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eSoo Feb 07. 2024

#2

호감

희영과 서준은 런던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서로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희영은 어학연수의 경험이 있어 영어가 어느 정도 능숙한 편이었고, 그에 반해 서준은 그렇지 못한 편이었다.

"영어가 잘 되니 걱정이 없겠어요. 실은 저는 좀 걱정이에요. 시간이 생겨 유럽여행을 결정하긴 했는데 말도 안 통하는데 잘한 건지 모르겠어요. 하하하" 서준이 멋쩍은 듯 웃는다.

"실은 저도 자신은 없어요. 여자 혼자 여행하는 점도 그렇고 이렇게 긴 여행은 처음이 건든요." 그녀가 부끄러운 듯이 웃는다. 그녀가 웃을 때 그녀의 눈은 사라지고 살짝 패인 보조개가 서준의 눈에는 너무 사랑스러워 보였다.

"혹시 우리가 다시 우연히 만난다면 좋겠네요." 서준은 뭔가 생각에 잠긴 듯 말을 이어나갔다.

"뭐 일정이 반대로 가긴 하지만 혹시 모르죠. 만날 수 있을지도.." 희영 역시 웃으며 말했다.


희영은 오랜 연애 끝에 결혼을 했지만 이혼을 했고 그 뒤 만났던 친구와도 이별을 하고 어느 정도 연애나 남녀 간의 만남에 대해 회의감을 가지고 있던 상태였다. 누군가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다시 사랑이란 감정을 가질 수 있을 지도 그  어느 것에도 자신을 갖지 못하는 상태였다. 또한 다시 연애라는 감정에 에너지를 쏟기보단 자신의 일과 다른 이들에게 그 에너지를 나눠주고 지금처럼 밝게 상처받지 않고 사는 것이 더 나은 삶이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서준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또한 두 번의 이별을 경험했다. 아이들 역시 그 혼자 케어해왔고 그의 부모님과 형제들은 그에게 있어 어디에도 바꿀 수 없는 든든한 지지자들이었다. 더군다나 장남인 그는 큰 책임감을 가진 남자 였다. 그런 책임감과 두 번의  이별을 통해 겪었던 아픔이 너무 커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싶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그였다. 하지만 가족들과 아이들이 그의 발목을 잡았고 지금까지 그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일이 그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버텨온 그였다. 이번 여행은 그에게 있어 그 기나긴 힘든 여정의 끝에 주어진 달콤한 보상과 같은 휴가였다.


희영과 서준 둘 다 이번 여행은 그저 현실에서 벗어나 훌쩍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마음에서 선택한 결정이었고 그런 그들에게 이런 우연한 만남과 그들 사이에 감도는  이 알 수 없는 감정은 그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희영은 혼란함을 느꼈다. 다시 누군가에게 심장이 뛰는 일 따위는 다시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어느 정도 확신하고 있었고, 서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에게 가슴떨림과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저 지나간 과거의 감정일 뿐 그것이 현실 속으로 들어올 것이라고는 둘 다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처음 희영의 눈에 비쳤던 서준의 서글한 인상에서,  밝고 순수한 희영의 모습에서 그들은 서로에 대한 호감을 느꼈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들이 주고받는 눈빛 속에서 서준과 희영은 서로가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