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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o Aug 22. 2023

괴롭힘(Intergroup Bully)

학폭만 있냐. 직장에도 있다, 아니 많다. 

친구.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 
집단 괴롭힘 (왕따).  여럿이 몸이나 마음이 편하지 않게 괴롭히는 일.
얼차려. 군의 기율을 바로잡기 위하여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비폭력적 방법으로 육체적인 고통을 주는 일  (얼차례는 얼차려의 비표준말)
작당모의. 떼를 지어 어떤 일을 꾀함


내가 학창 시절 따돌림을 받았던 적이 있는데 그것은 중학교 2학년때였다. 

그 당시 내가 다니던 학교는 '방송반'이 교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아리였고, 고1 때 지원자들을 인터뷰를 거쳐 총 4명만이 방송반에 들어갈 수 있었다.  중학교에 진학할 때 옆집에 살던 그 학교언니에게 교복을 물려받았던 나는 그 언니가 방송반에 들어가면 좋겠다는 조언대로 방송반에 지원을 했었다. 


하지만, 외모도 출중하면서 목소리까지 예쁜 아이들이 어찌나 많은지 나는 탈락하였다. 그런데 당시 입학성적이나 학교성적이 좋았던 나를 눈여겨봤던 3학년 선배가 있었다. 그녀는 2학년이 되어 복도를 지나던 어느 날 나를 보더니 방송반에 한 명 결손이 생겨 추가 모집을 할 건데 나더러 지원해 보라고 권유를 하였고, 나는 그렇게 해서 방송반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때는 이미 1년이란 시간이 지나있었고 기존의 3명은 서로 친해져 있는 상태였다. 더군다나 방송반에 들어갈 때부터 나는 그 3학년 선배 때문에 목소리도 별로인데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로 예쁨을 받아서 뽑혔다는 말이 그들 사이에 돌고 있었다. (실은 이것은 나중에 그중 한 명으로부터 듣게 된 이야기이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친구는 지금 나의 베스트 프랜드이다. ㅋㅋ) 

어쨌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4명은 뭐든 함께하는 일이 많았고, 시험기간 방송실에서 같이 공부를 하자며 모였던 때의 일이었다. 이미 그전부터 심리적으로 그들이 나를 따돌리고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느끼고 있었는데 결정적인 '마음의 상처'를 남긴 일은 그날 일어났다. 먼 이야기라 기억이 아주 정확하다고 말 하긴 어렵다는 걸 참고해 주기 바라며, 그날 같이  공부를 하다가 같이 점심을 먹으러 가야 하는데 그 세명의 동기들은 나를 끼워주고 싶지 않아서인지 자기들끼리 몰려 밥을 먹으러 나갔고 나 혼자 남겨졌던 기억이 있다. (그때 난 뭘 먹었지? 기억이 안나다..ㅎㅎ) 그리고 그중 한 명은 교내에서 유명한 '날라리'였는데, 풀로 말아 올린 앞머리를 만지며   (그 당시 날라리 여학생들은 앞머리를 말아 올리기 위해 풀을 사용했다. 헤어스프레이는 학교에서 압수 물품에 해당되었던 걸로 기억된다. 지금 추측해 보면 앞머리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리는 것은 학생의 품위에 맞지 않는다고 학교 측에서는 판단했기 때문인 듯하다. ) 나에게 상처되는 말을 내가 들을 수 있는 거리에서 '너 들으라는 듯' ' 대놓고' 하기도 했었다. 지금은 다 잊어진 말들이지만 그때 상처가 되었단 기억은 남아있다. 

 나중에 우리들 4명의 분위기를 눈치챈 선배들은 하나의 방법을 택했고 그것은 '얼차례'주기였다. 그 당시 내가 다녔던 중학교는 3년 마치고 나면 종아리가 두꺼워진다는 소문이 돌 정도의 높은 언덕배기 위에 위치해 있었는데, 동기끼리 서로 아끼고 잘 지내야 하다는 개념을 심어주기 위해 행동대장인 2학년 선배들의 지시하에 거기를 몇 번을 오르락내리락 뛰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그 당시 나름(?) 순수했던 우리는 그 뒤 마음을 터 놓게 되었고 지금은 베프인 친구가 속사정을 이야기했고 나를 질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의 표현방식이 '심적 괴롭힘과 따돌림'이었지만 어쨌거나 같은 방송반의 4명의 동기로서  나는 그들을 친구로, 그들은 나를 친구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그 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건 학교에서 흔한 아주 겸손한 따돌림이라고 생각된다. 그때만 해도 이런 따돌림(왕따)은 있었지만, 약자를 향해 폭력을 휘두르지는 않았는데 요즘 학폭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떻게 어린 학생들이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90년대 그때는 같은 반의 친구가 다른 반아이에게 불합리한 괴롭힘을 당하게 되면 같은 반의 '날라리' 아이가 나서서 해결(?)을 해주기도 했다. 뭐 그들만의 '으~으뤼'였다. 요즘도 그런 친구사이의 의리가 남아있는지 모르겠다. 

'집단 괴롭힘'  image captured from Google

애석하게도 나는 아이가 없으니 학부모로서의 입장을 깊이 이해하긴 어렵지만 그때 그 중학교 베프인 친구는 아이의 학폭 관련 사건으로 인해 미국으로 이민을 간지 몇 년 되었다. 가해하지도 않았는데 가해자로 몰려 학폭위원회가 열리고 그 친구는 그 걱정과 고민에 살이 7 kg이나 빠졌었단 말을 들으면 요즘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정상적이지 않은 경우도 많고 그 일로 다수의 가족이 '아이들의 교육과 안전한 환경'을 위해 한국을 빠져나가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다 알 듯싶다.



이런 따돌림이나 괴롭힘이 직장에도 있을까? 그럼, 당연히 많다. 

얼마 전 의료인들 사이에서의 '태움'이 한동안 큰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그때 그 방송이나 뉴스를 보면서 그동안 일반 기업에서 행해지던 직장 내 따돌림이 처음이 아닐 텐데 그 용어가 다르다고 하여 큰 이슈를 몰아가는 것이 참 어이가 없었다.  아니면 의료인들 사이에 괴롭힘이 처음 사회이슈화가 되어서 그랬던 걸까?


내가 처음 회사에 들어가고 6개월쯤 지났을 때 일이었다. 부서장이 나를 자신의 방으로 불러 자신이 듣고 취했던 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것은 옷을 갈아입는 '갱의실(라커룸)'에서 옆 칸의 누군가가 내 이름을 거론하면 하는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된 일이었다. 그들 중 한 명이 내가 나이가 많은 후배라 그런 점이 불편하고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 다음에 2명이 밤시간 동안 함께 있는 시간인 당직 때  같이 일하면 나를 괴롭혀서 기를 꺾어놓자고 작당모의를 하는 것을 부서장이 들은 일이었다. (아마도 그들은 옆칸에 부서장이 있을 거란 걸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때 이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부서장은 그들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고, 후배이지만 같은 직장동료인데 그것도 둘이 함께 일을 할 때 괴롭힐 생각을 한다는 것을 크게 꾸짖어 주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내 앞에서 나이가 많아서 불편다고 대놓고 떠들어대긴 했지만 괴롭힘을 따로 하진 못했다.)  그 당시 나는 기존의 대학을 중퇴하고 옮긴 학교를 졸업 후 사회에 나갔기 때문에 실제 동기인 사회초년생들의 나이보다 5살이 많았다. 이건 뭐 재수, 삼수생도 아니고 그들 입장에서는 불편했을 거란 걸 충분히 이해한다. 사회적으로 97년 IMF가 터지면서 나처럼 진로를 바꿔 사회에 늦게 나간 이들이 많아졌고 나와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도 많았을 것 같다. 그래도 요즘은 대놓고 그런 사람들을 안 좋은 시선을 보는 일들이 많아졌고 사회적 이슈로나 연구등으로도 다뤄서 기업 내에서 이런 문화를 없애려고 노력을 많이 해서인지 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이 나이가 많다거나 직급이 높다는 이유로 동기나 선배에게는 할 수 없는 언행을 자신보다 어리거나 낮은 직급의 사람에게 하는 이들이 종종 보인다.

 

얼마 전 후배와 업무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후배가 위와 비슷한 일을 겪어서 힘들다고 표현하는 걸 듣게 되었다. 내가 해준 위로는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니 그 말에 속상해하거나 휘두리지 마라. 그 사람이 무지해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뿐이다. 오히려 우리 업무를 이해하는 어떤 이들은 고맙다고도 말할 때가 더 많다.'라고 후배를 위로했다. 다른 사람을 의심하고 실수를 잡으려고 하는 게 아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를 검토하고 수정할 수 있게 그들에게 알려주고 그것으로 회사의 손실을 막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아마도 그걸 알지 못하는 누군가는 오해를 하고 자기 피해의식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돌아보면 한 십여 전에는 나도 어리고 회사의 돌아가는 상황을 크게 보는 눈이 없었으므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겠다고 생각했다. 그럴 때 그것이 업무일 뿐이지 그 사람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이 섞인 것은 아니라고 그에게 설명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좋을 텐데란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내 업무가 아닌 타인의 업무도 이해하고 알아야 된다고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이런 글을 쓰게 된 건 '소년 심판'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옛 일들이 떠올라서이다. 그리고 후배의 고충을 들은 건 불과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요즘의 학폭의 수위를 보면 무슨 액션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얼마 전 신림에서 있던 묻지 마 살인도 살인범이 게임만 하던 사람이었단 기사를 보았는데, 안 그래도 남자들, 남자아이들이 폭력물이나 전쟁 영화 등을 좋아하는데 게임에만 몰입돼 현실과 구분을 못하는 이런 일들이 더 발생할까 봐 솔직히 너무 무섭기도 하다. (그나마 미국처럼 총질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또한 부산 서면 사건도 그렇고 이유 없이 신체적, 물리적으로 약한 여성들이 타깃이 되는 것도 참 안타갑기만 하다. 


부모의 직업이 달라도 사는 집이 경제적 수준 차이가 나더라도 친구가 되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던 시절은 이제 드라마나 소설에 나오거나, 아니면 나와 같은 이의 기억 속에나 존재하는 것이 되어버린지도 모르겠다. 

어느 것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점점 살기 어렵다고 느끼고  무서운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단 생각이 든다면 일단 그것이 옳지는 않은 방향으로 세상이 흘러가고 있다고 감히 말해본다.  

  


Cover photo from Pixbay

Image photos from GooGle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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