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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o Feb 19. 2024

#5

마음 안으로

서준과 희영은 베네치아식  생선튀김을 안주삼아 와인을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며 서준은 희영을 통해 자신이 참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가 얘기할 때 집중하며 경청하는 모습에서 또 시시 때때 변하는 표정이 무척이나 귀엽게 보였다. 얼굴에 드러나는 표정을 통해 서준은 희영이 정말 순수하고 솔직한 사람이란 느낌을 다시 받고 있었다.

 "희영 씨는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분인 것 같아요. 같이 대화할수록 편안함이 느껴지네요."

"그래요? ㅎㅎㅎ 실은 가끔 그런 얘기 듣긴 해요. 제가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편이라 그런 것 같아요."

"희영 씨는 뭐 하는 분일까요?"

"저요? 저는 병원에서 일해요. 간호사예요. 서준 씨는요?"

"전 방송가에 있다가 지금은 은퇴하고 다른 일 소소한 일을 하고 있어요. 간호사면 많이 힘드시겠어요?"

"아, 이제는 적응돼서 괜찮아요. 언제부턴가 이게 내 직업인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더라고요. 그때부턴 출근하는 게 싫지도 않고. 서준 씨는 여행을 많이 다니세요?"

"그렇지 못했어요. 일로 출장 다녀 본 게 거의 대부분이라서요. 이번 유럽여행이 저에게 첫 자유여행이나 마찬가지예요. 신혼여행 빼고 하하하하" 서준이 소리 내어 웃는다.

 희영도 같이 웃는다. 저렇게 이야기하는 걸 보니 이혼한 지가 좀 오래되었나 보다고 생각이 들었다.

"저는 장기 휴가가 가능한 편이라서 이번에 큰 마음먹고 오게 됐어요. 경비가 많이 들어서 살짝 고민하긴 했는데 오길 참 잘했단 생각이 들어요. "

"저도 그렇네요. 이렇게 좋은 분을 만나서 편안한 대화도 나누고.." 서준이 희영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와인이 다 비워가자, 서준이 희영에게 나가자고 하며 계산을 했다.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희영은 서준의 키가 생각보다 크다고 느꼈다.

계산을 마친 그들이 가게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희영이 서준에게 물었다.

"키가 생각했던 것보다 크신 것 같아요. 키가 얼마예요?"

"아, 180cm 좀  안되는데 그냥 180cm이라고 해요. 실은 자세가 살짝 구부정해서 더 작게 보는 것 같더라고요. ㅎㅎ"

"아, ㅎㅎ 저도 그랬었는데 트레이너가 가슴을 이렇게 펴고 고개를 뒤로 하면 척추가 펴진다고 하더라고요." 희영이 가슴과 어깨를 펴는 동작을 보여준다. 그러곤 따라 해 보라며 서준에게 눈 짓을 했다.

길거리에서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그런 동작을 하는 희영을 보며 서준은 다시 한번 웃음이 나왔다.

'진짜 엉뚱한 구석이 있네.' 서준은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를 따라 했다.

희영은 아무렇지 않은 듯 서준의 어깨를 잡고 펴는 걸 도와준다.  서준은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가까이 다가온 희영에게서 무척 달콤한 좋은 향기가 느껴졌다. 그것은 향수의 냄새가 아니었지만 무척 향긋하다 생각했다.

'나와는 다르게 적극적이고 거리낌이 없는 성격인가 보다." 서준은 희영의 또 다른 면을 알게 된 것 같아 좋았다. 어쩌면 이런 것이 예정된 만남이 아닌 여행중 우연히  만난 만남의 장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들은 어깨를 펴고 베네치아의 거리로 다시 걸어 나갔다.




희영은 아무렇지 않은 듯 그를 바라보았지만 실은 그녀의 가슴은 큰 소란 중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그의 어깨를 잡았지만, 순간 이래도 되나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희영은  와인 서너 잔을 마셔서 인지 아니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준을 편안하게 느끼게 되어서 그런 용기가 난 것인지 머릿속 또한 소란스뤄웠다.

원래 처음 본 이들과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게 그녀의 장점 중 하나이기도 했지만 어쩌면 여행지에서의 이런  운명 같은 만남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희영을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았다.

희영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당분간 '연애'따위는 저만치 구석에 처박아 두려 했고 그런 감정은 그녀 자신에게 이제 사치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서준은 우연처럼 그녀 안으로 훅 들어와 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희영이도 이런 감정이 다시 그녀에게 느껴진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오늘 이후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희영은 지금 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표현이나 행동이 솔직하게 드러나는 그녀였기에 그 점이 더 서준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지만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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