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흐린 날>
너도 모르는 사이에
네 어깨 위에 비가 내렸다
느끼지 못했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네가 마신 눈물은
세상의 무게 만큼이나
무거운 술잔이었다
그 술잔 잠시 내려놓으면,
내가 대신 마시련다
그 아무리 쓰고 독하다 해도
온몸이 산화되어
세상에 흩뿌려 진다 해도
긴 밤 홀로 고뇌했을
너의 흐린 세상에
우산으로 너를 지켜낼 것이다
다신 두 어깨 위에
비에 젖는 일 없게
계절의 끝에서
흐린 날씨가 끝나고
포근한 바람 불어와
너의 두 어깨 젖을 일 없도록
솔 솔 불어주겠다