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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o Sep 10. 2023

친구의 명예퇴직

교사에서 엄마로, 그리고 다시 교사로

우리가 벌써 명예퇴직을 선택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아직 더 할 일이 많을 것 같은데, 한편으론 씁쓸함이 밀려온다. 


멀리 이민 간 친구와 오랜만에 긴 통화를 한 날이었다. 얼마 전부터 교권에 대한 기사들을 뉴스에서 접하면서 친구를 많이 떠올리곤 했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얼마 전 명예퇴직 신청기간이어서 신청을 했는데 통과되어 서류 정리까지 마쳤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생각해 보니 어느덧 사회생활 20년 차에 접어들고 있는 우리들이었다. 


이민 가고 한 동안은 (물론 코로나 시기의 여파도 있었지만) 아이들 학업 마치면 한국에 돌아오겠다는 친구는 이제 명예퇴직을 하고 그곳에 자리를 잡기 위해 도전 중이다. 친구 주변인들은 "5년만 지나면 다시 가고 싶지 않을걸요~." 란 말을 했다던데 그 친구도 이제는 여유로운 (아마 경쟁이 덜하단 뜻인 듯) 미국 생활에 많이 적응한 듯했다. 또한 말속에 여유로움이 느껴지고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사람들이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그저 관심으로서의 지나친 관심은 진정한 오지랖일 뿐이라고 생각한다.)이었다. 한 예로, 어떤 옷을 입건 주변에 피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면 누구도 옷차림으로 상대를 평가하거나 잔소리를 해대지 않는다며 그런 것들이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고 했다. 그 말인 즉 돈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위아래를 논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는 미국에 오랫동안 살다 온 친구에게도 여러 번 들은 적이 있었다.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자유는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선에서의 자유'라고...(이야기가 삼천포로...)


 어쨌거나, 한국의 시스템에 맞게 (또는 IMF시기를 직격탄으로 겪은 우리들에게) 안정적인 직장은 대학 졸업 후의 당연한 목표였고, 그래서인지 아니면 나의 성향 때문인지 내 주변에는 교사인 친구들이 여럿 있다. 얼마 전에 만난 고등학교 선생님인 대학 동창도 요즘은 애들 가르치는 게 어렵다고 표현했다. '라테~같지 않아~'라는 말과 함께... 그의 에피소드는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에게 체벌을 했는데 5~6명의 학생들이 단체로 자퇴를 했다는 것이었다. 그 일로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그때 깜짝 놀라며 그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이제 공부는 학원에서 하고 학교란 졸업장을 얻기 위한 곳에 불과해졌는데 아예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를 치는 게 유리하단 판단을 한 모양이었다. (소년 심판이란 드라마에서 이런 경우를 알게 되었다. ㅎ)

화면캡처 네이버블로그 https://incomeplus.tistory.com/411


미국에 살고 있는 친구는 요즘 이슈가 되는 초등선생이다.. 그녀의 대학 친구들은 여전히 한국 초등학교에서 일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이민 간 후 연락이 뜸 했던,  학교 때 친구가 갑자기 연락이 오더니 요즘 이 일을 해야 할지 회의감이 든다는 말을  전했다며 차라리 자신은 그만둔 것이 잘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미국에서 학교에 다니는 자신의 아이들의 말에 따르면 수업시간에 딴짓을 하는 아이들은 있어도 선생님의 말에 말대꾸를 하거나 선생님에게 폭력까지 휘두르는 학생들은 없고 다들 예의(매너_ 이건 그 나라 문화 같기도 하지만)를 지킨다는 말을 들었다. 원래 그게 너무나 기본적인 정상적인 교실의 모습이 아닐까...


나는 국민학교(그땐 초등학교로 이름이 바뀌기 전이었다.) 때 6학년 담임 선생님을 아직도 기억한다. 동창들에 따르면 나는 작고 말없이 조용히 따라다니는 아이 었다고 했었는데 (그땐 그랬나 보다..) 그래서였을까? 어느 날 담임선생님이 우리 집을 방문하셨다. 그때 부모님이 만들어준 내 방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엄마와 함께 셋이서 과일을 먹으면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이 기억난다. 아직도 인상에 남았던 건 내 책상 서랍의 겉면에  메모로 안에 들어있는 물품의 리스트를 만들어 붙여 놓은 걸보고 선생님이 엄마에게 내 칭찬을 했던 거였다. 정리를 잘하고 이런 점은 나중에 좋은 장점이 될 거란 얘기를 해주셨었다. 어린 나이의 아이들에게 하나의 작은 기억(칭찬)은 이렇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나 보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들로부터 배운 기본적인 인성이나 습관들은 커서까지도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것들인 텐데, 아이들이 좋아 선생님을 선택한 이들도 많을 텐데... 


도대체 왜 어떤 부모들은 그런 갑질을 해댔을까? 얼마 전 뉴스에 나온 '왕의 혈통'들이 그렇게 많은가??

화면캡처 서울신문 사회면 23.8.11

아니면 자신이 아이들은 나중에 사회 지도층이 될 거니까 지금부터 교사 따위에게 기죽지 말라고 가르치나??

명예퇴직을 하고 새롭게 다시 타향에서 선생님이 되려고 도전하는 친구를 보며 용기 있단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 케어로도 바쁠 텐데 자신의 목표도 이뤄가려는 모습을 보면 아마 그녀가 가르쳤던 아이들도 그녀의 이런 ' (비언어적인) 내면의 모습을 느끼고 보고 배웠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한편으론, 한국의 바쁜 직장생활과 육아 속에서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전혀 없었던 그녀가 요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겼고 아마도 한국에 계속 살았다면 이런 시간들은 안 왔을 거란 말을 했다. 경쟁이 심한 한국사회에서 남보다 잘나야 하고 남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를 태생적으로 신경 쓰며 살아가는 우리들은 한번쯤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 싶었다. 진정한 자유와 나답게 살아가는 것 말이다. 

얼마 전 너튜브 SHORT인가 에서 '아름답다'라는 말의  '아름'이 무슨 뜻인지 아느냐는 질문에 아름이란 불교에서 '나(자신)'을 의미한다는 걸 들었다. 즉,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아름답다는 뜻은 '나답다'라는 뜻이란 것이다. 남이 정한 기준에 맞추기 위해 살아가기보단 나답게 내가 정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그리고 대부분 가정을 이루고 남편과 아이들 케어와 직장생활까지 훌륭히 해내는 워킹 맘들을 보면 존경심이 든다. '나의 친구뿐 아니라 그런 모든 워킹맘들이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간에  존경받아야 마땅하다고 이 연사 크게 외~칩니다.'라고 소리쳐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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