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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타자기 Dec 10. 2023

크리스마스와 설레임

설레임.

지금 내 인생에서 필요한 것.

나는 으레 크리스마스 기간이 되면 설레이곤 했는데, 

지금은 캐롤을 들어도 회색지대에 올라선 것처럼 아무런 느낌이 없다. 


목표도 없고, 

뭘 잘해보겠다는 심산도 없어진지 오래다.

뭐가 되어보겠다는 생각도 없거니와 

그러고 싶지도 않다. 


번아웃은 아직 아니다. 

우울증도 아니란다. 


그냥 내  인생의 타임라인이 딱 그러한 때인 것 같다. 


아이는 나름 잘 크고 있고

어쨌거나 저쨌거나 집도 있고

차도 굴리고 

가끔 해외 여행도 간다.

직장도 있다. 


그런데, 

내 곁에 있었던 설레임 한 조각이 보이질 않는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캐롤만 들어도

왠지 부풀던 마음이 

오래 두어 딱딱해진 김밥들처럼 

단단하게 식었다. 


어릴 적 읽은 책.

비밀의 옷을 입으면 아이가 어른이 되는 소설이었는데 

손 끝까지 지릿지릿하게 설레어왔었다. 

푹신한 공쇼파에 앉아 그 책을 읽으면 

시간 가는 줄을 몰랐는데. 


그렇게 감각들이 깨어나 나를 일으켜주길 바란다. 

귀도 손도 발도 마음도 모두 콕콕 살아나고 싶다. 

캐롤을 괜히 틀어본다. 

설레임이 장화라도 신고 건너가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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