가며 같이 가면 어떨까?

'왜 내가 그 사람의 모자란 10%를 더 해야 되냐?'라고 나에게 물었을 때 나는 딱히 어떤 대답을 줄 수 없었다. 

그저 '그들이 역량이 딸리니 어쩔 수 없지 않을까요. 해도 해도 안 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러니 안쓰럽게 생각하는 게 하나의 방법 같기도 해요. 아마 본인도 그걸 알고 있지 않을까요? ' 내지는 '아니 이런 자본주의 세상에 일을 못하면 급여 차이라도 둬야지!! 돈은 똑같이 받으면서 쉬운 일만 하니까 다른 사람들이 화가 나지! ' 라며 나름 나만의 방식(?)으로 위로하려 애쓰는 것이 다였다.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무엇이 옭고 무엇이 그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법률스님께 물어보면 답을 주시려나??!

남보다 좀 더 일 한다고 해서, 누군가 나보다 덜 일 한다고 해서,,,, 불평이 가득해져 가는 것을 볼 때면 처음 사회 초년생 때 느꼈던 일을 배우기 위해 하나라도 더 해보려고 들던 그 열정적인  모습들은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이 느껴진다. (어쩌면 그땐 어려서 몰랐을 수도 있다. 속된 말로 돈 맛을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고...)


누군가의 험담을 듣더라고 '나는 말을 옮기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했던 그때가 다시 떠오른다. 


개그맨 신동엽 씨가 했던 명언으로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어디서든 남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그의 원칙이란 말이었다.  결국은 그런 말들이 다시 화살이 되어 나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그래서인지 요즘 '나이가 들어 갈수록 지갑은 열고 입은 닫아라'라는 이 말이 더 머릿속에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  정말 누가 한 말인지는 몰라도 참  맞는 말인 것 같다. 차라리 양쪽 두 귀를 열고 들어 주어도  입은  닫는 다면 서로 상처받고 상처 주는 그런 문제가 생기는  일은 덜하게 되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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