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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o Feb 08. 2024

#3

재회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한 그들은 짐을 챙겨 비행기 밖으로 나왔다.

서준은 바로 로마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기 때문에 헤어짐이라는 순간이 그들을 찾아왔다.


"저는 환승을 해야 해서요. 저쪽으로 가야 하네요." 서준이 아쉬움을 숨기며 말했다.

"그렇네요. 우리 인연이면 또 만날 거예요. 전 카르마를 믿거든요. ㅎㅎ" 희영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갑자기 카르마요? ㅋㅋㅋ" 서준은 엉뚱한 그녀가 귀엽게 보였다.


서준은 그녀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160cm 정도 되는 아담한 키에 뚱뚱하지도 마르지도 않은 균형 잡힌 몸매를 갖고 있었다. 파란색의 후드티와 흰색바지, 흰색 스니커즈는 그녀를 더욱 밝고 귀엽게 보이게 했다. 쌍꺼풀이 없는 큰 눈을 가졌고 오뚝한 코와 도톰하면서 핑크빛이 도는 입술은 하얀 그녀의 계란형 얼굴과 잘 어울렸다. 까만 단발머리에 앞머리가 좀 짧은 모습은 서준에게 그녀가 사랑스럽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근데 앞머리가 참 짧으시네요? "

희영은 손바닥으로 앞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제가 집에서 자르다 보니 이렇게 되었어요. ㅎㅎ 길러야 되는데 짧은 게 편하니 계속 이렇네요. 안 그래도 보는 사람마다 물어봐요." 희영은 쑥스러운 듯 다시 웃었다.

"괜찮아요~귀엽게 보여요." 서준도 같이 웃었다.

"이만 가봐야 할 것 같네요. 대화 즐거웠어요. 좋은 여행되세요." 서준이 인사를 건넸다.

"네, 저도 즐거웠어요. 즐거운 여행 되시길 바라요." 희영이 인사했다.

희영이 손을 흔들었다. 서준은 두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희영은 수줍게 두 손을 흔드는 서준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50대도 귀여워 보일 수 있구나..ㅋㅋㅋ'


그렇게 그들은 각자의 길로 걸어갔다.



희영의 이번 유럽여행의 모토는 영화 따라잡기였다.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희영은 'If only'라는 영화에 나왔던 'London eye'를 타고 국회의사당 등을 거니었다. 파란색의  타워 브리지(Tower Bridge)도 참 인상적이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폴란드에서 온 2명의 여성분들에게 헤어드라이어를 빌려 쓰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들은 회사 동료사이며 보너스가 생겨 주말여행으로 런던여행을 왔다고 했다.

'유럽여행을 오려면 장기 휴가는 물론이며  금액도 만만치 않은데... 유럽에 살면 이런 여행이 쉽구나..' 희영은 이런 것들이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그다음 여행지는 파리로 희영은 유로스타(Eurostar)를 이용해 이동하기로 했다. 이 초고속 열차는 도버 해협 해저터널을 통과해 가는 초고속 열차였다. 친구 선영의 의견에 따라 파리는 2박의 일정으로 잡았다. 파리는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도시라고 했다.

노트르담 성당

첫날 노트르담 성당을 갔던 그녀는 사람들과 성당 꼭대기에 올라가는 것에 참여했다. 생각보다 파리의 날씨는 추웠고 그녀의 옷은 얇았다. 그때 옆에 한 소녀가 말을 걸어왔다.  그녀는 덴마크 출신으로 아일랜드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희영에게 귀마개를 선물로 주었고 그 둘은 이야기를 나누며 성당을 구경하기도 했다. 에펠탑, 개선문 그리고 샹젤리제 거리를 걷고 마지막날은 몽마르트르 언덕에 가서 캐리커쳐 그림을 그려 받아왔다. 중간날에서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했고 '모나리자'를 실제로 보고는 '너무 작은데...'  약간의 실망도 했다.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베르사유 궁전을 갔던 것은 정말 재밌는 여행이었다. 날씨가 쌀쌀해서 지나가다 들른 가게에서 마신 하우스 레드와인 한잔마저도 프랑스 여행을 완벽하게 마무리하게 해 주었다.

그렇게 희영의 파리 여행 일정이 끝나갔다.



그다음 여행지는 이탈리아 베니스(베네치아 Venezia)였다. 그녀는 비행기를 이용해 파리를 떠나  공항에 내려 버스를 갈아타고 베니스로 이동했다. 어느덧 해가 져서 어둠이 찾아와 있었다.  대부분의 여행지 숙소를 다인실 게스트하우스로 예약했지만 베니스에서는 일인실 호텔로 예약을 해놓았었다. 여행 중간쯤이니 이쯤에서 혼자 편히 쉬며 피로를 푸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희영의 야심찬 계획이었다.

늦게 숙소에 도착한 희영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동안 베니스를 구석구석 다 돌아볼 생각이었다. 들뜬 마음으로 희영은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그녀는 호텔에서 받은 베니스 지도를 들고 호텔을 나섰다. 어떻게 걸어서 돌지 노선을 짜고 그녀는  먼저 산폴로 구역을 돌아보기로 하고 Riarto를 목적으로 하고 걸어갔다.

한 20분 정도 걸어가다 그녀는 낯익은 이를 발견했다. 서준이었다. 이번엔 옅은 하늘색의 라운트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모습이었다. 블루 계열을 좋아하는 희영에게 서준의 모습은 그녀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들은 눈이 마주쳤고 반가운 마음에 희영은 활짝 미소를 지었다.  서준도 놀란 듯했지만 이내 옅은 미소를 지으며 희영에게  다가왔다.

"우와~ 여기서 또 보네요."

"어, 진짜 그러네요.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그런데 왜 짐을 숙소에 안 두고 다 들고 계세요? " 희영이 물었다.

"아, 실은 숙소를 미리 예약하고 왔는데 여기 오는 사이 그곳이 수리를 해서 예약이 안된다고 이메일을 보냈었더라고요. 그걸 확인을 못해서 지금 숙소를 찾는 중이에요. 아, 혹시 숙소가 어디세요?"

"그럼 저 있는 데로 가보실래요? 저는 일인실에 있는데 좀 작긴 해도 혼자 쉬기 좋고 가격도 비싸지 않아요." 희영이 대답했다.

"그거 잘되었네요. 그럼 주소 좀 줘보시겠어요?"

희영은 지도를 펼쳐 위치를 대략 알려주고 호텔이름과 주소를 알려주었다.  서준은 고맙다는 말을 건네고 걸어갔다.

'뭐지? 진짜 다시 만났네... 진짜 운명인 건가?' 혼자 생각하다 고개를 도리도리 흔든다.

'이런 것에 의미 부여하지 말자. 진희영! 정신 차리자!'


그렇게 그들은 베니스의 한 거리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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