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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Soo Mar 01. 2024

#6

Last night

레스토랑을 나온 서준과 희영은 산 마르코 구역을 향해 갔다.

낮동안 희영은 이미 산폴로 구역을 돌아보고 온 터였고 서준은 베네치아에서 하루 밤을 더 있을 예정이었다. 

걸어가면서 도시의 가로등이 물에 비쳐 반짝이는 모습이 참 이쁘다고 희영은 생각했다.

와인을 몇 잔 마셔선지 몸도 나른하고 약간 취기가 도는 걸 느꼈다. 옆에서 나란히 걷고 있는 서준에게 온 신경이 집중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서준 또한 옆의 희영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귀여운 얼굴의 희영을 보면서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서준은 문득 희영의 손을 잡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먼저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그의 성격 탓에 망설이고 있던 중이었다. 

서로의 맘을 숨긴 채 서준과 희영은 산 마르코 과장에 도착했다. 어느덧 어둑해진 시간이어선지 관광객들이 그렇게 많이 보이진 않았다. 같이 산 마르코 대성당을 둘러보며 희영은 자신의 폰으로 이리저리 사진을 찍으며 말했다. 

"실은 낮에 곤돌라를 타보고 싶었는데 관광용은 좀 비싸서 그냥 지나쳤었어요."

 희영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었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서준은 희영과 함께 하고 싶단 마음으로 말을 이었다. 

"그럼 야경도 구경할 겸 저랑 같이 타실래요?" 

"그래요~" 살짝 부끄러운 듯 희영이 대답했다. 

그들은 매표소를 가 표를 끊었다. 






서준이 먼저 배에 오르고 희영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희영은 서준의 손을 바라보았다. 남자지만 주름도 없고 가늘고 긴 손가락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살며시 그의 손을 잡고 배에 오르며 서준의 손이 참 부드럽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들은 배를 타고  서로 사진도 찍어주며 야경을 구경했다.

어느덧 시간이 저녁 9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다시 숙소로 걸어왔다.

"살짝 아쉬운데 혹시 맥주도 마시세요?"희영이 서준에게 물었다. 

"네, 마시긴 해요. 단지 소주를 더 선호하긴 하지만요. 왜요?"

"저 같은 경우는 그 지역에 가면 마트에 가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맥주랑 안주를 사다가 마시고 자거든요. 레스토랑이나 술집은 비싸지만 그 지역에서 나는 맥주나 음식들을 싸게 먹을 수 있어서 여행 다닐 때 그렇게 하는 편이에요."

"아~ 그거 괜찮은 생각이네요. 그럼 같이 마트에 갈까요?"

"네, 그럼 전 내일 떠나야 하니까 살짝 아쉽기도 하고 우리 맥주 한잔 같이해요~"

그들은 숙소로 오는 길에 있는 큰 마트를 향해 들어갔다. 

일단 주류가 있는 코너로 가서 각자 맥주 캔을 고르기로 했다. 

희영은 네덜란드 흑맥주를 골랐다. 

"이거 처음 보는 거예요. 흑맥주인데 10도나 되네요! 전 이거 마셔볼까 봐요. 서준 씨도 고르셨어요?"

"저는 잘 모르겠네요 ㅎㅎㅎ"

"그럼 안 마셔본 나라의 맥주로 골라보세요~"

"그럼 안주는 뭘로 할까요?" 서준이 물었다. 

"저 실은 모짜렐라 치즈랑 생햄을 싸 먹는 걸 좋아하는데 혹시 드셔보셨어요?"

"아니요."

"실은 전에 일본여행 갔을 때 일본 친구가 편의점에서 사면서 알려준 건데 살짝 짭조름하면서 모짜렐라 치즈가 부드러워서 맛있어요. 그럼 여기도 있나 한번 찾아볼까 봐요."

그들은 그렇게 맥주와 안주를 골라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로비에 앉아 그들은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서준은 희영과 얘기할수록 그녀가 참 자신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다시 한국에 돌아가도 그녀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우리 한국에 가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서준이 용기 내어 희영에게 물었다. 

"아, 실은 그렇게 까지 생각은 안 해보긴 했는데 우리가 참 대화가 잘 통하는 것 같긴 해요." 희영이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혹시 전화번호를 주실 수 있을까요?" 

"네, 그래요." 희영은 그에게 폰을 달라는 의미로 손을 내밀었다. 

서준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희영에게 건넸다. 

"저는 로밍은 안 했어요. 그냥 까똑 메시지나 free call 하셔도 될 것 같아요." 희영은 자신의 전화번호를 누르며 말했다. 

그러곤 자신의 폰을 서준에게 건넸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서로 눈빛을 마주치며 웃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그녀는 로마로 가는 기차를 타야 했다. 이제 씻고 잠자리에 들어갈 시간이었다. 

그들은 자리를 정리하고 각자의 방으로 계단을 올랐다.


한 층을 더 올라가야 하는 희영이 서준을 바라보았다. 

"저 그럼 좋은 꿈 꾸세요. 오늘 너무 고마웠어요. 서준 씨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야경도 구경하고 늦게까지 맥주도 한잔하고 이런 건 꿈도 못 꿨을 거예요."

"아닙니다. 저도 희영 씨 덕분에 즐거운 시간 보냈어요. 이렇게 다시 만나서 같이 즐거운 시간 보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그럼 어서 씻고 푹 쉬세요."

그렇게 그들은 마지막 밤을 보내고 밤 인사를 나누었다. 


서너 시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혼자 여행을 하던 희영과 서준에게 이 시간은 참 색다른 의미의 시간이었고 이렇게 다시 만났다는 것만으로 그들에게 어떤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 있게 만든 시간이었다. 


방으로 돌아온 희영은 샤워 후에 침대에 누워 서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너무 고마웠어요. 남은 여행 잘 마무리하시길 바랄게요.'

그런 후 희영은 노곤함에 잠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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